[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앞 다퉈 포스트 LNG(액화천연가스) 시대 준비에 나서고 있다. 나날이 강화하는 환경규제에 대응해 명실상부한 조선강국의 지위를 이어가기 위해서다.

조선 3사,  너도나도 친환경 선박 기술 선점 경쟁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최근 영국 로이드선급으로부터 암모니아 추진 A-Max탱커에 대한 기본인증을 획득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7월부터 말레이시아 선사 MISC, 세계적 선박 엔진 제조사 MAN, 영국 로이드선급 등 각 분야 기술 리더십을 보유한 회사들과 손잡고 암모니아 추진 A-Max 탱커를 개발해 왔다. 회사는 이번 기본인증을 바탕으로 독자 암모니아 연료공급 시스템 개발, 상세 선박 설계 등을 거쳐 2024년 실제 상용화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중공업은 이 외에도 삼성SDI와 선박용 리튬이온 배터리 시스템 국산화에 성공했으며, 미국 블룸에너지와 세계 최초 연료전지 원유운반선을 개발하는 등 차세대 친환경 선박 기술을 잇달아 확보하며 LNG 이후 친환경 연료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 지난해 7월 윤종현 삼성중공업 조선시추설계담당이 탄소 제로 암모니아 추진선 개발을 위해 MISC, 로이드선급과 JDP를 체결하고 있는 모습. 출처=삼성중공업

한국조선해양의 계열사 현대미포조선 또한 지난해 10월부터 글로벌 엔진메이커인 만에너지솔루션즈, 로이드선급 등과 함께 암모니아 추진선박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암모니아 추진시스템에 대한 기본설계를 맡았고 만에너지솔루션즈는 암모니아 이중연료 추진엔진에 대한 개발과 제원을 결정했다. 로이드선급은 설계 적합성과 위험성 등을 검토했다.

그 결과 올해 7월 로이드선급으로부터 암모니아 연료추진 선박에 대한 선급 기본인증서를 받았다. 한국조선해양 등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는 오는 2025년을 목표로 암모니아추진선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현대미포조선은 또한 지난 7월 울산정보산업진흥원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전기추진 스마트 선박 1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2022년 10월 인도 예정인 해당 선박은 전기추진 시스템과 이중연료 엔진 등은 물론 지능형 통합제어시스템과 스마트 원격관제기술 등 최신 스마트 선박 기술도 탑재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 또한 현재 이중연료 장치와 탈황장치 등이 탑재된 친환경 선박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1월부터는 한화디펜스와 손잡고 리튬 배터리 기반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을 공동 개발 중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리튬 배터리 기반 ESS 개발을 통해 선박 내 발전기와 전력 부하를 제어하고, 오염물질 배출량과 연료 사용 절감효과를 기대한다는 방침이다. 

▲ 한국조선해양이 울산정보산업진흥원으로부터 수주, 건조에 나서는 스마트 전기추진 선박 '고래바다여행선' 조감도. 출처=한국조선해양

물류비 등 경제성 확보 관건… “10년 후 장담 못해 초격차 강화해야”

조선 3사가 앞 다퉈 친환경 선박 기술 확보에 나서는 데는 기존 선박 연료만 고집해서는 시장 변화에 대비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환경규제를 점차 강화하고 있어서다. 

현재 선박은 자동차와 같이 대다수가 화석연료를 활용하고 있다. 이에 미세먼지는 물론이고 질소산화물, 황산화물과 이산화탄소 등이 배출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선박은 자동차에 비해 수십 배에서 수백 배 이상 규모가 커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해사기구(IMO)는 IMO2020을 통해 선박에서 배출하는 황산화물질의 양을 3.5%에서 0.5%로 낮추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해상 환경규제를 지난 2018년 선포했다. IMO는 2025년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최소 30% 이상 감축하는 규제 시행에 한 걸음 더 나아가 2050년에는 70% 감축을 논의하는 등 규제 강화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래된 디젤자동차의 주행을 제한하듯 온실가스를 많이 내뿜는 선박의 운항을 제한하겠다는 말이다. 

주요 선진국에서도 IMO의 환경규제에 맞춰 선박에 의한 환경오염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유럽연합(EU)에서는 2015년 7월 이후 유럽지역 내 항만을 운항하는 모든 선박에 대해 매년 이산화탄소 배출량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미국 또한 친환경 항만정책인 Clean Port USA를 통해 항만의 오염물질 배출 감소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 해운사들은 스크러버(탈황설비)를 장착하거나 저유황유를 사용하는 식으로 환경규제에 대처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친환경 연료로 엔진을 작동하는 선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조선업계의 친환경 선박 기술 선점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는 이유다. 

▲ 포스코경영연구원이 발간한 '신조 발주 집중될 친환경 선박분야 경쟁 현황과 향후 전망' 보고서 내용 갈무리. 출처=포스코경영연구원

선박용 연료로서 기반시설을 확보해가는 중인 LNG 추진시스템을 수소나 암모니아와 섞어서 연소시키는 방식으로 변경하거나 전기추진체계를 적용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 등을 활용하는 선박도 등장하고 있다. 해당 선박들은 선박 건조와 운항비용 측면에서 경제성을 확보해 물류비가 급격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암모니아는 연소 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청정 대체 연료다. 공급 안정성과 보관·운송·취급이 비교적 용이해 탈(脫)탄소 시대에 적합한 선박 연료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아울러 리튬 배터리 기반 에너지저장시스템은 선박 내 발전기와 전력부하를 제어해 선박 운항 시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일 수 있으며 연료 절감도 가능하다. 연료전지와 함께 미래 선박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향후 10년간 LNG연료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 부문에서는 국내 조선사들의 리더십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그러나 이후에도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중일 모두 탈 LNG분야 기술에서는 시작 단계인 만큼 핵심 기술 선점으로 조선시장의 초격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