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GS칼텍스가 최근 사흘 동안 롯데렌탈·현대자동차(005380)·한국전력(015760) 등과 연달아 전기 자동차 관련 업무 협약(MOU)을 체결해 시선이 집중된다.

전통적 정유 업체인 GS칼텍스는 지난해 전기차 충전 사업에 뛰어든 이후 미래 모빌리티 관련 사업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타진하는 모습이다. GS칼텍스가 올해 하반기 들어 공식적으로 알린 MOU는 5개로, 모두 주유소를 모빌리티 거점으로 활용하는 내용들이다.

주유소를 모빌리티 허브나 복합 에너지 스테이션, 이커머스 물류 거점 등으로 전환하는 흐름은 이미 가시화됐다. 동종 업체들이 속속 주유소의 화려한 변신을 꾀하는 가운데, GS칼텍스는 특히 모빌리티 영역 선점을 염두에 두고 전기차 관련 네트워크를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모습이다.

정유사가 전기차 관련 산업에 끼어드는 방법 

GS칼텍스는 지난해 1월 ▲전기차 모바일 플랫폼 ▲전기차 충전기 ▲전기차 공유 서비스 등을 확보하기 위해 LG전자·소프트베리·시그넷이브이·그린카 등과 MOU를 체결, 주유소에서의 전기차 충전 서비스 사업을 본격화했다.

현재 GS칼텍스는 전국 40개 주유소에 100킬로와트(kW)급 급속 충전기 46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급속 충전기 설치 주유소를 올해까지 70곳, 오는 2022년까지 16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 같은 전기차 충전 사업 확대를 위해 GS칼텍스는 기업과 렌터카 이용자들를 고객으로 끌어모으고 있다.

▲ 25일 GS칼텍스-한국전력 '기업형 전기 자동차 충전 서비스 모델 개발 협력' 업무 협약(MOU) 체결식이 열린 가운데, (왼쪽부터) 허철홍 GS칼텍스 경영혁신부문장·김정수 GS칼텍스 전략기획실장·이준호 한전 신재생사업처장·한규완 한전 사업전략실장 등이 기념 촬영에 임하고 있다. 출처=한국전력

GS칼텍스는 25일 한국전력과 '기업형 전기차 충전 서비스' 관련 MOU를 맺었다. 이에 따라 GS칼텍스의 법인 고객들은 전국에 분포한 8600개의 한전 전기차 충전기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며, GS칼텍스는 주유소의 세차·정비 등 부가 서비스들을 한전의 전기차 충전 시설 이용 법인 고객들에게도 제공한다.

GS칼텍스는 다수 물류·운송 분야 모빌리티 업체들을 고객으로 유치하고 있고, 한전은 국내 최대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어 서로 니즈가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또 한전은 GS칼텍스에 급속 충전기를 보급할 예정이다. 양 사 모두 전기차 충전 사업을 하고 있으나, 윈윈 전략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은 GS칼텍스의 전국 2800여개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해 전기차 이용률을 높일 수 있고, GS칼텍스는 부족한 급속 충전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양 사는 각각의 전기차 충전 플랫폼이 연동되는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하며, 각 사의 전기차 충전 요금 결제가 호환되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GS칼텍스는 지난 23일 국내 렌터카 1위 업체인 롯데렌탈과 '전기차 렌터카 충전' 관련 서비스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GS칼텍스가 롯데렌탈의 장기 렌트 고객을 대상으로 최저 요금 수준의 급속 충전 서비스와 세차 할인권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로, 롯데렌탈은 약 8000대의 전기차 렌터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양 사는 전기차 렌터카 보급 및 인프라 구축 등 신사업 발굴에도 협력할 계획이다. 앞서 GS칼텍스는 롯데렌탈의 자회사인 차량 공유 업체 그린카와의 제휴로 전국 주유소 130여곳에 공유 차량을 배치해 주차 및 차량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GS칼텍스는 맞춤형 차량 서비스 제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빅데이터 수집 및 활용에 역점을 두는 모습이다.

GS칼텍스는 이달 24일 현대차와 '데이터 기반 서비스 개발을 위한 업무 협약(MOU)'을 맺고, 전기·수소·액화 석유 가스(LPG) 차량의 ▲주행 ▲주유·충전 ▲세차 ▲정비 등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 사의 데이터를 공유하기로 했다.

지난달 데이터 3법 시행으로 기업 간 가명 정보 결합이 허용됨에 따라, 함께 소비자 데이터를 구축해 차량 서비스의 개인화 수준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양 사는 우선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 뒤 차량 부품 교체 상황 및 연료 교체 주기, 안전 운전 습관 등에 대한 데이터를 모아 운전자의 서비스 경험들을 개선할 방침이다. 이어 다양한 사업 분야와 연계한 서비스도 함께 개발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GS칼텍스-롯데렌탈 MOU도 이와 비슷한 사례다. QR코드 결제 서비스와 충전소 정보 등을 제공하는 업체인 소프트베리도 해당 MOU에 참여하면서, GS칼텍스와 롯데렌탈은 각각 전기차 충전 시설과 전기차 렌터카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공유하게 됐다.

▲ 전기 자동차용 배터리 안전 진단 서비스의 시스템. 출처=LG화학

GS칼텍스는 빅데이터를 이용해 '전기차용 배터리 특화 서비스'도 개발한다.

GS칼텍스는 지난 7월 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1위 업체인 LG화학을 비롯해 시그넷이브이·소프트베리·케이에스티모빌리티·그린카 등 다수 업체들과 MOU를 체결, 전기차 충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배터리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개선하기로 뜻을 모았다.

우선 배터리 안전 진단 서비스부터 개발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그린카와 케이에스티모빌리티의 전기차가 GS칼텍스의 전기차 충전소에서 충전되는 동안 차량 주행·충전 데이터가 클라우드에 저장되고, 이를 LG화학의 알고리즘이 분석해 배터리의 상태와 위험성을 진단한 후 시그넷이브이의 충전기로 정보를 즉각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운전자는 스마트폰으로 소프트베리의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 해당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내년 실증 사업 완료 후 국내에 론칭될 예정이며, 오는 2022년에는 해외 시장에도 진출할 것으로 계획됐다.

또 GS칼텍스는 이를 토대로 배터리 수명을 개선할 수 있는 스마트 충전 및 잔존 수명 예측 서비스 등도 만들 방침이다. 전기차가 충전되는 동안 배터리 안전 진단과 스마트 충전, 잔존 수명 예측 등 서비스들이 한번에 적용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동력·크기 불문…상용화된 모빌리티면 모두 오라

GS칼텍스의 주유소는 전기 자전거 등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거점으로도 확장되는 모양새다.

GS칼텍스는 지난 7월 카카오모빌리티와 MOU를 체결, 8월부터 서울 송파구·인천·전주·울산 지역 주유소 5곳의 유휴 공간에 전기 자전거 '카카오 T 바이크'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시설을 놓기로 했다.

아울러 GS칼텍스의 자회사인 GS엠비즈도 해당 MOU에 참여, 프랜차이즈 자동차 정비소 오토오아시스에서 전기 자전거 정비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원래는 지역별 전담 운영팀을 통해 전기 자전거를 일괄 수거 후 충전·정비 하는 방식으로 관리해왔으나, 앞으로는 전국 곳곳의 GS칼텍스 주유소 및 GS엠비즈 오토오아시스를 충전·정비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GS칼텍스는 또한 지난 2019년 전동 킥보드 공유 업체 라임과 파트너십을 맺고 전국 주유소에서 전동 킥보드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한 바 있다.

한편, GS캍텍스는 전기 모빌리티 뿐 아니라 수소 기반 모빌리티도 의식하는 모습이다. GS칼텍스는 올해 5월 현대차와 협업해 서울 강동구에 있는 주유소·LPG 충전소 부지에 수소 충전소를 설치하기도 했다.

미래 먹거리에 뛰어들었지만, '정유사' 정체성 포기 못 해

GS칼텍스는 지난 24일 지속적으로 모빌리티 관련 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같은 행보는 정유 업체에서 모빌리티 사업자로 탈바꿈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재생 에너지 기반으로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내연 기관 자동차 시대가 저무는 속도도 가속화된 마당에, 석유 업계에 사상 최악의 불황을 가져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종식될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정유 4사(GS칼텍스·SK이노베이션·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상반기에만 5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으며, 하반기에도 석유 수요의 회복세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유 업체의 수익에 직결되는 정제 마진 역시 아직 1달러의 '고지'를 넘지 못하고 플러스(+)와 마이너스(-) 사이에서 제한된 등락만 반복하고 있다. 기존 주력이던 석유 사업의 수익성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GS칼텍스는 모빌리티 시장 진출을 두고 아직 사업성을 재단하고 있는 과정일 뿐이며, 주력을 '본업'인 정유 사업에서 모빌리티 관련 분야로 옮기는 것 또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MOU인 만큼 관련 사업들이 실체화되기 전이다"며 "주유소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의 가능성을 모색해 보는 시험 단계로 봐 달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