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의 스타트업 윰마(Youmma)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아프리카의 영세 자영업자들이 갖고 싶어하는 소위 선불제(pay-as-you-go) 태양열 냉장고를 개발했다.    출처= Youmma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찌는 듯한 더위에서 냉장고 없이 음식을 신선하게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거의 6억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이 지역에서 전기 냉장고를 공급하기는 어렵다.

바로 그곳으로 브라질의 스타트업 윰마(Youmma)가 들어왔다. 이 회사는 아프리카의 영세 자영업자들이 갖고 싶어하는 소위 선불제(pay-as-you-go) 태양열 냉장고를 개발했다. 윰마의 모회사인 니덱 글로벌 어플라이언스(Nidec Global Appliance)의 연구개발부장 안드레 모리에센은 이 냉장고가 아프리카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약품을 안전하게 보관하며, 가게의 제품을 더 오래 신선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9년 출시 이후 약 2000대의 윰마 냉장고가 판매되었는데, 고객의 80%가 영세 자영업자들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효율적 냉장고

100리터 용량의 소형 윰마 냉장고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지역에서 사용되도록 설계되었으며 일반 냉장고 에너지의 4분의 1을 소비한다고 니덱은 밝혔다. 작은 태양 전지판과 소형 배터리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이다. 배터리는 햇빛 없이 하루 반나절 동안 냉장고를 가동시킬 수 있다.

고객들은 매일 휴대폰으로, 케냐의 태양에너지 회사인 엠코파(M-Kopa)를 통해 휴대폰으로 냉장고 값을 할부로 지불한다. 신규 엠코파 고객은 100달러의 보증금을 지불하고, 일일 결제액은 태양광 조명 장치와 옥상 태양광 패널 설치 비용을 포함해 1달러에서 1.50달러 정도이고, 사용자가 결제를 하지 않으면 냉장고는 결제할 때까지 작동을 멈춘다.

할부금 납부 기간은 2년이며 2년 후에는 사용자가 냉장고와 태양열 발전 시스템을 완전히 소유하게 된다. 엠코파는 기존 냉장고보다 약간 더 비싸지만 태양광 조명 장치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지역에서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훨씬 비용이 적게 드는 셈이라고 말한다.

유엔개발계획(UN Development Program)의 기후변화 및 에너지 전문가 테레스 르는 선불제 결제 방식은 "수확철이 돼야 소득이 발생하는 농가나 현금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영세 상인들에게 매우 유용하다"고 말한다.

▲ 윰마 냉장고는 아프리카 시골 가정의 ‘삶을 바꾸는 상품’이 될 뿐만 아니라 매일 식료품을 사기 위해 시장에 가느라 하루에 몇 시간을 보내야 하는 여성들에게 ‘자유’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Youmma

하지만 엠코파 같은 선불 결제를 가능하게 해주는 파트너가 있다고 해도 태양열 냉장고는 일반 가정집에서는 여전히 구입하기에 비싼 물건이다. 그것이 아직 고객 대부분이 상인들인 이유라고 테레스 르는 말한다.

키오코 음왕게는 케냐 동부 키퉁고 마을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윰마 냉장고를 들여 놓은 이후 매출이 늘어 하루 할부금을 충분히 낼 수 있게 되었다.

"이 냉장고 덕분에 우유를 10일까지 보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고객도 늘었지요. 고객들은 내가 판매하는 우유가 상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으니까요.”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에서 태양열 냉장 저장을 위한 다른 대안들이 있지만, 그런 대안들은 나이지리아의 콜드 허브(Cold Hubs)와 케냐의 솔라 프리즈(Solar Freeze) 같은 대형 공유 냉장고 형태로, 대개 수확 후나 시장에서 생산물을 저장하는 데 사용된다.

삶을 바꾸는 냉장고

그러나 테레스 르는 윰마 냉장고가 유통망과 선불제 방식을 채택함에 따라 아프리카에서 일반 사용자들의 태양열 냉장고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니덱의 모리에센은 윰마 냉장고가 아프리카 시골 가정의 ‘삶을 바꾸는 상품’이 될 뿐만 아니라 매일 식료품을 사기 위해 시장에 가느라 하루에 몇 시간을 보내야 하는 여성들에게 ‘자유’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냉장고에 식품을 보관하면 식재료들을 더 많이 살 수 있어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윰마는 현재 우간다와 케냐에서 냉장고를 판매하고 있으며 조만간 나이지리아, 탄자니아, 잠비아, 코트디부아르, 세네갈까지 진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