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양사가 최근 실적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중국 시장을 새롭게 공략하고 나섰다. 현지에서 열리는 모터쇼에 참가해 각종 신차를 선보이고 재편한 시장 전략을 공표하는 등 방안으로 사업 의지를 어필했다.

양사는 최근 수년 간 사드 사태 등 국가 간 지정학적 갈등을 비롯해 격화한 시장 경쟁으로 인해 갈수록 저조한 실적을 보여왔다. 현대차, 기아차의 작년 자동차 판매량은 각각 65만대, 29만6000대로 하락세다. 두 기업은 신차의 상품성을 시장에 인지시키는 동시에 전기차 비전을 제시하고, 판매 방식을 비롯한 고객 서비스를 다각도로 개선함으로써 실적을 개선해나갈 방침이다.

▲ 현대자동차가 지난 3월 처음 공개한 전기차 컨셉트카 프로페시. 출처= 현대자동차

현대차, 신차 라인업 확대…고성능 전기차 중국서 첫 공개

현대자동차는 26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국제전시센터(CIEC)’에서 개막한 ‘2020 베이징 국제모터쇼(이하 베이징 모터쇼)’에 참가했다.

현대차는 내달 5일까지 열흘 간 열리는 모터쇼 현장에 1467㎡에 달하는 면적의 전시공간을 마련하고 각종 컨텐츠를 전시했다.

현대차가 베이징 모터쇼에서 밝힌 시장 공략의 키워드는 ‘신차, 전동화, 판매 방식 다각화’로 꼽힌다.

현대차는 이번 모터쇼에서 중국형 아반떼와 신형 투싼을 중국 최초로 공개했다. 중국형 아반떼는 앞서 지난 5월 한국에 출시된 7세대 아반떼를 중국 시장에 맞춰 재구성된 차량이다. 3세대 플랫폼이 적용된 동시에 각종 안전편의사양을 장착한 특징을 갖췄다. 신형 투싼은 현대차의 디자인 정체성 ‘센슈어스 스포티니스’를 적용한 4세대 완전변경모델로 앞서 국내 공개된 모델과 거의 동일한 형태를 갖췄다.

현대차는 또 내년 전세계 투어링카 레이스(TCR) 대회에 투입될 판매용 경주차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N TCR를 세계 최초로 이번 모터쇼에서 공개했다. TCR은 완성차 업체별 양산차를 레이싱카로 개조한 뒤 출전하는 대회다. 현대차는 이와 함께 i20 N, 코나 N, 아반떼 N 등 고성능 N 모델을 내년 중국에 출시할 계획을 알렸다. 또 한국에서만 생산하고 있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를 공개하고, 향후 현대차 브랜드 모델로 현지에 수출 판매할 것이란 계획을 공표했다.

현대차는 앞서 작년말 공개한 친환경차 전략을 중국에서 직접 발표했다. 현대차는 오는 2025년까지 하이브리드, 순수전기차, 수소차 등 모든 전기차종으로 구성된 친환경차 44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또 같은 기간까지 전기차 연간 판매 목표 67만대를 달성함으로써 세계 3대 전기차 생산 업체로 도약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대차는 이번 모터쇼에서 전기차(EV) 콘셉트카 프로페시와 함께 고성능 전기차 ‘RM20e’를 일반 대중에게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RM20e는 전용 모터를 바탕으로 최대출력 810마력(596㎾), 최대토크 97.9 kg·m(960Nm) 등 수준의 구동력을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100㎞/h까지 3초 내 도달할 수 있다. 또 차량의 차체 중앙에 모터를 배치하고 후륜 구동방식을 적용하는 등 방식으로 주행성능을 더욱 끌어올렸다. 현대차는 RM20e을 통해 향후 고성능 브랜드 N의 전동화 계획을 예고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글로벌 전동화 비전을 발표하고 전략 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한 것은 전동화 기술 주도권 경쟁에서 앞장서 나아가고 있음을 전파하고 기술 선도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중국에 수입 모델을 판매하는 전략에 다시 한번 힘 주는 동시에 온라인판매 방식을 새롭게 내놓았다.

▲ 지난해 3월 미국 모터쇼 현장에 전시된 현대자동차 대형 SUV 팰리세이드. 출처= 현대자동차

현대차는 현대차 로고를 부착한 팰리세이드를 중국에 수출 판매함으로써 차량 라인업을 보강하는 동시에 그간 지지부진했던 대(對) 중국 한국수출 실적을 개선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차량을 중국에서 온라인 거래하는데 활용할 E2E 플랫폼을 선보였다. 현대차 차량을 구매하려는 중국 고객은 E2E 플랫폼을 활용해 시간·공간 제약 없이 차량 조회, 사양 선택, 시승 서비스 예약, 결제 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또 구매 결정 전 차량을 직접 보길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오프라인 서비스 H파트너도 운영한다. H파트너를 이용하는 고객은 상품 실물 설명 및 응대, 차량 시승, 번호판 등록 및 보험 가입 등 차량을 구매하는 과정에 대해 안내받을 수 있다.

현대차는 중국 30개 도시에 구축한 수입차 체험센터 35개를 통해 온라인·오프라인을 아우르는 구매 경험을 제공할 방침이다.

▲ 기아자동차가 작년 서울에서 공개 행사를 열고 처음 국내에 실물을 선보인 K5. 출처= 기아자동차

기아차, 젊은 중국 고객 정조준…내년 하반기 카니발도 출시

기아자동차도 이번 베이징 모터쇼에 참가해 전략과 신차 라인업을 발표하는 등 시장 공략에 공들인다.

기아차는 내달 5일까지 열흘 간 진행되는 베이징 모터쇼의 현장에 전용 전시공간을 운영하는 한편 현지 전략과 신차를 공개했다.

기아차는 1191㎡ 면적의 모터쇼 전시 공간에 각종 볼거리를 마련했다. K5, K3, KX3, KX5, 스포티지 등 양산차와 함께 신형 카니발, K3 중국 투어링카 챔피언십(CTCC) 레이싱카 등 차량 10대를 전시했다. 또 현지 주력 모델 K5에 적용된 3세대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에 관한 전시물 3개를 선보였다. 젊은 고객을 겨냥한 기아차 기술력을 이색적으로 전달하려는 취지로 K5존과 CTCC 레이싱카 존을 별도 구성했다. 각 전시공간에는 바이두 3.0 유보, 1.5 터보 엔진, 2.0 터보 엔진, 스피닝 바이크 체험존 등이 마련됐다.

기아차는 또 현장에서 글로벌 전기차 선도 브랜드 구축을 위한 사업 체제 전환에 맞춰 마련한 중장기 전략과 비전을 발표했다. 기아차는 오는 2025년까지 전동화 사업 체제로 전환을 추진하고, 2030년 전동화 모델의 판매 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 볼륨 모델을 육성해 현지 시장 점유율을 향상시키고 매년 프리미엄 차량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커넥티드 기술을 신차에 다채롭게 적용하는 등 방안으로 브랜드 경쟁력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기아차는 중국에서 새로운 브랜드 방향성으로 ‘젊은 세대에 영감을 주는 트렌드 세터(Trend setter inspiring young generation)’를 제시했다.

리펑 둥펑위에다기아 총경리(부사장)는 “기아차 중국법인은 새로운 전략을 바탕으로 경쟁이 치열한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굳건히 발전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차별화한 기술과 제품으로 중국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또 중국 시장을 공략할 신차인 신형 카니발을 현지에 처음 공개했다. 신형 카니발이 기존 미니밴의 디자인이나 실내공간, 편의사양을 대폭 개선한 점으로 중국 소비자들에게 소구할 계획이다. 기아차는 내년 하반기부터 중국에 신형 카니발을 판매할 예정이다.

기아차는 또 이달 초 출시한 중국형 올 뉴 K5를 전시했다. 신형 K5는 디자인 개선, 12.3인치 계기판, 3세대 신규 플랫폼, 가솔린 1.5 터보 엔진 등을 갖춘 점으로 중국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스벤 파투쉬카 현대차·기아차 중국기술연구소 소장은 “기아차는 중국 내 젊은 고객들의 니즈에 기반을 둔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중국 내 트렌드 세터로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젊은 감성의 차량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