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콜라의 수소 세미 트럭 '니콜라 1'. 출처=니콜라

[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최근 사기 논란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미국 수소 트럭 스타트업 니콜라가 또 한번 구설수에 올랐다. 이번에는 트럭 디자인도 돈을 주고 샀다는 주장이 나왔다.

26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익명의 관계자 2명이 언급한 내용을 인용해, 트레버 밀턴 니콜라 창업자 겸 전 최고 경영자(CEO)가 직접 설계했다고 밝힌 '니콜라 1'의 디자인이 사실은 다른 전기차 업체의 디자이너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밀턴 창업자가 지난 2015년 크로아티아 전기차 업체 리막을 방문했을 때 리막의 디자이너인 아드리아노 머드리에게 수천 달러를 주고 트럭 디자인을 구입했다는 설명이다. 당시 머드리는 대학교 졸업 작품으로 만들었던 컴퓨터 설계 도면과 가상 3D 모델을 밀턴 창업자에게 판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주장은 니콜라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벌이고 있는 특허권 침해 소송전에서 나왔다.

앞서 니콜라는 2018년 5월 테슬라의 첫 상용차 모델인 '세미 트럭'의 디자인에 대해 니콜라 1의 디자인을 무단으로 도용한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니콜라 측은 "니콜라 1 디자인 경우 밀턴 창업자가 지하실에서 만들기 시작했으며, 이후 니콜라의 다른 직원들도 설계에 동참해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니콜라 1 개발에만 수백만 달러가 투입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테슬라는 이달 23일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니콜라 1 디자인이 머드리의 디자인을 기초로 만들어진 사실이 알려졌다면 특허 출원이 성립되지 않았을 것"이라 반박, 니콜라의 특허 자체가 무효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테슬라 측은 밀턴 창업자가 니콜라 1 디자인 관련 특허를 출원할 때에도 머드리를 발명자로 적시하지 않았다며 "(대중을) 기만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니콜라 측은 "니콜라가 직접 니콜라 1을 디자인 한 것이 맞으며, 특허도 있다"고 기존 주장을 거듭하는 한편, "차량 개발 과정에서 제3자의 디자인을 구매하는 일은 흔하며, 니콜라가 머드리의 디자인을 샀으나 해당 디자인은 니콜라 1 디자인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반박했다.

니콜라 1 디자인 특허 출원은 밀턴 창업자와 머드리가 만난 후인 2015년 12월에 이루어졌다.

FT는 이날 "트럭 디자인과 관련해 니콜라의 지적 재산권에 대한 새로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평했다. 

니콜라는 지난 10일 미국 금융 분석 업체 힌덴부르크리서치가 니콜라의 사기 의혹을 제기한 보고서를 발간한 이후부터 휘청이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니콜라 및 밀턴 창업자가 세미 수소 트럭 '니콜라 1'의 운행 시연 영상을 조작했으며, 아직 수소 연료 생산 등 핵심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또 밀턴 창업자가 니콜라 창업 전 다른 스타트업을 운영할 때 사기를 친 정황도 언급된 바 있다. 결국 밀턴 창업자는 니콜라 '사기설'이 제기된 지 열흘 만인 지난 20일 사임했으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와 법무부가 니콜라 사기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니콜라가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 대형 에너지 기업들과 진행해 온 수소 충전소 건설 관련 협상도 중지되는 등 니콜라의 전반적인 행보에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니콜라 주가는 이날 19.46달러로 장을 마쳤다. 나스닥 상장 후 최저점이며, 전고점 대비 80% 수직 하락한 가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