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쏘카 VCNC가 28일 국토교통부로부터 택시운송가맹사업 면허를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타다 라이트라는 브랜드며 올해 안에 서울과 부산을 시작으로 가맹택시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조만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GPS 기반 앱미터기 운행 임시허가 취득을 위한 규제샌드박스 심의를 신청하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분위기다.

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경쟁이 가맹택시라는 새로운 전장에서 뜨겁게 불타오를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기업의 자금력을 동원할 수 있으나 손발이 묶인 경험이 있는 우버와 이미 기존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으나 정치권을 중심으로 난타당하는 카카오 모빌리티, 자금력은 떨어지지만 타다 베이직의 향수를 타고 카카오 모빌리티의 대항마로 부상하는 타다 라이트의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 출처=갈무리

가맹택시 전격전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타다 베이직 쇼크 후 플랫폼 택시 전성시대를 맞이하는듯 했다. 타다 베이직이 빠르게 승객을 유치하며 성공했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택시기사들의 무조건적인 주장만 받아들인 정부의 패착으로 인해 뒤늦게 등장한 플랫폼 택시(혁신형) 서비스는 크게 뒤틀려 왜곡됐으며, 타다 베이직의 뒤를 잇는 플랫폼 택시 로드맵은 아직 나오지 못한 상태다. 

택시 기여금을 내고 차량 총량 규제도 받는 한편 유가보조금과 부가세 감면 혜택은 없는데다 새로운 차량을 매입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 영역에서는 카카오 T벤티 정도가 의미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성장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크다.

반대급부로 가맹택시 시장이 모빌리티 업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여객자동차법이 개정돼 가맹사업 면허 기준이 500대로 낮아지며 다수의 모빌리티 기업이 속속 기회를 포착해 뛰어들고 있다.

서비스 1주년을 맞이한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카오T 블루와 KST모빌리티의 마카롱택시가 활동하는 가운데 최근 이 업계에 뛰어드는 플레이어들도 많아지고 있다.

반반택시로 유명한 코나투스가 대표적이다. 지난 8월 반반택시 그린 플랜을 발표하며 시동을 걸었다. 반반택시는 2019년 7월 ICT 규제 샌드박스 모빌리티 사업자 1호로 선정돼 같은 해 8월 국내 최초로 합법적 동승 호출 서비스를시작하며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 의미있는 행보를 보인 바 있다. 개시 초반에는 먼저 1000대 규모로 시범 서비스를 실시하고, 이후 순차적으로 차량 대수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반반택시 그린의 요금은 일반 중형 택시 운임에 수수료 1000원이 추가된 금액이다. 승객은 수수료를 지불함으로써 이동 전반에서 필요한 케어를 보장받는다. 단, 시범 기간에는 수수료가 면제되어 일반 택시 요금과 동일한 금액으로 반반택시 그린을 이용할 수 있다. VCNC와 동일한 날, 국토부로부터 여객자동차운송가맹사업 신규 면허를 받았다.

코나투스 김기동 대표는 "모빌리티 스타트업으로서 지난 1년 동안 승객과 기사가 상생할 수 있는 서비스모델을 지속적으로 구현해왔다”라며 “더욱 고도화된 4가지 혁신 모델과 함께 가맹 택시 브랜드 반반택시 그린을 통해 승객에게는 최상의 택시 탑승 경험을, 기사에게는추가 수익 창출의 혜택을 제공해 모빌리티 업계가 더욱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콜택시 업체 나비콜도 여객자동차운송가맹사업 신규 면허를 받았다. 이런 가운데 현대자동차의 지원을 받는 유모스탭의 포티투닷, 글로벌 모빌리티 업체 우버도 가맹택시 사업에 뛰어들 것을 분명히 했다. 우버의 경우 국내 가맹택시 사업 진입을 두고 다양한 가능성 중 하나라는 입장을 보이지만, 공정거래위원회에 운송가맹사업을 위한 정보공개서를 등록하는 등 관련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 출처=코나투스

누가 이길까
가맹택시 사업은 지역을 기준으로 한다. 나비콜이 서울과 대구, 타다 라이트가 서울과 부산, 반반택시 그린은 수원과 전주에서만 초기 운영된다는 설명이다. 그런 이유로 시장 초기 각 가맹택시 사업자들은 일부 지역이 겹치기는 하지만 시작부터 난타전을 벌일 가능성은 낮다. 무엇보다 가맹택시 사업을 ICT로 끌어내는 작업 자체가 초반이라 모험을 하기도 부담스럽다.

다만 카카오T 블루가 최근 경남 포항과 경산으로 사업구역을 넓히고, 가맹택시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조만간 사업자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가장 강력한 업체는 카카오 모빌리티다. 카카오T 블루를 내세운 카카오 모빌리티는 지난해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규제 샌드박스 심의를 통해 ‘GPS 기반 앱미터기’ 사업에 대한 임시허가를 받은데 이어, 올해 6월 마련된 국토부의 ‘앱미터기 임시검정 기준안'을 1호로 통과하며 시장을 개척하는 플레이어로 활동하는 중이다.

▲ 출처=카카오

기본적인 택시 호출을 넘어 주차, 내비, 대리운전은 물론 퍼스널 모빌리티와의 연결성도 뛰어나다. 최근에는 카카오T 셔틀이라는 이색적인 실험에도 나서며 모빌리티 전반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카카오T 블루는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오의 시너지를 타진하면서 260만명이 넘는 이용자를 보유한 카카오T 앱의 저력과 절묘한 화학반응도 일으키는 중이다. 가맹택시 사업 자체로만 보면, 가장 빠르고 기민하게 뛰어들었기에 시장 장악력 자체가 매우 높다.

약점도 있다. 당장 택시업계의 반감이 거세다. 지난 카풀 논란 당시부터 택시업계는 카카오 모빌리티와의 새로운 모빌리티 연합을 끌어왔으나, 최근 가맹택시 등 모빌리티 전반를 거치며 '카카오 종속'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몇몇 지역택시 사업자들은 카카오 종속을 우려해 가맹택시 사업에서 반 카카오 연대를 타진하는 일도 벌어진다. 

지역 광역시의 택시업계 대표는 <이코노믹리뷰>와의 대화에서 "카카오 모빌리티가 모든 가맹택시 시장을 집어삼킬 수 있다"면서 "택시업계도 카풀 논쟁 등을 거치며 빅데이터의 중요성 등 모빌리티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특히 젊은 택시회사 사장들을 중심으로 이대로 카카오에 끌려다닐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고 말했다.

모 광역시의 경우 전체 운행 택시의 절반이 카카오 모빌리티의 가맹사업에 뛰어들자, 다른 절반을 가진 택시회사가 직접 타다의 가맹택시에 관심을 보이며 협상을 시도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양측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관련 협상 자체가 '카카오 종속'에 대한 공포에서 기인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최근 불거진 카카오 모빌리티 카카오T 블루 콜 몰아주기 논란의 배경에도 카카오 종속에 대한 공포가 있다. 결론적으로 카카오T 블루의 콜 몰아주기는 카카오 모빌리티의 해명으로 해프닝에 그치는 분위기지만, 카카오 모빌리티가 영업상의 이유로 관련 알고리즘을 공개하지 못하는 이상 비슷한 논란은 지속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 문제는 역으로 카카오T 블루 가맹택시에 가입한 택시들의 처우에 대한 골치아픈 화두를 던지기도 한다. 카카오T 블루의 콜 몰아주기가 없다는 것은 가맹택시에 대한 혜택도 거의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결국 카카오 모빌리티는 시장의 지배자적 위치에서 초기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하는 숙제도 가지고 있다.

우버도 중요한 변수다.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하는 우버가 가맹택시 사업에 본격 진출할 경우 막대한 자금력을 통한 강력한 후폭풍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버는 글로벌 스탠다드 플랫폼을 가지고 있으며, 코로나19가 어떤 방식으로든 종식될 경우 이를 바탕으로 하는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우버도 국내서 활성화되지 않았으나 다양한 모빌리티 파생 서비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국내 상황에 접목할 경우 파괴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여지도 있다.

다만 호줄 중개 서비스는 이미 유명무실한 상태에서 프리미엄 서비스도 최근 그 주도권이 카카오 등에 넘어간 상태다. 이런 가운데 막강한 자금력과 글로벌 스탠다드 인프라로 개인택시를 중심으로 가맹택시 사업에 뛰어들어도 생각보다 큰 존재감을 보이기는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무엇보다 우버의 등장에 국내 업체들이 반감을 보이며 '국부유출' 논란을 일으켜 정부의 공격이 시작될 수 있고, 우버 스스로가 한국 시장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역력한 것도 부담이다. 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사법 리스크가 많이 해소됐다고는 하지만, 우버 본사 입장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집중도가 낮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버 코리아의 직원 숫자가 최근 많이 줄었다는 것이 증거다.

이런 가운데 타다가 타다 라이트를 통해 가맹택시 사업에 뛰어들며 시장이 또 요동칠 전망이다.

모기업 쏘카와의 시너지가 눈길을 끈다. 500억원 투자 유치 직전인 상황에서 최근 600만 회원을 돌파했으며 2018년 말 차량 구독 서비스 쏘카패스를 출시한 가운데, 8월 21일 기준 구독자가 21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아가 VCMC는 타다 베이직은 멈췄으나 쏘카처럼 타다 프리미엄 및 타다 골프 등 다양한 파생 서비스를 가동하는 한편 타다 대리운전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 출처=VCNC

현 상황에서 쏘카는 기본적인 카셰어링에 쏘카 패스와 같은 구독 비즈니스 모델을 가동하는 중이다. 여기에 SK와 협력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다면 그 자체로 기반 인프라를 완성할 수 있다. 그 연장선에서 VCNC를 중심으로 대리운전 비즈니스를 타진하는 한편 카카오T 블루와 같은 타다 라이트를 성공적으로 끌언낸다면 훌륭한 모빌리티 기반 생태계가 창출된다.

VCNC가 반 카카오의 선봉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오랫동안 택시업계와 각을 세웠으나, 이러한 인식은 현재에 이르러 오히려 '택시업계와 손 잡았던 카카오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기류로 발전하는 중이다. 이를 적절히 활용하면 타다 베이직의 영역 확장은 의외로 손 쉽게 벌어질 수 있다.

그러나 반 카카오의 선봉이라는 프레임은 그 자체가 타다 라이트의 잠재력을 제한하는 제동장치가 될 수 있다. 타다 라이트의 강점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카카오의 대항마를 찾기 위해 택시업계가 접근할 경우 VCNC는 '본연의 로드맵'을 가동할 여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최근 한 광역시 택시회사와의 협상도 이런 관계로 지지부진해졌다는 말이 나온다.

500억원 투자 유치 가능성에 다양한 모빌리티 전략도 가동하고 있으나, 카카오 모빌리티와 직접 부딪치기에는 규모의 경제에서 크게 밀린다는 약점도 있다. 무엇보다 강력한 모빌리티 앱 생태계를 가진 카카오 모빌리티에 비해 VCNC의 타다 앱은 아직 제한적인 기능만 제공하며, 당연히 생활밀착형 서비스로의 발전은 요원하다. 이런 약점들이 타다 라이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 외에 코나투스, 나비콜 등의 존재감은 현 상황에서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카카오 모빌리티와 함께 가맹택시 사업에 일찌감치 뛰어든 마카롱 택시의 KST모빌리티도 준수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카오T 블루를 뛰어넘을 한 방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