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관 한화솔루션 신임 대표이사. 출처= 한화그룹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28일 발표된 한화그룹의 대표이사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내용은 바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전 한화솔루션 부사장의 대표이사(전략부문) 선임이다. 아직 김승연 회장이 경영 일선에 있기에 김동관 대표의 그룹 내 입지를 논하는 것은 다소 시기상조이지만 분명 그가 한화그룹에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인물인 것은 분명하다. 

김 대표가 우선 높게 평가받는 것은 맡겨진 일들에서 좋은 ‘성과’를 거둠으로 역량을 증명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한화의 미래로 여겨지는 신재생 에너지 부문이 성장하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김 대표는 2015년 한화큐셀의 영업실장을 맡아 전천후로 활약하며 회사가 흑자 전환을 이루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화큐셀은 2011년부터 2015년 1분기까지 약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함으로 한화 내에서 한동안 ‘골칫거리’로 여겨졌었다.  

그러다가 2015년 미국의 전기 서비스 기업 넥스트에라에너지사와 1.5GW 모듈 공급계약을 체결함으로 제품을 수출하기 시작하면서 그해 2분기부터 한화큐셀은 흑자 전환했다. 일련의 성장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김 대표는 전무로 승진했고, 한화큐셀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으로 승승장구하기 시작한다.

 ▲ 한화솔루션 사업 영역. 출처= 한화솔루션

18억80만달러 수준이었던 2015년 한화큐셀의 연간 매출은 약 일 년 만에 34.8% 상승한 2016년 24억2660만달러까지 성장한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790만달러에서 2억750만달러로 성장했다. 김 대표의 전천후 활약으로 한화의 태양광 사업부문은 지난 2015년 흑자 전환을 이룬 이후 한화는 글로벌 신재생 에너지 시장에서의 우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김 대표의 활약을 통해 안정적 사업의 기반을 마련한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사업부문의 호실적으로 코로나19 악재를 뚫고 올해 1분기와 2분기 연속으로 1000억원이 넘는 흑자를 낸다. 이후 김 대표는 장기 관점에서 한화솔루션의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것에도 많은 부분을 기여했다. 그는 미국의 에너지 소프트웨어 회사(GELI)를 인수를 주도해 빅데이터·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 기반 에너지 사업 진출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아울러 지난 8월에는 315MW 규모 포르투갈 발전소 사업권 수주, ESS 결합 태양광 발전 사업 진출 등 사업의 확장을 일궈냈다. 

▲ 니콜라의 기술 역량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힌덴버그 리서치. 출처= 힌덴버그 리서치

한화는 김 대표의 인사에 대해 “친환경에너지·첨단소재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사업재편, 미래사업 발굴 주도하며, 안정적 수익구조 창출에 기여한 공로를 고려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다”라고 설명했다. 

일련의 실질적인 성과들로 김동관 대표는 그룹에서 중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인재로써의 가치를 많은 이들에게 증명했다. 

그러나 대표이사 승진은 김동관 대표 개인적에게는 적지않은 부담감이다. 

이미 재계에서 그는 한화그룹의 ‘차기 최고 경영자’로 여겨지고 있다. 그가 보여준 경영의 역량을 감안하면 이러한 기대감은 어떤 면에서 자연스럽다. 그러나 김승연 회장이 아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지 않았고, 김 회장의 영향력 역시 건재하다. 현 시점에서 후계구도의 정점으로 거론되면서 아버지와 비교되는 것은 김 대표에게는 큰 부담감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사기 의혹으로 최근 글로벌 에너지 업계의 뜨거운 감자가 된 미국의 수소 전기차 사업회사인 니콜라와 관련된 문제도 아직 남아있다. 한화그룹은 지난 2018년 김동관 대표의 주도로 약 12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했다. 테슬라의 대항마로 여겨지며 미국 주식시장 상장과 동시에 엄청난 관심을 받은 니콜라는 “진짜 수소 전기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가”에 대한 추궁을 받기 시작했다. 급기야 최근 니콜라의 창업주 트레버 밀턴이 사태에 대해 특별한 해명 없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한 한화도 혼란한 가운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간 김동관 대표가 거둔 성과들을 고려할 때 한화그룹이 니콜라 건에 대한 책임을 당장 김 대표에게 물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상황을 어떻게 잘 수습하는가는 전적으로 김 대표에게 달려있다.  

한화가 김동관 대표에게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그가 지금껏 해 온 것처럼만 한다면 기대감을 모두 충족시키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가 앞으로 견뎌야 할 기대감은 이전까지 받은 기대감과 차원이 다르다. 한화가 주요 계열사의 최고 경영자로 그의 이름을 올린 것은 그가 김승연 회장을 이어 그룹을 이끌만한 재목인가를 한 번 더 시험하는 것과 같다. 김동관 대표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