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구글이 구글플레이에 입점한 앱의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인앱결제의 경우 30%의 수수료를 책정하는 정책을 확정했다.

이러한 사실이 외신을 통해 알려지자 구글은 29일 예정에 없던 온라인 세미나를 열어 관련 사실을 확정 및 공표했다. 퍼니마 코치카(Purnima Kochikar) 구글플레이 글로벌 비즈니스 개발 총괄은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인앱결제 수수료를 30%로 인상한다"면서 "기존 앱은 2021년 9월 31일까지, 신규 앱은 2021년 1월 20일까지 유예기간을 준다"고 말했다.

업계의 반발은 극에 달할 전망이다. 에픽게임즈와 공방을 벌이고 있는 애플도 현재 모든 앱에 인앱결제를 강제하면서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책정하지만, 구글의 경우 국내 시장 점유율이 63.4%에 달하는 등 압도적으로 높아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디지털 콘텐츠에 국한된 수수료 인상이라지만 ICT 스타트업 업계 일각에서는 "구글이 갑질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격앙된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구글은 여유로운 표정이다. 안드로이드는 유연하기 때문에, 다른 앱스토어를 쓰면 구글플레이 인앱결제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 퍼니마 코치카(Purnima Kochikar) 구글플레이 글로벌 비즈니스 개발 총괄. 출처=갈무리

"우리는 유연해, 괜찮지?"
퍼니마 코치카 구글플레이 글로벌 비즈니스 개발 총괄은 자사 구글스토어의 인앱결제 시스템을 설명하며 "마켓컬리나 쿠팡, 카카오T와 같은 물리적인 재화를 운용하는 앱들은 인앱결제 수수료 인상 대상이 아니다"면서 "구글은 인앱결제 수수료 인상을 바탕으로 새로운 에코 시스템을 창출할 것"이라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안드로이드의 유연함과 개방성을 미묘하게 비틀어 강조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실제로 퍼니마 코치카 총괄은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안드로이드 디바이스 85%는 두 개 이상의 앱스토어가 설치되어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디바이스에는 구글플레이와 함께 갤럭시스토어가 선탑재되거나 혹은 한국 통신사의 원스토어가 설치되어 있다는 뜻"이라면서 "대안 앱 스토어가 있으니 이들을 이용할 경우 구글플레이의 인앱결제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안드로이드는 개방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다양한 앱 스토어를 지원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지만, 보기에 따라 이는 인앱결제 수수료에 반발하는 이들에게 '막강한 존재감을 가진 안드로이드를 쓰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당연히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전제한 상태에서 가해지는 은근한 압박으로 풀이된다.

퍼니마 코티카 총괄은 나아가 "구글플레이는 신용카드나 카카오페이와 같은 결제 수단이 아니라 결제 시스템일 뿐"이라면서 "우리는 특정 수단을 강조한 적 없다"고 비꼬았다. 인앱결제 수수료가 싫으면 다른 앱 스토어를 쓰면 되며, 구글플레이는 결제 시스템에 불과하기 때문에 문제제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비춰진다.

▲ 출처=갈무리

"인앱결제 수수료 높아지면 다 행복해"
퍼니마 코치카 총괄은 인앱결제 수수료 인상을 설명하며 앱 개발자와 고객 모두 윈윈할 것이라 밝혔다. 그는 "구글플레이 스토어의 인앱결제 수수료를 통해 구글은 새로운 투자를 단행하며 에코 시스템을 창출할 수 있다"면서 "고객은 신뢰할 수 있는 구글스토어에 들어와 투명하고 편리한 결제를 지원받으며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그는 "97%의 개발자들이 우리의 정책을 잘 따라와주고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한편 구글은 불만이 가득한 국내 ICT 업계에 선물 보따리를 내놓기도 했다. 한국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 발전을 위해 향후 1년간 1150억원(1억 달러) 규모의 ‘K-reate’(크리에이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디지털 콘텐츠 앱 생태계가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는 설명이지만 인앱결제 수수료 인상에 따른 국내 업계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사탕으로 보인다.

퍼니마 코치카 구글플레이 글로벌 비즈니스 개발 총괄은 “대한민국은 왓챠, 토도수학 등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자랑스러운 디지털 콘텐츠 개발사를 배출한 진정한 혁신 국가"라며, “구글은 크리에이트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디지털 콘텐츠 앱 개발사가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유저 또한 훌륭한 디지털 콘텐츠와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인앱결제 관련 토론회. 사진=전현수 기자

약탈적 행위...플랫폼 기업 한 숨
구글의 인앱결제 수수료 인상으로 앱 플랫폼 업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이미 예고된 일이지만, 구글스토어 인앱결제 수수료 상승의 여파는 국내 ICT 업계, 특히 스타트업 업계에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기 때문이다.

구글이 여전히 세금 포탈 논란에 휘말린 상태에서 당장 국내 ICT 스타트업 업계의 자산유출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최근 토론회에서 이태희 국민대학교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장(교수)는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컴투스 등 4대 모바일 게임사의 지난해 기준 매출 규모는 4조9230억원 규모"라면서 "앱 수수료로 구글과 애플에 지불한 수수료는 무려 1조4761억원에 달한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 교수는 "구글과 애플의 앱 수수료는 국내로 들어오지 않고 글로벌 사업자의 아일랜드 자회사로 간다"면서 "국내 모바일 게임산업 생태계 선순환에 도움이 되지 않는 구조"라 지적했다.

구글은 부정하고 있으나 인앱결제 수수료 인상으로 고객도 큰 피해를 볼 전망이다. 당장 앱들이 인앱결제 수수료 인상을 고객에 전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인앱결제 방식은 이용자 편의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수수료가 30% 수준으로 높아 PG사가 제공하는 신용카드, 계좌이체, 휴대폰 결제 등 외부 결제방식에 비해 적게는 4배, 많게는 30배가량 비싸다”면서 “그럼에도 수수료율은 지나치게 높아 그 자체로 문제이지만, 시장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앱 마켓 사업자가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 비판했다.

인터넷기업협회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행위 신고서를 제출한 상태다. 인기협은 “이번 구글의 정책변경은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내용에 위반됨이 명백하고, 이러한 구글의 행위가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인터넷산업 전반에 악역향을 끼칠 우려가 있어 방통위에 위반행위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그에 상응하는 행정처분을 요청하는 신고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신고서를 제출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정부도 실태조사를 통한 구글 인앱결제 수수료 인상의 타당성을 판단하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시간이 흐를수록 국내 앱 플랫폼 업계의 위축은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플랫폼 기업에 대한 압박에 들어간 가운데, 국내 앱 생태계는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