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데이터가 미중 두 나라의 관계가 지난 10년 동안 더욱 긴밀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 SCIO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세계 2대 경제대국인 미중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투자자와 분석가들 사이에서 두 경제가 점점 더 멀어져 기업들이 국제무대에서 활동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미국은 중국 기술업체 화웨이와 동영상 공유 앱 틱톡을 보유하고 있는 바이트댄스 같은 회사들에 대한 압박을 한층 강화함으로써 그들이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중국 정부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목록’으로 알려진 외국 기업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단절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표명했다.

그러나 다양한 데이터가 두 나라의 관계가 지난 10년 동안 더욱 긴밀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양국의 단절이 적어도 현재로서는 쉽게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라고 CNBC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중 상품 및 서비스 교역

미·중 관계의 상당 부분은 무역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실제로 두 나라는 수년 동안 서로 주요 교역 상대국이었다.

미 경제분석국 자료에 따르면, 양국의 무역이 2018년 관세전쟁 이후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지난해에도 양국간 상품과 서비스의 상호교역은 여전히 6,368억달러(750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양국의 무역 관계는 형평적이지는 않다. 상품 무역에서는 미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수입하지만, 서비스 교역에서는 그 반대로 중국이 미국에서 훨씬 더 많은 서비스를 구매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의 디커플링 가능성을 외치면서도, 오는 11월 대선에서 자신에게 중요한 텃밭인 미국 농민들을 달래기 위해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더 많이 구매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양국은 올해 초 합의한 소위 1단계 무역 협상에서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상품을 수입하는 데에 동의하도록 함으로써 상품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이 세계 경제를 강타한 가운데 긴장이 고조되면서 양국간 무역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공급망 관계

피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양국은 서로간의 직접 무역을 넘어, 지난 10년간 공급망 연결고리의 상승을 통해 상호의존도가 더욱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공급망이란 국내외에서 소비되는 최종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 원재료, 중간부품 또는 전문지식을 제공하기 위해 협력하는 기업들의 복잡한 네트워크다.

각 기업의 구체적인 공급망 기여도를 분석하는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3년에 글로벌 공급망 작동 방식에 대해 통찰력을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OECD의 최근 추정치에 따르면, 2015년 미국 내 총 소비재와 서비스의 12.2%(2.2조 달러)를 외국에서 조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컸다.

피치는 OECD 자료를 인용해, 미국 내 제조업체들은 중간재나 최종 제품을 위해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섬유, 전자제품, 기초금속, 기계류 제조업들의 의존도가 특히 크다고 지적했다.

역시 OECD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중국 국내에서 소비된 총 상품과 서비스의 약 14.2%(1.4조 달러)도 외국 공급업체가 차지하고 있다. 역시 중국의 가장 큰 해외 투자자는 미국으로 조사됐다.

피치는 "미국이 제조업에서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한편, 서비스 부문에서 중국은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 흐름

무역과 공급망의 상호 의존 관계가 복잡하게 서로 얽혀 있는 가운데,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중 간 투자 흐름도 낮아졌다.

공공 연구 및 정부기관 전문 컨설팅 회사인 로듐그룹(Rhodium Group)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양국 간 외국인 직접투자 및 벤처캐피털 거래액이 계속 하락했다.

로듐그룹은 이번 달 발표한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인의 미국 기술자산 인수 감소가 두드러진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반면 “미국의 대중국 투자는 상대적으로 ‘탄력성’이 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피치도 여러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많은 미국 기업들은 아직은 중국을 떠나는 것을 희망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피치는 지난해 중국 주재 미국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설문조사를 인용, 응답자의 83%가 제조시설이나 공급원을 중국 밖으로 이전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 잔류하려는 기업의 비율은 2017년 77%, 2018년 80%, 2019년 83%로 계속 상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