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이 앤 오로(Vrai & Oro)의 실험실에서 만든 다이아몬드를 차고 있는 배우 엠마 왓슨.    출처= Dia Dipasupil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 빌리 포터는 패션의 기회에 오르는 법을 아는 사람이다. 그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국 보석상 라크 앤 베리(Lark & Berry)에게 산 500개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착용하고 공연했다. 그가 착용한 다이어몬드는 그 어떤 다이어몬드보다 못지 않게 훌륭했지만 그것은 땅에서 캐낸 것이 아니라 실험실에서 만든 다이어몬드였다.

실험실 다이이어몬드를 착용하는 연예인은 포터만이 아니다. 서식스 공작 부인(Duchess of Sussex) 메간 마클도 네덜란드 브랜드 키마이(Kimai)의 귀걸이를 착용한 장면이 포착됐고, 레이디 가가도 2018년 영화 <스타 이스 본>(A Star is Born)에서 런던의 디자이너 아나벨라 챈이 만든 귀걸이를 차고 나왔으며, 미국의 가수겸 여배우 조이 크라비츠도 2019년 멧 갈라(Met Gala)에서 챈의 다이어몬드를 착용하고 나왔다.

채굴과 관련한 노동력 착취나 환경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전혀 없는 다이아몬드를 사는 것은 다이어몬드를 진품 여부를 걱정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일이라고 CNN이 29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실험실 다이어몬드

실험실에서 키운 다이어몬드는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그것은 1940년대부터 존재해 왔지만, 제너럴 일렉트릭(GE)이 1954년, 제조업 및 기술산업 용도로 최초의 합성 다이아몬드를 상업적으로 생산하며 크게 발전했다. 합성 다이아몬드는 천연 다이어몬드와 같은 높은 수준의 단단함과 전도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장신구용이 아니었기 때문에 무결점과 색상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합성 제품을 만들던 실험실들이 자연석처럼 보이게 만드는 기술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1980년대에 와서는 실험실 제조 공정이 다이어몬드를 평가하는 4가지 요소인 절단면, 선명도, 색상, 캐럿을 모두 충족하며 천연 다이어몬드에 경쟁하기에 충분할 정도에 이르렀다.

실험실에서 만든 다이아몬드는, 다이아몬드와 비슷하게 보이지만 화학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는 큐빅 지르코니아(cubic zirconia)나 모사나이트(mossanite)와는 달리, 화학적으로나 구조적으로 진짜와 똑같다.

다른 점은?

실험실 다이어몬드의 유일한 차이점은 돌의 형성에 필요한 강한 열과 압력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화학적 과정을 통해 시뮬레이션된다는 것이다. 두 가지 다 다이아몬드의 씨앗으로 알려져 있는 편평한 슬리더로 시작해 첫 번째 과정은 고압 고온(HPHT)이고 두 번째 과정은 화학 증기 증착(CVD)이다.

첫 번째 과정은 순수 흑연 탄소 사이에 슬리더를 넣은 다음 약 1500ºC의 극한 열과 평방인치당 약 1500만 파운드의 극한 압력에 노출시킨다. 두 번째 과정은 슬리더를 탄소로 농축된 가스로 채워진 방에 놓고 가열하는 것인데, 이 과정은 가스의 탄소 원자가 슬리더에 달라붙게 만들어 다이아몬드로 자라게 하는 것이다.

실험실에서 자란 다이아몬드의 우수한 품질은 이제 훌륭한 보석상들이 선택권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종류의 돌에 눈에 띄는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어떤 종류의 다이아몬드를 선호하느냐는 단지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이 선택에는 종종 윤리적 관점과 환경적 관점이 개입된다.

▲ 아나벨라 챈이 만든 실험실 다이아몬드 데이지 다이아몬드 초커(Daisy Diamond Choker). 출처= Anabela Chan

선택의 문제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다이아몬드 채굴하면, 분쟁이나 ‘피의 역사’와 관련된 끔찍한 환경과 노동 관행을 연상한다. 1989년부터 2003년까지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에서 일어난 일련의 내전은 다이아몬드의 불법 거래로 인한 자금 조달 때문에 촉발된 것이었다. 다이아몬드 광산은 규제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들까지 무자비하게 동원되었다.

이후 다이어몬드 업계에서는 채굴과 관련한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오늘날까지 다각적인 노력이 이루어져 왔다. 세계 최대 보석회사인 티파니(Tiffany & Co)는 고객이 구입하는 다이어몬드를 절단하고 다듬고 세공하는 일련의 장소를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발표하기도 했다.

티파니의 앤드류 하트 부사장은 "오늘날 이 정도의 투명성을 확보하기까지 20년 전부터 공급망을 수직적으로 통합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윤리적 문제와 함께, 다이어몬드 광산업은 탄소발자국 때문에도 많은 비난 받아왔다. 다이어몬드 생산자들은 올해 7월에 탄소발자국 축소를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다이어몬드 생산자협회(DPA)는 2019년보고서에서 실험실들의 탄소 배출량이 3배나 더 높다고 주장했다. 천연 다이어몬드의 가공 중에는 캐럿 당 160kg의 탄소가 발생하지만 실험실 다이어몬드는 캐럿 당 511kg의 탄소를 배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캘리포니아의 실험실 다이어몬드 회사 다이아몬드 파운드리(Diamond Foundry)는 “우리는 100% 수력발전을 사용하고 있으며 세계 최초이자 유일하게 인증된 탄소중립 다이아몬드 생산업체”라며 DPA의 주장은 탄소 발자국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 않는 일부 실험실 성장 기업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반박했다.

델라웨어 대학의 에너지 및 환경학 교수인 살렘 알리 박사는 “천연 다이어몬드와 실험실 다이어몬드 모두 시장에서 공간과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이아몬드를 채굴하는 광산에서는 공급망을 투명하게 관리하면서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으며, 합성 다이아몬드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습니다. 두 가지가 제로섬 게임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합성 루비와 에메랄드가 수 십년 동안 시장에서 천연 제품과 공존해 왔듯이 다이아몬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색상 표현 가능해 성장 빨라

실험실 다이아몬드 생산량은 매년 15~20% 증가하고 있다. 전체 다이아몬드 시장에서 실험실 다이아몬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2%에 불과하지만 성장세가 매우 가팔라서, UBS는 실험실 다이아몬드가 2023년까지 전 세계 다이아몬드 시장의 5%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현재 다이아몬드 시장은 우울한 상태다. 다이아몬드의 가격은 밀레니얼 세대의 무관심과 코로나19로 원석 수요가 줄어들면서 지난 6월에는 10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약간의 회복세를 보였지만, 최고의 보석이라는 광채와 함께 재테크 수단으로서의 매력도 잃어가고 있다.

사람들도 점점 천연 다이아몬드와 같은 가격에 더 질 좋은 실험실 다이아몬드를 찾고 있다. 양질에다가 색깔도 다양하다는 점이 사람들의 호감을 사고 있는 것이다. 다이아몬드 컨설팅 업체 MVI마케팅의 마티 허위츠 CEO는 “광산에서 채굴한 다이아몬드로는 만들어낼 수 없는 더 다양한 다이아몬드 상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질과 다양성을 모두 잡은 실험실 다이아몬드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