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대4 폴딩 시트가 적용된 제네시스 중형 세단 G70 2열 시트. 2열 폴딩 시트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호불호가 갈리는 가운데 일각에선 상품성을 높일 수 있는 사양으로 지목되고 있다. 출처= 제네시스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세단이 최근 실용성과 주행성능으로 각광받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밀려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완성차 업체들은 고부가 가치를 보유하고 수익성 높은 SUV의 신차를 꾸준히 개발·출시하는 한편 여기에 세단의 강점을 더욱 부각시킴으로써 자동차 고객의 선택지를 다양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SUV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최근 10년간 상승폭을 보였다. 이는 반대로 세단의 점유율이 감소했음을 방증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연간 국내 자동차 판매 대수 가운데 SUV의 점유율은 지난해 41.3%(53만4414대)로 10년 전인 2009년 20.9%(24만5862대) 대비 20.4%P나 올랐다. 협회가 SUV 외 세단, 해치백 등 두 차종의 판매 실적을 구분하지 않음에 따라 세단의 점유율 추이를 정확히 산출하긴 어렵다. 다만 세단이 비주류 차종인 해치백에 비해 많이 판매돼온 점을 고려할 때 SUV 점유율이 상승한 만큼 세단 점유율을 낮췄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도 세단의 이 같은 점유율 감소세가 나타났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의 신차 등록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수입 SUV, 세단 등 차종의 점유율은 지난해 각각 35.5%, 62.2%로 10년 전 18.4%, 78.4% 등 수치와 대조된다. 해당 기간 SUV 점유율이 17.1%P 증가하고, 세단 점유율이 16.7%P 감소한 점을 비춰볼 때 이탈한 세단 수요 대부분 SUV 수요로 이동했음을 추측할 수 있다.

SUV 점유율이 높아질 수 있었던 요인으로, 캠핑 등 여가활동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실용성 갖춘 차량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점을 꼽을 수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SUV 제작 기술을 고도화함에 따라 세단과 동등한 수준의 탑승감과 연비를 구현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유지비를 기준으로 볼 때 세단만 고집할 이유가 없어졌다.

국내에선 2010년대 들어 주 52시간 근무제가 정착함에 따라 캠핑 등 여가활동을 즐기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점도 SUV 상승세를 촉발한 요소로 꼽힌다. SUV는 최근 대두되고 있는 미래차 기술을 적용하기에 적합한 형태를 갖춘 점으로도 각광받았다. SUV가 세단에 비해 넓은 내부 공간을 갖춤으로써 자율주행, 전동화 등 미래차를 상용화하는데 필요한 장치들을 탑재하기 쉽다.

쌍용자동차는 공식 블로그 올웨이즈(ALLWAYS)에 게재한 외부 필진 칼럼을 통해 “SUV는 엔진 경량화, 파워트레인 개선, 적재공간 확장, 탑승감 등 장점에 더해 스타일도 더욱 세련돼가고 있다”며 “SUV는 이 같은 장점들을 바탕으로 시장 성장세를 보여왔다”고 분석했다.

▲ 아우디의 4륜구동 시스템 콰트로를 홍보하는 이미지. 최근 업계에선 저물어가고 있는 세단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4륜구동 같은 SUV 장점을 세단 사양으로 적용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출처= 아우디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캡처

세단, 4륜구동·2열폴딩시트 등으로 SUV 장점 흡수 필요

완성차 업체들은 다만 세단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차량 고유의 강점에 주목하고 이를 지속 부각시킴으로써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세단이 SUV와 비교할 때 차별화할 수 있는 장점 가운데 하나로 연료효율이 꼽힌다. 국산차의 경우 전기모터를 장착함으로써 전동력을 활용해 연비를 높이고 구동력을 강화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주로 세단에 장착됐다. 세단은 SUV와 달리 주로 가솔린 라인업을 갖췄기 때문이다.

큰 차체를 갖춘 SUV는 양호한 구동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가솔린보다 디젤을 연료로 움직이는 엔진을 주로 갖추고 있다. 다만 토크가 가솔린 엔진보다 비교적 강한 디젤 엔진에는 저속 주행 시 강한 토크를 발휘하는 전기 구동 장치가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업계에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그간 SUV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활발히 도입되지 않았다.

완성차 업체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SUV 대비 세단의 경쟁 우위 요소로 판단하고 이를 활용해 차량 상품성을 강화하고 있다. 벤츠, BMW, 볼보 등 국내 주요 수입차 업체들은 최근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함으로써 소음, 진동 등 디젤 모델에서 나타나는 단점을 보완하는 동시에 고연비를 구현한 신차를 활발히 출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코나 하이브리드, 기아자동차 쏘렌토 하이브리드 등 최근 하이브리드 엔진이 적용된 SUV 제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라인업 규모 측면에서 세단을 따라갈 순 없는 상황이다.

업체들은 또 SUV의 일부 장점을 적용한 세단의 안전성과 실용성을 고객에게 소구하고 있다. 4륜구동 시스템, 2열 폴딩 시트 등 사양은 수년 전까지 SUV의 전유물과 같은 요소로 업계에서 일컬어져 왔지만 최근 세단에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수입차 업체 가운데 아우디가 1980년대부터 세단모델에 4륜구동 시스템 ‘콰트로’를 적용해 시장 호응을 얻고 있다. 쌍용차도 국산 세단 최초로 체어맨 W에 4륜구동 기능을 탑재한 점으로 출시 당시 업계 이목을 끌었다.

한국보다 세단 시장의 위축세가 더욱 심화한 외국에서도 세단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SUV 장점인 4륜구동 시스템을 세단 모델에 적용될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해 5월 당시 일본 완성차 업체 마쓰다(Mazda)의 마사히로 모로 북미법인장은 미국 일간지 디트로이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세단에 탑재된) 4륜구동 시스템은 차량 안전성에 대한 감성 뿐 아니라 고급스러운 특징으로 소비자들에게 비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단의 적재공간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2열 폴딩 시트도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차량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주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국내 출시된 세단 가운데 2열 폴딩 시트가 적용된 차량에 대해 문의하는 내용의 게시글이 다수 게재돼 있다.

한 누리꾼은 “한국 소비자들은 고급감을 앞세운 세단에 폴딩 시트를 적용할 경우 태가 안 나기 때문에, 세단 2열 시트를 접어 쓰느니 SUV를 사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럼에도 완성차 업체들이 2열 폴딩 시트를 적용한 세단을 선호하는 고객들을 위해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해주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