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프3 바이오테크가 만든 닭고기 맛 식물성 단백질 비고(Veego).    출처= Life3 Biotech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는 기후변화로 인해 이미 악화된 싱가포르의 식량안보 우려를 더욱 증폭시켰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에게 식량 증산은 매우 중차대한 문제다.

여기에 기술 기업들이 나서고 있다. 싱가포르의 식량 자급자족도를 높이기 위해 천연재료와 세포배양기술로 식품을 만드는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CNBC가 최근 보도했다.

터틀트리 랩스(TurtleTree Labs)의 실험실 재배 우유, 시옥미트(Shiok Meats)의 배양 새우, 라이프3 바이오테크(Life3 Biotech)의 식물성 단백질 등, 스타트업들의 모험은 싱가포르의 탄소 발자국뿐만 식량 수입도 줄일 수 있어 싱가포르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토지 면적이 작아 식량의 90%를 수입하는 섬 나라 싱가포르는 식량난과 가격 변동성에 매우 취약하다. 그런 상황은 코로나 19가 처음 이 나라를 강타하고 사람들이 식량 비축에 몰려들면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러나 코로나 대유행 이전에도 싱가포르의 식량 공급은 기후에 크게 취약성을 보였다.

좁은 섬나라 싱가포르, 실험실 식품기술 필수

회계법인 PwC와 라보뱅크(Rabobank), 싱가포르 국영투자회사 테마섹(Themasek)가 코로나 대유행이 보고되기 전인 지난해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아시아는 식량 자급자족을 할 수 없어, 아메리카, 유럽, 아프리카 등지의 긴 공급망을 통한 식랑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 대유행이 전세계 농업 공급망에 큰 피해를 입히면서 싱가포르도 다른 많은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식량 수급 위험에 직면했다. 코로나로 인한 새로운 방역 규칙이 물류 속도를 늦춤에 따라 야채와 부패하기 쉬운 식품 등이 농장에서 슈퍼마켓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장기적으로 볼 때 싱가포르의 주요 식량원 중 하나인 말레이시아와 태국 등 주변국도 언젠가는 노동력 부족으로 식량 재배와 수확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싱가포르의 식품 기술 분야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혁신의 대부분은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인 동물 제품에 대한 대안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라이프3 바이오테크의 리키 린 창업자는 "싱가포르에는 환경적으로 피해를 주지 않는 식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옥수수 가루, 편두, 곡물, 완두콩 등으로 만든 이 회사의 식물성 단백질은 닭고기와 해산물의 맛을 모방한다. 린은 "패스트푸드 체인점, 레스토랑, 호텔 등 현장에서 고객 테스트를 한 후 올해 말 시장에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또 강과 바다에서 발견되는 작은 식물 같은 유기체인 식용 해조류를 양식하고 있는데, 이것으로 만든 대체 단백질은 건강뿐 아니라 물고기 남획을 방지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엔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협의체(IPCC)는 2019년 보고서에서 인간의 식단에서 육류 소비를 줄이면 전세계적으로 연간 80억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고 수백만 평방 킬로미터의 토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시오크 미트가 만든 가짜 새우 만두 시우 마이(Siu Mai).     출처= Shiok Meats

아직은 기존 농업보다 비용 더들어

실제 생명체에서 세포를 추출해 실험실에서 다진 게, 바닷가재, 새우 고기를 배양하는 시옥미트 도 이 업계의 떠오르는 별이다. 이 회사는 런던의 상장기업 애그로노믹스 (Agronomics)와 미국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Y 콤비네이터(Y Combinator) 같은 투자자들로부터  700만 달러(82억원)이 넘는 자금을 지원받았고, 2022년까지 첫 공장 설립을 목표로 더 많은 자본을 조달하고 있다.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샌디야 스리람은 "싱가포르의 소비자들은 세포에 기반을 둔 해산물에 대해 비교적 열린 자세로 더 많이 알고 싶어하며 먹어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싱가포르가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s)의 식물성 버거나 저스트(JUST)의 녹두 기반 달걀을 동남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접한 나라로 실험실 재배 식품에 대해 낯설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옥미트 같은 회사가 내놓는 실험실 식품의 높은 가격을 소비자 수요가 감당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싱가포르 국립대학 식품과학기술 교수인 렁 라이펑은 "기존 농업에 비해 실험실에서 식품을 배양하는 생명공학 회사들에게 가장 큰 장애물은 아직은 기존 농업에 비해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 가장 비싼 식품은 무엇이고, 소비자들이 기꺼이 주머니를 여는 식품은 무엇인가? 연구실은 항상 그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대체식품 개발 기업에 이상적인 곳

정부의 광범위한 지원으로 싱가포르는 대체 단백질 회사들에게 이상적인 곳이 되었다.

정부는 ‘연구, 혁신, 기업 2020 계획’(Research, Innovation and Enterprise 2020 Plan)에 따라 도시 농업, 배양육, 미생물 단백질 생산 같은 식품 연구 프로그램에 1억 달러 이상을 배정할 예정이다.

싱가포르 식품청(Singapore Food Agency)과 과학기술연구청(Agency for Science, Technology and Research)등 다른 두 정부기관도 2019년 말에 이 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보조금을 발표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2030년까지 영양소 수요의 30% 이상을 생산하겠다고 공약하고 대체 단백질 같은 새로운 식품에 대한 법규와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벤처 투자가들도, 식물과 세포 기반 식품이 현재에는 동물 기반 식품보다 더 비싸지만, 가까운 미래에 대규모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활발한 투자 활동을 보이고 있다.

빅아이디어벤처스(Big Idea Ventures)의 앤드류 아이브 대표는 "이런 옵션들이 시장에 많이 진출하고 소비자들이 더 좋은 옵션을 선택하면서 볼륨과 규모가 커지면 이런 회사들이 품질을 유지하면서 가격을 낮출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과 싱가포르에서 투자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이 회사는 지난해 대체 단백질 회사들을 위해 5000만 달러(6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하고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후 시옥미트 외에 식물기반 식품 스타트업 카라나(Karana), 진짜 야채로 식물과자를 만드는 콘페티 파인푸드 (Confetti Fine Foods), 배양육 회사 가이아푸드(Gaia Foods) 등 여러 싱가포르 기업들을 지원했다.

"우리는 싱가포르를 넘어 여러 지역의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있는 회사에 주로 투자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