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기초과학연구원(IBS)
출처=기초과학연구원(IBS)

[이코노믹리뷰=곽예지 기자] 국내 연구진이 처음으로 치매 원인과 신경세포 사멸의 세포와 분자수준을 밝혀냈다.

17일 기초과학연구원(IBS)에 따르면 이창준 단장과 전희정 선임연구원은 류훈 뇌과학연구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단장으로 이뤄진 공동연구팀과 함께 ‘중증 반응성 별세포’가 신경세포 파괴 및 치매 병증을 촉진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치매는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질병으로, 후기에 신경 세포 사멸이 유도되면 더 이상 치매 진행을 막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신경세포 사멸 전 단계의 원인과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에 가장 많으며, 별 모양으로 생긴 비신경세포인 별세포는 평소 뇌 항상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치매를 포함한 뇌 질환 등으로 인해 독소에 노출되면 별세포 수와 크기가 증가하고 다양한 기능적 변화를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변화된 별세포의 상태를 ‘반응성 별세포’라고 부른다.

연구진은 뇌가 독성 물질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반응성 별세포가 치매 초기에도 나타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를 통해 반응성 별세포 중 중증 반응성 별세포가 신경세포의 사멸과 치매를 유도하는 과정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연구진은 새롭게 개발한 별세포의 반응성 조절 모델을 통해, 주변 신경세포 생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증 반응성 별세포’는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반면, ‘중증 반응성 별세포’는 비가역적으로 신경세포를 사멸시키고 치매를 진행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대한 기전으로, 별세포에 의한 독성 물질 분해 과정에서 활성화된 모노아민 산화효소 B(MAO-B) 단백질과 이로 인해 과량 생성된 활성 산소의 한 종류인 과산화수소가 중증 반응성 별세포뿐 아니라, 뇌 염증, 질산화 스트레스 등을 유도해 신경세포를 사멸시킨다고 규명했다.

이런 기전은 3차원(D)으로 구현한 인간 세포 치매 모델과 사후 치매 환자의 뇌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됐다.

지난 수년간 치매 치료제 개발은 주로 아밀로이드 독성 물질인 아밀로이드베타가 치매의 원인 물질이라는 가설에 근거해 진행됐다. 하지만 항체 치료제 등으로 아밀로이드베타를 제거한 후에도 중증 치매가 지속되는 현상과 아밀로이드베타가 증가해도 치매가 보이지 않는 현상은 설명하기 어려웠다.

이번 연구는 아밀로이드베타 보다는 오히려 중증 반응성 별세포가 치매 유도의 핵심 요소임을 처음으로 증명, 지금까지 치매 병인에 대한 가설로는 설명되지 않았던 부분을 밝혀낸 것이다.

연구진은 반응성 별세포를 타깃으로 하는 과산화수소 감소만으로 치매 진행이 억제될 수 있음을 확인하고, MAO-B 또는 과산화수소를 표적으로 하는 치매의 새로운 진단·치료 전략을 세우고 수행할 계획이다.

전희정 선임연구원은 “뇌의 독성물질과 함께 스트레스와 뇌손상, 바이러스 감염 등에 의한 산화 스트레스 증가로 중증 반응성 별세포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막으면 치매의 진행을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류훈 단장은 “알츠하이머 치매환자의 뇌에서는 반응성 별세포가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해 이 반응성 별세포의 비정상적 활성을 제어하는 연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