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업의 CEO인 J회장. 그는 언론에 돌리는 자신의 프로필 사진을 경직된 증명사진에서 모두 웃는 얼굴로 교체했다.

그리고 자신의 사무실 책상 위에 거울을 올려놓고 하루에 한 번씩 웃는 표정을 점검한다. 그가 주위 사람들에게 주는 선물도 바로 손거울이다. 50이 넘은 이에 웬 ‘거울왕자’ 타령이냐고 농담하는 이도 있지만 격무와 스트레스 와중에서도 거짓말처럼 일이 즐거워졌다는 고백이다.

“어느 날 화를 내는 내 모습을 거울로 봤는데 정말 내가 봐도 무섭더군요. 그 후론 되도록이면 웃으려고 해요. 주름살이요? 웃어서 생기는 주름살과 찡그려서 생기는 주름살은 아예 모양이 다르다고 합디다. 허허.”

유머를 잘 구사하는 리더의 모습은 언제나 유쾌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유머 하면 내가 이야기하는 것을 먼저 생각하고 듣는 자세에 대해선 생각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생활에서는 하기보다 듣는 자리가 더 많은 게 사실이다. 남이 하는 유머에 커다랗게 호응하고 박장대소해 주는 것만으로도, 10개 유머를 과시한 것보다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상대에게 내 호감을 표시하고 싶은가. 크게 웃어주고 너무 재미있어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지어주라.

그렇다면 어떤 유머를 구사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까.

남부럽지 않게 웃음 컨설턴트를 고용하진 못하더라도 몇 가지 원칙을 알면 유머가 쉬워진다.

웃음으로 마음의 병까지 치료한다는 이요셉 소장은 이를 ‘수사반장’ 원칙이라고 정리한다. 수(수집하라) 사(사용하라) 반(반복하라) 장(장점을 살려라)의 약자. 좋은 유머를 들으면 적고, 반복해서 사용하고, 장점을 살려 자신만의 버전으로 창조하면 유머형 인간으로서 좌중을 휘어잡는 것은 식은 죽 먹기가 된다는 것이다.

여러 유머를 개발해 그때마다 다른 유머를 하는 게 좋지만 일단 초보단계에서는 다른 자리에서 같은 유머를 반복, 사용해 자기만의 것으로 만드는 게 좋다.

다음으론 옷차림에도 T(Time) P(Place) O(Occasion)가 있듯 유머에도 이 원칙을 지킬 필요가 있다. 밤의 술자리, 낮의 식사자리에 따른 유머가 다를 수 있고, 선배나 윗사람 모신 자리와 편한 동료들 사이 유머가 다를 수 있다.

한 여성 CEO가 어색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린답시고 마구 야한 유머를 소개했는데 본인에겐 자기희생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자기 이미지 다운이었다. 또 유머를 준비할 때는 자리의 성격에 맞추는 것이 좋다. 아직 초보단계라 18번 유머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수위 면에서 두루 통용될 수 있는 것을 개발하는 것이 좋다.

내성적이라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조차 떨리고 부담스럽다면 최후의 처방이 있다. 성이 안 찬다면 작은 메모지를 들고 다니는 것도 삶의 지혜다.

모 대기업의 K상무는 10개 정도의 유머모음집을 갖고 다닌다. 만나는 사람에게 명함과 함께 건네고 나중에 유머를 소개할 자리가 될 때 읽어주는 것. 상대방이 그걸 읽으며 박장대소, 분위기는 한번에 부드러워지고 이야기는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유머를 시작하기 전에 자기가 먼저 웃거나, 정반대의 경우로 너무 자신 없게 시작하는 것도 주의할 점이다. 유머의 파도를 타고 편하게 즐겨라.

남을 많이 웃기고 많이 웃는다는 것은 그만큼 긍정적 태도를 가졌다는 것이다. 잘 웃고, 잘 웃기면 관계경영은 물론 삶의 경영까지 쉬워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웃으라. 자신이 웃으면 복이 온다. 남을 웃기면 더 많이 온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