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역세권 등 선별적 관심 가져야…개포 주공, 구반포 주공 등


초여름이지만 부동산 시장은 아직도 한파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겨울부터 시작된 수요 위축에 따른 거래 부진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거래 부진 현상이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장기적인 침체 국면으로 이어지는 것인지 투자자는 물론 정부조차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거래 부진 현상이 10여 년 전 외환 위기 직후의 부동산 시장을 방불케 한다는 점이다.

특히 2008년 가을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 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로 지난 2년 간 부동산 거래는 감소하고 집값은 국지적·일시적으로 움직였다.

그동안 집값 오름세에서 소외됐던 서울 강북 3구는 몇 달 사이 1억 원 이상 오르기도 했지만 이 같은 상승세는 국지적인 현상에 그치고, 집값은 곤두박질쳤다.

전국에서는 100여 개 아파트 현장에서 순위 내 단 한 명도 청약하지 않는 이른바 ‘제로(0)청약’사태가 속출했다.

재건축 시장은 서울 은마아파트 안전진단 통과, 개포지구 마스터플랜 발표 등 연이은 호재에도 약세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내 집 마련 ‘신중하게 접근해야’
이 같은 분위기로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아파트 전세 값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세입자들의 머리 속이 복잡하기만 하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전세가와 달리 매매가는 갈수록 내리막을 걷고 있어서다. 대부분 예비 수요자들은 이번 시기에 내 집 마련을 해야 하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하는지를 놓고 깊은 생각에 빠져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자금 여력이 있고 유망 지역인 경우라면 굳이 미룰 이유가 없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곧바로 ‘V’자를 그리며 반등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본 후 신중하게 접근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구매력 위축과 경제 회복 불투명으로 현재 시장 분위기는 조정을 관망하는 분위기”라며 “곧 바로 상승할 여지는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또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주택 투자는 특별한 곳 이외에는 큰 메리트가 없기 때문에 지금은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좋다”면서 “매수는 좀 더 기다리는 것이 좋을 듯싶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굳이 (집을)사려면 서울 강남은 고점 대비 20%, 비 강남지역은 30% 정도 싼 매물을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이런 매물이 현재 시장에 많지 않기 때문에 좀 더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올 하반기에도 전반기와 같은 침체 양상이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매수자 우위 시장’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최근에는 기존 주택시장의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국내에서도 부동산 장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매수자 우위 시장 지속
이런 분위기에서 예상되듯 올 하반기에도 전반기와 같은 침체 양상이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매수자 우위 시장’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최근에는 기존 주택시장의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국내에서도 부동산 장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최근 집값이 정점을 찍은 게 아니냐는 우려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어 수요자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같은 부동산 시장 침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폭락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계속 되고 있는 매수자 우위시장에서 매수자는 내 집 마련을 위한 적기로 활용해도 좋다”며 “역세권을 중심으로 한 소형아파트, 원룸, 오피스텔 등 중·소형 주택시장을 신중하게 지켜보며 관심을 가지는 것도 좋다”고 설명했다.

모멘텀 안 보이는 재건축
이런 가운데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서 시작된 하락세가 강북 일반 아파트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그동안 서울 지역의 재건축은 DTI 규제 발표(2009년 9월) 이전만 하더라도 꾸준한 오름세를 보였다.

하지만 발효된 직후 10월 시장은 바로 내림세를 내비쳤고, 결국 11월에는 지난 한 해 동안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하며 바닥을 찍게 된다. 겨울 비수기에 나름대로 선방하며 지난 2월까지 적은 폭이지만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도 잠시. 경기 침체와 부동산 규제에 발목 잡힌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한 주에 10건 이상씩 성사되던 거래는 3월 이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투자 수요로 이어지던 전화 문의도 이젠 물건을 빨리 팔아달라는 매도자가 대부분이다. 하나 둘씩 쌓여간 매물은 최근 시장 하락세를 가중시키고 있다.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값은 △송파구(-1.93%), △강동구(-1.79%), △강남구(-1.18%)가 떨어졌다. 전체적으로 0.73% 내리막을 걸었다.

이는 재건축 아파트 주인들의 기대감과 달리 수요자들이 추가 하락을 기다리며 서두르지 않고 있어서다. 매도-매수자 간 가격 갭도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

조민이 스피드뱅크 리서치팀장은 “개별 단지별로 사업 인·허가 등이 이슈화할 수 있지만 1억 원 이상 떨어지지 않고는 재건축 매수세가 움직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며 모멘텀 부재를 짚었다.

그는 이어 “2006년 말 많이 올랐을 당시 금액을 기준으로 개포 주공, 구반포 주공 등의 재건축 단지는 눈 여겨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보금자리 주택 ‘글쎄’
흥미로운 사실은 지난 3월 3차 보금자리 주택 예정지가 발표되면서 주변 주택의 매매가가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부 지구의 경우 기존 보금자리지구와 인접해 있어 물량 적체 부담까지 예상되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3차 보금자리 지구는 △서울 항동 △인천 구월 △광명 시흥 △하남 감일 △성남 고등 지구 등 4곳으로, 공급될 보금자리 주택 규모는 8만 7800호이다.

이 같은 규모는 기존 1,2차 보금자리 주택 규모에 비해 2배나 많은 것. 물론 단계적 개발이 이뤄질 예정이지만 물량 부담은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서울 항동지구와 광명 시흥지구는 2차 보금자리 지구인 부천 옥길, 시흥 은계 지구와 같은 생활권역으로 묶여 있다. 4개 지구에서 나오는 보금자리 주택만 8만 6400호여서 공급이 넘치는 상황까지 우려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서울 서남권 지역은 광명 시흥 신도시 개발이 겹쳐지면서 자칫 동일 시기에 많은 공급량이 한꺼번에 몰리는 물량 적체 현상도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김선영 내집마련정보사 연구원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금자리 주택은 우수한 물량이긴 하지만, 경기도권은 주변 시세에 비해 기대만큼 크게 저렴하지 않고, 7~10년 전매 제한 뿐만 아니라 5년 거주 의무까지 도입해 실제 8년 이상 전매가 불가하다”며

“또 대상이 무주택 청약저축 또는 종합통장 가입자로 한정되고 당첨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수요자들은 보금자리 주택만 기다리는 것보다는 우수한 민간 분양 물량도 눈여겨 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매시장 ‘꽁꽁’…“장기적으로 지켜봐야”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법원 경매시장에 최근 매물이 폭주하고 있다.
부동산 경매 전문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법원 경매시장에 신규 편입된 전국의 부동산 물건(주택, 토지, 상가 등 모든 부동산 기준)은 지난 3월 총 1만5건으로 지난 2월(6798건)에 비해 47.2%나 급증했다.

경매시장에 나온 신건 가운데 아파트·주택 등 주거시설은 전달 대비 57.1%나 늘었다. 부동산 경매 신건이 1만 건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1월(1만192건) 이후 5개월 만이다.

이러한 부동산 경매시장의 분위기는 경기 침체와 누적된 물건 등의 여파로 인해 당분간 지속 또는될 전망이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대출 규제가 확대되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일반 매매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하는 매물이 경매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이러한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반기에는 물건이 빠른 속도로 늘고 유찰 건수도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낙찰 희망자들은 좀 더 신중하고 보수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며

“역세권을 중심으로 한 원룸 오피스텔 소형 아파트 등을 장기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재홍 기자 at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