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싱글남 김동혁 씨(34세), 주부 박은숙 씨(31세), 주부 김영미 씨(40세).

지난 6일 오전 평소 PB상품 좀 구매해봤다는 결혼 6년 차 주부 박은숙 씨(31세), 7년 차 주부 김영미 씨(40세)와 독립한 지 이제 1년 차라는 싱글남 김동혁 씨(34세)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PB상품의 가장 큰 매력으로 ‘저렴한 가격’을 꼽았다. 그러나 상품에 대한 신뢰도는 없다. 특히, 주부들의 경우 먹거리는 꼼꼼히 성분을 따져보고 주변 평판을 들어보고 산다. 저렴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 아이와 남편에게 아무거나 먹일 순 없으니까. PB상품 마니아라고 해서 모든 제품에 관대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좋은 제품은 꾸준히 구입하지만, 그렇지 않은 제품은 철저하게 외면한다.

Q. PB상품 자주 구매하시나요.

김영미: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데 애견용품 관련 PB상품이 많이 출시돼서 자주 구입해요. 먹거리는 글쎄요. 저렴하긴 하지만 아직은 신뢰할 수 없어서요.

박은숙: 네, PB상품의 가장 큰 매력은 저렴한 가격이니까요. 그러나 한 번 사보고 신뢰가 떨어지면 다시는 구입하지 않아요.

김동혁: 가까운 편의점에서 물이나 우유 정도만 구입하죠. 마트 제품은 기본적으로 용량이 큰데, 혼자 살다 보니까 버리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편의점 PB제품도 가격이 저렴하고 1+1 행사도 자주 하니까 마트에 갈 필요성을 못 느끼죠.

Q. 영미·은숙 씨, 편의점에도 PB상품이 있는데 구매해본 적 있으세요.

박은숙: 편의점 도시락은 돈가스, 제육 등 종류가 다양하더라고요. 여행 갔을 때 밥 먹을 곳이 마땅치 않으면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데 대부분 만족했어요. 가격은 2000원~4000원으로 저렴하니까. 그런데 3000원 정도 돼야 좀 먹을 만하지, 2000원대 도시락은 형편없어요.

김영미: 살림을 하는 주부 입장이다 보니 편의점은 비싸다는 인식이 있어 잘 가지 않아요. PB제품이 있는지도 몰랐네요.

Q. 어떤 PB상품을 주로 사나요.

박은숙: 화장지 같은 소모품 등을 주로 구매해요. 먹거리는 성분표시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일반 제품과의 차이를 비교해보고 삽니다. 전반적으로 롯데마트 PB상품이 괜찮더라고요.

김영미: 롯데마트 ‘알뜰한 우유’를 주로 구입해요. 롯데마트가 평소 즐겨 마시던 건국우유와 제휴해 내놓은 것이 알뜰한 우유라 저렴한 가격에 언제든 구매할 수 있어 만족해요.

김동혁: 가까운 편의점에서 우유랑 물 정도를 사죠.

김영미: 애견을 키우기 때문에 롯데마트 PB상품 중에서 애견용품을 주로 구매해요. 배변 패드는 9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품질도 괜찮더라고요. 근데 애견 간식의 품질은 최악이에요. 이마트도 애견 간식은 상태가 안 좋더라고요. 애견 간식을 사러갔더니 유통기한이 보름 정도로 임박한 것도 있었죠. 용품들은 가격 대비 품질이 보통 이상은 되지만, 먹는 것은 일반 브랜드 제품보다 못해요.

Q. 그렇다면 구매한 제품 중에서 불만족스러웠던 제품은 무엇인가요.

김영미: 고기류는 실망스러웠어요. 소고기, 돼지고기 등의 경우 ‘안동 한우’등과 같이 특정 지역 특산물 표시를 보고 제품을 구매하잖아요. 그런데 PB상품 고기류에는 지역 표시가 안 돼 있더라고요. 물론 호주산, 미국산보다는 낫다고 하지만 단순히 국내산이라고 하면 어디에서 가져온 건지 모르잖아요. 신선식품인 만큼 지역 표시가 분명히 돼 있으면 좋겠어요.

박은숙: 이마트 PB우유는 그냥 맹맛이더라고요. 그전에 서울우유만 먹다가 저렴해서 구입해봤는데 정말 별로였어요. 그래서 홈플러스 PB우유는 아예 사본 적도 없어요.

김영미: 라면류도 불만이에요. 삼양, 농심에서 만드는 일반 제품을 PB상품으로 내놓는 것이잖아요. 100원, 200원 정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은 좋지만 이미 삼양과 농심에서 나온 제품들이 있는데 또 같은 회사에서 내놓은 PB제품을 진열대에 더 추가하는 것은 제품의 다양성을 줄이는 것 아닌가요? 개인적으로 팔도라면을 좋아하는데 PB라면이 늘어나면서 진열대에서 보기 힘들더라고요. 오히려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을 줄이는 것 아닌가 싶어요.

김동혁: 질은 따지지 않고 1+1으로 저렴하게 나오면 구입해요. 구매하는 제품이 한정돼 있어서 그렇겠죠.

Q. PB상품 어떤 점에 만족하시나요.

박은숙: 사실 PB상품이 가격은 싸지만, 품질면에서 실망하는 부분이 많아 믿고 사는 제품이라기보다는 써봐야 알 수 있는 제품이잖아요. 특별히 만족한다고 할 만한 부분은.. 글쎄요.

홈플러스는 에스컬레이터에 PB상품을 항상 광고하더라고요. 새로운 것이 저렴하게 나왔다 싶으면 한 번씩 구매해볼 수 있도록 잘 알려주는 것 같아요. 반면에 이마트는 어떤 제품을 판매하는지 잘 보여주지 않는 것 같아요.

김동혁: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편리함과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죠. 혼자 사니까 구입하는 품목이 물이나 우유로 한정돼 있지만, 편의점에서도 PB상품을 내놓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좋아요.

김영미: PB상품은 싸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죠. 이 외에 편리성이라든지 다른 건 잘 모르겠어요. 요즘은 어딜 가나 물건을 살 수 있으니까요.

Q. 불만족스러운 점이나 주변 인식은 어떤가요.

김영미: 마트마다 자사 PB상품 위주로 진열하니까 소비자 선택의 기회가 줄어드는 것 같아요. PB 가전 중에는 이렇게 팔아서 이익이 생길까 싶은 제품들도 눈에 띄는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겠지만 유통구조가 많이 왜곡된 것 아닌지 우려가 돼요. 이번에 이마트에서 24인치 TV를 20만원대에 출시했다고 하는데 이윤이 남을까 싶더라고요. 중소기업만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잖아요. 또 소비자 입장에서 ‘과연 이 가격에 구매해도 되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어요. 써보면 몇 달 안에 고장 나는 것 아닌지 하고요. 제품에 대한 신뢰도는 없지만 싸니까 한번 사볼까 하는 마음이죠.

박은숙: 엄마들은 까다롭기 때문에 좋지 않다는 입소문이 퍼지면 안 사요. 자기 기준보다는 누가 좋다고 하면 사서 먹어보고 괜찮으면 지속적으로 구매하는 거죠. 소비자들은 싸다는 이유만으로 PB상품을 사지는 않아요.

김동혁: 집에 가족들이 오면 냉장고에 있는 PB상품들을 보고 걱정하세요. 싸다고 아무거나 먹지 말고, 비싸더라도 브랜드 제품을 먹으라고 하시더라고요. 아직도 어르신들은 PB상품에 대해 잘 모르고, 인식도 좋지 않은 것 같아요.

김영미: PB상품 전혀 안 사는 친구들도 주변에 많아요. 특히 아이 있는 주부들은 절대 안 산다고 하더라고요.

Q. PB상품에 바라는 개선점이 있다면요.

김영미: 기존 제품에 PB상품이라는 이름만 붙여 용량이나 디자인만 변경한 것도 많은데, 새로운 브랜드를 개발했으면 좋겠어요.

박은숙: 이미 거의 전 품목에 걸쳐 PB상품이 많이 나와 있지 않나요? 그보다는 품질에 더욱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어요. 오뚜기 케첩과 홈플러스 PB 케첩을 비교해보니 가격 차이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오뚜기 제품을 사요. 아직 홈플러스 PB에 대한 신뢰도는 없으니까요. 마트에서 스파게티소스를 자주 구입하는데, 토마토 함량을 비교해보면 PB상품을 사지 않게 되더라고요.

김영미: 이마트에서 1만5000원짜리 발열 티셔츠를 산 적이 있어요. 하지만 발열 기능은 별로였어요. 소비자가 믿을 수 있도록 제품 신뢰도를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박은숙: PB 냉장고가 나온다고 하면 누가 살까요. 정말 저렴한 가격이면 사겠지만 제품에 대한 신뢰가 없어서 안 살 것 같아요.

김영미: 그래도 PB상품이 나오면서 다른 제품들 가격이 낮아지는 긍정적인 효과는 있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