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만해도 우리나라에 외식 업체가 많지 않아 각자의 단골집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우후죽순 생겨나는 외식업체들 덕에 우리는 새롭고 다양한 것을 맛 볼 기회는 많아졌지만, 언제든 마음 편히 가서 사장님과 언니, 동생 하며 속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고 있다. 수많은 맛집 리스트 중 집 근처에 위치하면서 맛까지 좋아 언제든 추리닝 바람에 머리 질끈 묶고 나갈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프리미엄 오븐구이 전문점 ‘돈치킨’(www.donchicken.co.kr)녹번점 임승연(여,47)점주는 자신이 즐겨 찾은 매장의 단골 고객에서 사장님으로 변신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사실 임 점주는 기름에 튀긴 후라이드 치킨의 맛에 쉽게 질려 치킨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과 우연찮게 들어간 돈치킨 매장에서 맛 본 오븐구이 치킨의 맛을 잊을 수가 없었다. 오븐에 구워 기름을 싹 빼 부드러우면서도 담백해 이전에 먹어 본 치킨과는 달라 맛 뿐 아니라 건강을 위한 치킨이라 생각해 단골손님이 될 것을 약속했다. 임 점주의 집 앞에 위치한 돈치킨 녹번점은 그녀에게 7~8년 동안 속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이자 쉼터가 되어주었다.

 

경험은 없지만 열정을 토대로

임 점주는 2014년 8월에 돈치킨 녹번점을 인수한 새내기 창업자이다. 그녀는 외국계 금융회사에 다니며 아이 셋을 낳은 평범한 직장인 겸 아내, 엄마였다. 그런 그녀에게 한 가지 고민거리가 있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운동을 전공으로 하는 아들의 뒷바라지 하는 일이 힘들다는 것. 특히 아들의 경기가 평일에 있거나. 외국에서 진행 될 때마다 회사에 월차를 쓰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녀는 일을 그만두고 일과 자녀 교육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그 방법 중 하나인 창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초보 창업자 인만큼 프랜차이즈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돈치킨 애호가였던 임 점주는 맛 뿐 아니라 웰빙 열풍에 맞는 돈치킨이 안성맞춤이라 생각해 자신의 단골 가게였던 돈치킨 녹번점을 인수했다. 임 점주는 창업 뿐 아니라 아르바이트 경험조차 없지만, 본사 및 전 점주와 상의 후 인수받아 운영을 시작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육체적으로 무리가 오기도 했지만, 손님들과 얘기하는 것 뿐 아니라 그 손님이 재방문 했을 때 보람과 재미를 느꼈다. 한번은, 자녀 때문에 외국에 나가있는 3일 동안, 치킨을 좋아하지만 사장님이 없어 일부러 안 갔다는 손님들을 보며 이전에 느껴보지 못 한 뿌듯함을 느꼈다고.

 

외식업의 기본은 식재료

그녀는 매일 오후 4시에 가게를 오픈한다. 그전에 그녀가 꼭 하는 한 가지 일이 있다. 오픈 전 시장에 들러 신선한 재료를 사는 것이다. 그날 꼭 팔리지 않을지언정 그녀는 절대 싼 재료를 사지 않는다. 먹는 음식인 만큼 좋은 재료를 써야한다는 임 점주의 고집이다. “나는 음식점에 갈 때 일부러 좋은 식재료를 쓰는 곳으로 간다. 재료는 요리의 기본인 만큼 신중히 골라야한다. 또, 요즘은 싼 재료 가져다 쓰면 고객님들도 다 알기 때문에 얼마 안 남더라도 좋은 재료를 쓰는 것이 고객을 위해, 매장을 위해, 나를 위해 좋다”고 전했다.

 

단골손님들이 언제든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임 점주의 매장 운영 방침 중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맛뿐만 아니라 소통이다. 자신의 쉼터였던 곳을 인수한 만큼 다른 고객들에게도 쉼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정릉에 사는 어느 한 고객은 같은 돈치킨 이어도 손 맛 때문인지 다른 매장과 맛이 다르다며 녹번까지 일주일에 2번 이상 찾아오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맛은 기본이요, 가족 같은 매장 운영을 모토로 단골 고객들에게 친한 친구는 물론 언니, 누나, 동생의 역할도 도맡아하고 있다. 고객들과 개인적인 고민 상담 뿐 아니라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서로 의지 하고 아껴준다. 한 번은 닭 장사를 하다 망했다고 찾아 온 고객과 꾸밈없는 대화를 나눌 정도로 고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이 돈치킨 녹번점 점주의 특징이다. 단골손님에 대한 서비스도 다르다. 자주 방문해주는 고객이 좋아하는 안주를 기억했다가 서비스로 준비한다. 서비스를 받은 고객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이윤이 적게 남더라도 내 기분도 덩달아 좋아진다고. 마음 따뜻한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의 기억 속에서 좋은 사장님으로 회자된다면 그게 바로 성공이라고 덧붙였다.

 

임 점주는 “이런 일은 처음 해보는 것이어서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초보자도 쉽게 접근 할 수 있게끔 본사에서 교육을 해준다. 특히 돈치킨은 레시피 대로 하면 최상의 맛을 유지할 수 있어 조리하거나 운영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임점주는 “우리 매장은 호프와 배달을 동시에 하고 있는데, 겨울이라는 계절 특성상 홀 손님보다는 배달 손님이 주를 이루고 있다. 봄이 되면 매출이 시작해 여름에는 매출의 정점을 찍기 때문에 날씨가 따뜻해지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고객들이 언제든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따뜻한 마음으로 돈치킨 녹번점을 운영하는 임 점주의 비상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