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을 부르는 스토리텔링 마케팅
미래학자 롤프 젠슨은 이렇게 말했다. “회사는 그들만의 이야기와 신화를 기초로 해서 번성할 것이며, 사람들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능력으로 성공할 것이다”라고. 이야기가 고객의 마음에 파고드는 시대다. 제품에도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요즘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는 마케팅의 새로운 기류를 알아봤다.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제품의 브랜드, 기능에만 주목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스토리텔링을 적절히 활용한 제품에 소비자가 호응한다. 스토리텔링이란 흥미로운 이야기로 제품의 특성을 풀어나가는 커뮤니케이션 기법을 뜻한다.

미국 과학·광학·제어 장비 제조업체 3M은 스토리텔링 기법을 경영에 이용한 대표적 회사 중 하나다. 3M은 직원들이 관심분야를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을 전체 근무 시간의 15%까지 주는 ‘15%의 법칙’을 정했다. 덕분에 3M 과학자가 찬송가책에 책갈피로 붙여놓으려다 개발한 ‘포스트 잇’ 이야기 등이 탄생했다.

문제는 스토리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일이다. 3M은 본사 혁신센터에 자사의 역사를 전시한 공간을 마련해 놨다. 전시품은 약 6만7000명에 달하는 직원 중 3M의 성공에 크게 기여한 직원의 사진과 이야기 위주로 구성됐다. 이곳 방문객들은 전시관을 통해 서서히 회사의 이야기와 친숙해지게 된다.

화장품 브랜드 키엘도 훌륭한 스토리텔링으로 주목받아왔다. 최초에 키엘약국으로 시작한 키엘은 화장품도 무향·무색·최소 방부제의 원칙으로 만들어 용기 모양도 약통, 연고통으로 디자인했다. 약국에서 출발한 탄생스토리가 제품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매장 내에 오토바이와 소형 비행기 등을 전시한 인테리어로 시선을 끈 키엘은 매장 내 제품이 공산품이 아니라 개인의 독특한 작품임을 강조했다. 덕분에 키엘은 전 세계의 매장을 통해 연간 수백만 달러의 매출과 높은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김명준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지금까지는 제품의 브랜드파워가 중요시돼왔지만 앞으로는 소비자가 기업이 주는 이야기 속에 들어가 그 제품을 구매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에는 이러한 사례가 많다며 김 교수는 “사회 전 분야가 이에 맞춰 변화하고 있으므로 우리 기업들도 변할 차례다”라고 덧붙였다.

“당신의 꿈을 펼쳐라” 아이폰의 메시지

그는 최근 스토리텔링을 제품에 적용해 큰 성공을 거둔 기업으로 애플을 꼽았다. 맥북, 아이폰, 아이패드, iOS를 선보인데 이어 아이클라우드까지 제공하겠다고 선언한 애플은 소비자에게 스토리로 어필하는 기업이라는 설명이다.

제품에 포함되는 아이(I)의 의미를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는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많은 이들은 아이를 ‘나’의 의미로 인식한다. 애플의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소비자는 ‘나’를 중심으로 연결된 세상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 아이폰이나 아이패드가 광고되기도 전부터 전 세계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끈 것도 바로 이 이야기 때문이다.

애플 제품에 내재된 이러한 스토리는 이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의 TV광고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Dreams come true’라는 문구가 제품을 통해 소비자에게 무엇이든 가능하게 한다는 ‘꿈의 실현’을 믿게 하는 까닭에서다.

애플에서 스토리 텔러 기질을 발휘하는 주인공은 다름아닌 스티브 잡스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아이폰의 경쟁 상대인 삼성의 갤럭시 제품 속 스토리의 부재를 아쉬움으로 지적한다. 삼성전자는 은하계를 뜻하는 갤럭시(Galaxy)를 운영체제인 인간모양 로봇 안드로이드에 맞춰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갤럭시에는 특별한 스토리가 없어 소비자들이 제품이 가진 스토리 속에 빠져드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의 다른 제품들도 마찬가지다. 에어컨은 하우젠, 냉장고는 지펠 등 하나의 제품군이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됐지만 이러한 배경에 독자를 사로잡을 스토리는 특별히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고객 입장에서는 이름 붙여진 제품이 에어컨인지 냉장고인지, 혹은 타사의 제품인지 혼란을 겪을 수 있다.

또한 삼성전자의 갤럭시는 미국에 출시되는 제품의 이름이 통신사마다 각각 달라 통합된 이야기를 전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애플의 아이패드와 아이폰에는 사용자인 ‘나’를 세상의 중심으로 인식하게 하는 이야기가 녹아 있다.


감성을 입은 마케팅 일등 공신은 광고

‘이야기 경영’의 저자 에벌린 클락은 미국에서는 ‘기업 스토리텔러’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이 일찌감치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는 오랫동안 스토리텔링 기법을 전통으로 지켜왔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실제 사업에서 이 기법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기도 했다. 에벌린 클락은 하버드 대학원에서 미래의 경영인을 길러내는데 사용하는 유명 사례 연구 수업에서는 이야기를 가장 중요한 내용으로 다룬다고 밝혔다.

물론 국내에서도 스토리텔링 기법을 마케팅에 적용한 사례는 존재한다. 1999년 출시와 함께 크게 인기를 끈 롯데칠성 음료 ‘2% 부족할 때’는 광고 덕을 톡톡히 본 제품이다.

광고 속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를 통해 ‘2% 부족할 때’라는 제품 의미를 부각시킨 연유에서다. 전문가들은 곧 기업 내부에서도 스토리텔링을 전담하는 스토리텔러를 고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는 스토리텔링 기법을 사용하는 기업 내에서 이러한 역할을 주로 기획이나 마케팅 관련 부서가 담당하고 있다.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스토리텔링을 광고대행사나 컨설팅 회사에 맡기기도 한다. 제일기획과 같은 광고대행사들은 광고주의 의뢰를 받아 스토리텔링을 광고에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이 스토리텔링이 잘 드러난 사례로 제일기획 관계자가 꼽은 광고 제품은 아웃도어 브랜드 K2.

K2는 아웃도어 브랜드 이미지를 ‘여행’ 이야기를 통해 제고했다. 광고에 등장한 배우 현빈이 ‘여행을 통해서 새로운 나를 발견한다’는 제품 콘셉트를 자연스럽게 드러내기 위해 연기했다. 광고는 ‘출발’ ‘트래킹’ ‘캠핑’이라는 세 편의 시리즈로 제품에 담긴 스토리를 이어간다.

정용재 K2 브랜드마케팅팀 팀장은 “강인한 등산 중심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친근한 아웃도어의 이미지를 광고에 담았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K2의 제품을 착용하고 현빈처럼 여행하고자 하는 바람을 이끌어 내는 것이 곧 광고의 목표이므로 ‘이야기’ 기법을 사용한 것.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광고에 담긴 스토리만으로 제품의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전달한다는 한계가 있다. 기업 제품 개발이나 기획 단계에서 이미 스토리를 담아내면 고객에게 보다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행이야기를 구현한 아웃도어 브랜드 ‘K2’의 광고.


명품 스토리텔링은 이미 잘 알려진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명품 제품들은 대부분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빈치스벤치의 ‘발레 백’은 디자인에서 발레리나의 가벼운 몸동작을 연상시키도록 레이스업과 리본 디테일로 여성스러움을 강조했다. 곧 이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스스로 발레리나가 된 듯한 착각이 들도록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화장품 브랜드 메이블린의 대표 제품 마스카라도 이야기를 담았다. ‘떠나간 애인을 되찾고 싶은 여성이 마스카라로 자신을 돋보이게 치장한 후 옛 남자와 재회했다’는 이야기가 메이블린 탄생의 실제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생수 브랜드 에비앙 속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에비앙은 원래 프랑스의 한 마을 이름으로, 이 마을에 살던 후작이 마을에서 나는 물을 마시고 신장결석이 나았다는 탄생 설화가 있다.

샘물 주인이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병에 물을 넣어 판매하기 시작해 이후 에비앙이 전 세계적으로 ‘명품 생수’로써 사랑받게 됐다. 에비앙 이야기는 소비자를 유인하는 것이 더 이상 브랜드가 아니라 제품이 담고 있는 이야기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시켜 주는 예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의 믿음을 강화하는 역할도 스토리텔링의 범위다. 물론 조작된 이야기는 오랫동안 사랑을 받기 어렵다. 오랜 시간 소비자의 마음에 남아 재구매까지 하게 만드는 요소는 이야기의 진실성이다.

따라서 김명준 교수의 지론은 “진정성을 가지고 스토리에 접근할 때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뛰어 넘는 마케팅의 효과가 발휘된다”는 입장이다.

백가혜 기자 lita@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