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K주가는 합병 전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아울러 합병전 실질적 지주사였던 SK C&C의 사업지주사 프리미엄도 사라졌다. 그만큼 시장은 SK를 일반 지주사와 별반 다르지 않게 보는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국내 지주사들은 지배구조의 투명성 문제를 지적받았으며 이러한 요소들이 지주사의 저평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SK지배구조개편에 대한 기대감은 시작과 동시에 끝인 것일까. 아니면 다른 무기가 있는 것일까.

▲ SK 주가 추이 [출처:한국거래소]

SK그룹은 지난해 8월 SK와 SK C&C를 합병한 이후 지속적으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일반적으로 지주회사는 그룹의 정점에 위치하고 오너는 지주사의 최대주주로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SK그룹은 합병 전, 지주회사인 SK가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었으며 SK를 다시 SK C&C가 지배하는 ‘옥상옥’ 형태의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당시 SK C&C의 대주주는 최태원 회장이었다.

당시 SK C&C는 SK를 흡수합병 해 상호를 SK로 변경하고 기존 지주사의 역할을 유지하면서 자체 사업을 영위하는 현재의 사업지주사로 탈바꿈했다.

최정점에 있는 두 기업 간 합병으로 SK의 주력사업에는 변화가 없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최 회장의 특별사면 이후 SK그룹의 지배구조가 빠르게 개편되고 있는 상황은 분명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SK, 바이오계열사 재편의 이유

지난달 26일 SK는 SK바이오팜의 자회사인 SK바이오텍의 지분을 전량 인수했다. 취득 금액은 1238억원으로 2016년 예상 순익대비 5배, 즉 예상 PER(주가수익비율) 기준 5배라는 뜻이다. PER 5배라 한다면 비교적 저가에 SK가 SK바이오텍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할 수 있지만 비상장사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를 명확히 평가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SK의 SK바이오텍 인수는 큰 틀에서 볼 때, SK그룹의 향후 성장 동력이 기업 인수합병(M&A)에 있음을 말해준다. 또한 그 가시적 성과가 발생하면 할수록 SK의 주가가 상승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SK의 SK바이오텍 지분 인수로 기존 ‘SK→SK바이오팜→SK바이오텍’의 지배구조에서 ‘SK→SK바이오팜, SK바이오텍’으로 변하게 됐다. 쉽게 말해, SK바이오텍이 SK의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바뀌는 것이다. 그만큼 SK바이오텍의 실적과 가치가 SK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 SK 계열사 순자산가치 구성비 현황 [출처:하나금융투자]

SK바이오텍은 원료 의약품 및 의약품 중간체를 제조·판매(CMS, Contract Manufacturing Service)하는 회사다. CMS는 의약품 위탁생산(CMO, 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기업의 일종으로 CMO는 대량생산을 통한 원가관리가 핵심 경쟁력인데 반해 CMS는 다품종 소량생산, 특수 의약물의 중간물질 생산에 집중하는 특성을 지닌다. SK바이오텍 매출의 전방사는 노바티스, 잉겔하임과 같은 글로벌 메이저 제약사로, 매출의 70%를 상회하며 에이즈 및 당뇨 등이 주 약물로 CMO와 비교시 진입장벽이 더 높은 분야에 위치하고 있다.

한편, SK그룹은 해외 CMO사 M&A를 검토 중에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자회사(지주사의 증손회사) 지분 취득 시 100%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SK의 SK바이오텍 지분 인수 전 상황에서는 SK바이오텍이 SK의 손자회사이기 때문에 SK그룹이 향후 검토 중인 해외 CMO가 M&A시 자금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 대표적인 예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SK의 손자회사로 SK하이닉스가 향후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M&A를 추진하려 해도 지주사법으로 인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덩치가 커진 SK하이닉스를 SK가 자회사로 편입하는 것도 부담이다.

물론 SK가 바이오 계열사의 지배구조를 개편하지 않고 직접 취득을 무방하나 그룹내 CMO사가 자회사와 손자회사로 나눠지는 것도 효율적이지 않다.

따라서 SK의 SK바이오텍 지분 인수는 그룹의 신성장동력인 바이오사업을 M&A를 통해 성장시키며 결과적으로 그 가치를 지주사인 SK에 집중시키는 격이라 할 수 있다.

최대주주와 같은 위치에 서라

SK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합병 전 SK C&C는 최 회장이 최대주주라는 점에서 실질적 지주사라는 인식과 함께 개별 사업을 가진 기업으로서 지분가치 대비 할증 거래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반면, SK는 자체사업보다 순수 지주사라는 인식이 높아 할인 거래됐다. 이러한 두 기업이 합병을 하면서 시장평가가 모호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평가를 어떤 기준으로 둬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011~2015년까지 지주사별 순자산가치(NAV) 대비 주가할인율이 과거 대비 명백한 차별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LG는 NAV 대비 주가할인율이 40~50%로 형성되고 있는 반면, 같은 순수지주사임에도 불구하고 CJ는 할인율이 0%로 축소됐다.

▲ CJ NAV 대비 할인율 추이 [출처:하나금융투자]

같은 순수 지주사임에도 불구하고 NAV 대비 주가할인율이 차별화를 보이는 이유는 지주사의 현금흐름 혹은 개별 영업이익의 성장세에 있다는 판단이다. 합병 전 SK가 순수지주사로 자체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데 반해, 합병 SK는 자체 사업 매출 규모가 3조원 수준에 달한다.

눈에 띄는 점은 최근 SK주가가 2016년 예상 PER 10배, PBR 1배 수준에 위치하고 있어 합병 전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했던 SK C&C와 같은 프리미엄 가격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합병 SK에 대한 시장의 인식이 사업 지주사보다는 순수지주사에 가깝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SK의 주가는 지난해 4월 SK C&C와 SK의 합병 발표 이후 실제 합병이 이뤄진 8월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으나 합병 이후 현재까지 내리막길을 걷고 있으며 합병 전 주가 수준으로 회귀했다.

SK는 분명 순수지주사가 아닌 사업지주사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체 매출이 전체 그룹사 대비 큰 규모를 차지하는 것도 아니다. 또한 SK C&C가 SK를 흡수합병해 새로운 지배구조를 만들었지만 ‘옥상옥’ 구조를 해소했을 뿐 이것이 SK그룹의 펀더멘탈을 바꾼 것도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SK C&C와 SK의 합병을 통한 현재 SK 지주사 출범으로 SK그룹 계열사들의 신성장 동력을 위한 확장이 좀 더 수월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첫 번째가 바이오계열사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배당확대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기에 지배구조 개편이 발생했다는 점은 투자관점에서 볼 때, SK그룹의 최대주주의 편에 서는 것이 옳다고 볼 수 있다.

프리미엄은 바이오 계열사에서...지주 할인율 해소는 수익성 문제

지주사 평가시 수익성 기준인 PER보다 자산가치 기준인 PBR이 주가 수준을 잘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권업계는 지주사의 경우 여러 계열사를 지배, 즉 자산의 형태로 소유한다는 점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지주사를 펀드에 비유하면 여러 투자처에 분산된 형태로 주가 변동성이 개별 기업대비 낮다는 점에서 자산가치기준 평가를 선호한다.

SK C&C와 SK의 합병 전 주가 수준과 현재 SK의 주가를 비교해보면 SK그룹의 큰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계열사들의 성장과 그에 따른 자산가치 평가 여부에 SK의 주가도 움직이겠지만 현재 중요한 것은 우선적으로 SK의 바이오 계열사들에 대한 평가가 중요하다.

▲ SK 계열사 별 자산가치 및 합계 [출처:하나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가 SK그룹이 보유한 계열사들의 자산가치를 평가한 결과 총 20조21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SK가 사업 지주사인 것을 감안, 일반 지주사 할인율 대비 비교적 낮은 20% 할인율을 걱용해 18조490억원이 도출됐다. 이를 주당순가산 가치로 환산할 경우 SK 주식 한 주당 32만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작년부터 SK그룹이 지배구조개편을 서두르는 등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주가 수준만 보면 현재는 SK그룹 변화에 기대도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SK그룹이 여러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지만 국내 지주사들의 고질적인 문제인 ‘저평가’를 단기간에 해소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지주사 ‘저평가’를 해소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배당확대정책 등 국내 지주사들의 저평가 문제가 일부 해소되는 유인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SK에 ‘다음 변화는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확실한 답이 나오면 주가가 상승할 확률이 높으며 현재는 바이오 기업 상장에 시장 참여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고 귀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