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은 국가의 미래이자 희망이다. 요즘같이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이라면 우수한 인재로서 아이들을 잘 길러야 한다. 러스턴(Rushton)의 진화생물학 이론에 따르면 생물이 자손을 남길 때 R과 K의 두 가지 전략이 있다는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R 전략은 되도록 자식을 많이 낳는 방법이고 K 전략은 자식을 적게 낳더라도 적응력을 갖출 수 있게 양육하는 방법이다. 수천 개의 알을 낳고는 전혀 돌보지 않는 물고기는 R 전략가이고, 자식을 적게 낳아서 부모와 함께 살면서 자식을 양육하는 인간은 K 전략가형인 셈이다. 특히 출생률이 낮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무조건 훌륭한 아이들을 키워서, 일당백(一當百)의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조선시대에는 아이가 태어나면 관상을 살펴서 미래를 예측했다. <동의보감>, <증보산림경제>, 언문으로 쓰인 <규합총서> 등에도 아동의 관상법이 실려 있다. 중국의 관상 고서에도 아이의 관상 보는 방법이 자세히 나와 있어서 흥미롭다.

먼저 갓 태어난 신생아의 관상을 살피는 법이다. 태어난 지 3일 동안은 아이의 기(氣)가 미약하기 때문에 다른 부위는 살피지 않고 단지 울음소리로 관상을 판별한다.

우선 방에 아이를 혼자 둔다. 그리고 아이가 깨어서 우는 소리를 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본다. 젖 달라고 보채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4~5회 반복하여 계속 우렁차게 들리면 장차 크게 되고 부귀(富貴)할 아이의 상이다. 반대로 우는 소리가 끊기거나 크게 한 번 울고 소리가 점점 작아지면 건강이 좋지 않고 부실한 아이로 짐작한다.

모발에 윤기가 흐르고 숱이 많고, 눈썹이 뚜렷하면 복록이 많은 아이의 상이다. 반대로 머리카락 숱이 적은 아이는 허약체질이다. 아이를 키울 때 모발이 튼튼하고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 예전 어머니들은 어린아이의 머리를 한 번씩 밀어서 까까머리로 만드는 경우가 있었다. 관상 차원에서 보자면, 이러한 풍습은 상당히 지혜로운 것으로 보인다.

<동의보감>에 눈썹은 간(肝)에 속하기 때문에 눈썹이 예쁘게 생겨야 간 기능이 좋다고 한다. 눈썹은 관상학에서 보수관(保壽官)으로 부르며, 수명을 보호하는 장소로 살핀다. 미간이 좁거나 눈썹이 너무 옅은 경우는 아이가 잘 자라지 못한다.

어린아이의 머리를 만져보아서 두피(頭皮)가 두꺼우면 좋은 관상이다. 실제 의학에서 머리를 둘러싼 피부는 두개골을 보호하기 위해 두꺼운 것이 좋다고 한다. 특히 신생아는 대천문(大泉門)과 소천문(小泉門)이라고 불리는 정수리의 뼈가 완전히 결합되지 않고 열려 있어서, 두개골의 보호 면에서 더욱 취약하다. 신생아는 두개골이 아직 닫히지 않아 누르면 위험하다. 소천문은 대부분 생후 6~8주에 닫히고, 대천문은 14~24개월 정도에 닫힌다. 따라서 두피가 두꺼울수록 뇌가 잘 보호받는다.

코로 숨을 쉬면 건강하게 잘 자라는 아이이며 입으로 숨을 쉬면 그 반대이다. 오늘날로 치면 비염 때문에 코가 자주 막히는 아이는 허약체질이다. 모발의 색이 검지 않고 흐릿한 황색이거나, 눈썹이 없고 치아가 너무 빨리 나와도 건강하지 못한 상이다. 치아가 출생 후 5~6개월쯤에 나오면 좋지 않고, 한 돌 이내에 나오면 건강하고, 한 돌이 지나서 나오면 크게 귀하게 될 관상이라고 보았다.

아이의 관상이 좋지 않으면 부모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어서 가세가 기울거나, 집에 재복이 줄어들어 초년에 경제적 혜택이 부족하거나 결손가정에서 성장한다고 해석한다. 조선시대에는 좋지 않은 관상을 가진 아이가 태어났을 경우, 부모와 떨어져서 길러지면 액땜이 된다고 믿었다. 실제로 이러한 액땜식 대안이 민간에 나타나는 사례는 많이 발견된다. 아이를 절에 팔거나 바위에 파는 풍속 등이 그것이다. 또는 돌에 이름을 새겨서 바위를 부모로 모시는 민간의 속설 등도 보인다.

모발이 이마를 가리거나 이마에 잔머리털이 많거나 미간이 좁은 경우, 코에 이상이 있는 경우는 좋지 않다. 모발이 이마로 내려온 아이라면 머리카락을 이마 위로 넘기는 헤어스타일로 관상학적 코디가 가능하다. 이러한 헤어스타일은 이마를 드러내어 이마 면적이 넓어 보인다. 관상학적으로 이마는 초년에 해당되며, 부모‧가문‧출세‧명예를 상징하는 부위이다. 따라서 아이의 이마 면적이 넓으면 초년에 복록이 많은 아이로 볼 수 있다. 잔머리털이 많이 생기거나 미간이 좁다면, 이마의 잔털을 없애고 헤어라인을 정리하며 눈썹을 다듬어서 좁은 미간을 넓혀주면 된다. 특히 아동의 모발을 황색으로 염색해주면 성장이 더디거나 부모의 말을 안 듣게 된다.

아이 양육 문제로 고민이 많은 부모라면 관상 좋은 아이로 코디해보라. 혹시 아이의 상이 좋지 않더라도 남의 손에서 길러질 경우 액을 면할 수 있다는 대안이 있다. 현대에선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인해 대다수의 아동이 놀이방‧어린이집‧유치원‧조부모의 손에서 자란다. 오늘날 많은 아동이 남의 손에서 양육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 사회는 사회 구조적인 시스템으로 남의 손에서 양육되는 대안과 해결책이 이미 마련되어 있는 셈이다.

 

<좋은 아이의 관상> <허약한 아이의 관상>

 

그림 출처: 홍성민 <조선시대 관상학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