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된 골목에 개성 있는 젊은이들이 똘똘 뭉쳤다. 서울대입구역 근처 ‘샤로수길’(서울시 관악구 관악로 14길)이 각기 독특한 콘셉트의 맛집과 술집으로 손님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서울대 정문 유명한 조형물인 ‘샤’와 ‘가로수길’을 따서 ‘샤로수길’로 불리는 이 골목은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나온 후 150m 직진하다가 로드샵 ‘올리브영’이 나오면 왼쪽으로 돌아서면 발견할 수 있다. 골목 입구부터 약 500m에 걸쳐 크고 작은 가게 30개 정도가 붙어 있다.

신사동 가로수길, 이태원 경리단길, 방배동 사이길 등과 어깨를 마주할 정도의 위세는 아니지만 이처럼 유동인구가 많아지면서 ‘샤로수길’만의 독특한 맛집과 볼거리가 넘쳐난다. 의심 반, 기대 반으로 오는 손님들은 독특한 개성에 반해 그대로 단골이 되는 경우가 많다.

관악구가 인기명소로 샤로수길을 지정한 뒤 이곳의 보증금과 권리금도 뛰어오르고 있다. 봉천동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3~4년 전보다 권리금과 보증금이 2~3배 올랐다”라며 “문의는 있지만 매물은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달동네와 감각적 문화

샤로수길은 2010년부터 첫발을 내딛었다. 터줏대감은 2010년 2월에 문을 연 수제버거집 ‘저니’다. 무일푼의 청년 김학진 씨가 대학가 인근 저렴한 상권을 찾다가 이곳으로 들어온 것. 서울대 미식동아리 ‘스누미’가 다녀간 이후 입소문을 타고 근처 상점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샤로수길은 힙스터들이 주목하는 곳이기도 하다. 봉천동의 익숙한 동네 풍경과 새로 들어선 상가의 절묘한 조화가 이색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곳, 개성 넘치는 새로운 영역을 따라 감각적인 문화생활을 소비하는 사람들을 ‘힙스터’라 부른다.

‘샤로수길’은 세계 각국의 음식점은 물론 가성비 넘치는 스몰비어점, 중식당, 라운지펍 등 선택지가 다양하다. 예를 들면 수제버거집 ‘더멜팅팟’, 프랑스요리점 ‘프랑스홍합집’, 일본가정식 ‘키요이’, 파스타, 찜닭 등을 맛볼 수 있는 ‘퀸즈콤마’, 태국음식점 ‘방콕야시장’, 스페인 음식점 모즈(Moze) 등이다. 이국적이면서 고풍스러운 공간, 혹은 아담하고 조용한 장소 등 다양한 콘셉트를 포괄한다.

관전 포인트 첫 번째는 독특한 맛집이고 두 번째는 개성만점 신상권이 기존에 있던 세탁소, 신발가게, 반찬가게, 재래시장과 섞인 ‘묘한’ 분위기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향후에도 상권 활성화될까?

유동인구가 늘면서 임대료 상승은 불가피하다. 거대자본이 들어와 기존 상인들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상인들은 걱정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샤로수길에서 펍을 운영 중인 박영욱(가명) 씨는 “사실 샤로수길이 뜨는 것이 달갑지 않다”라며 “오히려 매스컴 등에 노출된 이후 개성 있고 조용한 분위기 때문에 오시던 단골손님의 발길이 끊어졌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도 “독특한 개성이 있는 곳인데 비슷한 업종이 들어오게 되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라며 “또 재계약할 때 임대료가 상승하니까 부담이 된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상가매물이 많지 않아 상권 확대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일부는 초기 성장 폭이 높다가 일시적으로 멈춘 과도기 상태로 규정했다. 한 상가부동산 전문가는 “샤로수길은 발전 가능성이 큰 곳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기대를 품고 가면 실망하시는 분도 있다”라며 “홍대나 이대 같은 거대 상권까지는 무리일 것 같고 개성과 콘셉트가 명확하면서 인기 있는 소규모 상권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