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사물과 대화를 나눴다. 사물인터뷰 열일곱 번째 이야기.

얼핏 보기에 사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문어였다. ‘해산물인터뷰인가.’ 조금 이상했다. 다리가 2개뿐이었다. 눈곱을 떼고 다시 보니 실소를 머금게 됐다. 회색 이어폰이었다.

여전히 이상했다. 케이블 양 끝에 귀에 꽂는 이어버드가 달려있었다. ‘이건 뭐지? 폰에 어떻게 연결하란 거야. 불량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이어폰이 대뜸 자기소개를 했다. 비츠바이닥터드레에서 온 비츠X(BeatsX)라고.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플레이G: 닥터드레?! 그 박태환!

비츠X: 끄덕끄덕. ‘박태환 헤드폰’으로 유명한. 박태환 선수는 수영장에 들어설 때 항상 닥터드레 헤드폰을 착용하고 나타났어요. 그때부터 우리가 한국에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죠.

플레이G: 어느 나라 회사죠?

비츠X: 미국이요! 뮤지션 닥터드레와 방송제작자 지미 아이오빈이 만든 오디오 브랜드입니다. 지미의 경우 TV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 기획자로 유명한 인물이죠. 비츠는 지금 애플의 자회사입니다. 2014년 7월 인수됐습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플레이G: 아, 그럼 애플 전용 이어폰?

비츠X: 아닙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는 물론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요. 다만 아이폰과 궁합이 더 잘맞긴 해요. 애플 W1 칩을 적용해 엄청나게 빠른 연결이 가능하죠. 아이폰 근처에서 들고 있기만 하면 연결됩니다. 편리하겠죠?

플레이G: 네? 연결을 어떻게 한다고요?

비츠X: 이해를 못하시는 것 같네요. 저는 무선 이어폰입니다. 이어폰 단자를 꽂아 연결하는 방식이 아니란 거죠. 아직 생소하게 여기는 분들도 있지만 앞으로 대세는 무선이 될 겁니다. 훨씬 편하거든요!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플레이G: 어떻게 착용하는 거죠?

비츠X: 무선 이어폰에 대해 아는 게 없으시네요. 목 뒤로 둘러서 각 이어버드를 귀에 꽂으면 됩니다. 4가지 크기 이어팁을 기본 제공합니다. 특별 제작된 플렉스 폼이 탁월한 착용감을 선사해주죠.

플레이G: 왠지 잃어버릴 것만 같군요.

비츠X: 시니컬하시군요. 귀에서 안 떨어지게 고정해주는 윙팁도 기본 제공합니다. 또 마그네틱 이어버드라서 음악을 듣지 않을 땐 자성이 있는 두 이어버드를 붙여 목걸이처럼 착용할 수 있죠. 보관하기 쉽도록 포켓 케이스도 줍니다.

▲ 출처=비츠바이닥터드레

플레이G: 만약에 음악을 듣다 전화가 오면요?

비츠X: 케이블 마이크를 통해 전화를 받을 수 있죠. 음악을 듣다가 애플 인공지능(AI) 비서 시리(Siri)를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시리를 통해 말로 음악을 간편하게 컨트롤하는 게 가능하죠. iOS에서만 가능하니 참고하세요.

플레이G: 무선 제품이면 충전이 번거롭겠네요?

비츠X: 불편을 최소한으로 줄였습니다. 패스트 퓨얼 시스템이란 걸 적용했어요. 덕분에 5분만 충전해도 2시간 동안 음악을 들을 수 있죠. 완충하면 최대 8시간을 버티고요. 충전은 아이폰 충전기로 가능합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플레이G: 색상은 회색만 있는 건가요?

비츠X: 그레이 이어폰이 흔한 건 아니죠. 총 4가지 컬러로 나왔어요. 그레이 말고도 블랙, 블루, 화이트가 있죠. 대개 넥밴드 타입 이어폰이 ‘아재’ 느낌을 주잖아요? 저와 함께라면 아재도 패피(패션피플)가 될 수 있습니다(웃음).

▲ 출처=비츠바이닥터드레

플레이G: 그래서 얼마라고요?

비츠X: 17만9000원입니다. 왜 그런 표정 짓는 거죠? 에어팟은 20만원이 넘는다고요! 무선 제품들이 전반적으로 가격대가 있는 편이죠. 무선 헤드폰의 경우 값이 곱절로 더 나갑니다. 번들 이어폰보다 확연히 뛰어난 제품을 찾는다고요? 그렇다면 이 정도 투자는 필요합니다.

플레이G: 알았으니까 소리 좀 들려주세요.

▲ 출처=비츠바이닥터드레

POINT 그이와 일주일을 함께했다. 목도리처럼 매일 같이 목에 휘감고 있었다. 찰싹 들러붙는 두 이어버드 덕에 목걸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에어팟이 세상에 공개됐을 때 여러 우려가 뒤따르지 않았던가. 그중 하나는 분실 우려였다. 비츠X는 이런 우려를 덜어준다.

케이블이 조금 길게 느껴지긴 한다. 착용했을 때 귀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느낌이다. 10cm만 더 짧으면 알맞을 것 같다. 착용감은 뛰어나다. 편안하면서도 귀를 제대로 막아줘 몰입감 있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오래 착용해도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무선 음향기기라면 질색하는 사람들이 있다. 유선에 비해 음질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비츠X를 사용하면서는 그런 느낌을 받질 못했다. 기술이 발전되면서 그 격차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걸 여실히 보여줬다. 비츠X는 특히 매력적인 중저음을 들려주는 이어폰이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애플이 무선 음향기기 시장 확대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폰7에 이어폰 단자를 없애버리는 강수를 두지 않았는가. 에어팟도 출시하고 말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에어팟만 선택해야 할 이유는 없다.

비츠X는 에어팟의 유력한 대안 제품이라고 판단된다. 가격 경쟁력도 에어팟 대비 우위에 있다. 그래도 조금 비싼 것 아니냐고? 이런 말이 있다. 현명한 소비를 하려면 하루 중에 오래 사용하는 물건에 돈을 쓰라는. 이어폰은 데일리 가젯(Gadget)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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