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인생 명예를 건 리뷰배틀이 시작된다. 봄나들이 카메라 데스매치 승자는?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X-T20(좌)과 TR80.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카시오 TR80 “언제 어디서든 ‘완벽한 셀카’…인생샷 제조기 나가신다” -김태환 기자

고가의 카메라 장비를 사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비싼 카메라와 렌즈는 언제 어디서든 목표에 근접한 사진을 손쉽게 얻도록 도와줍니다. 때문에 원하는 사진의 목적과 수단에 맞도록 장비를 세팅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만일 사용자가 일상을 기록하는 스냅사진과 셀피(셀프카메라)를 주로 찍는다면 카시오 ‘TR80’은 완벽한 제품입니다. 어떤 환경에서든 예쁜 셀카를 만들어줍니다.

▲ 출처=카시오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 TR80의 모습. 사진=이코노믹리뷰 조재성 기자

일단 겉모습부터 예쁩니다. 제가 받은 제품은 핫핑크 색상이었습니다. 마치 손거울을 보는 듯한 디자인입니다. 특히 카메라 렌즈 주변은 반짝반짝 펄이 뿌려져 있습니다. 조명이 카메라 양옆에 두 개 씩이나 있습니다. 책상 위에 세워놓고 보니 정말 화장대 앞에 앉은 기분이 나네요.

거치대를 활용해 삼각대 없이도 카메라를 여기저기 세울 수도 있고, 나뭇가지 등에 걸 수도 있습니다. 셀카를 찍을 때 의외로 다리를 잡으면 안정감 있다는 장점도 있네요. 카메라는 360도 회전이 됩니다. 셀카 전용인 만큼 얼굴인식은 기본입니다. 무엇보다도 강력한 메이크업 기능이 매력적입니다. ‘다크서클 제거’와 ‘갸름한 얼굴’ 기능은 어두침침한 색상을 가려주고 턱선을 날렵하게 바꿔줍니다. 이외에도 잡티 하나 없이 나오는 ‘매끄러운 피부’, 얼굴 밝기를 조절하는 ‘브라이트닝’ 등 다양한 메이크업 기능이 지원됩니다.

▲ 왼쪽이 카시오 TR80, 오른쪽이 폰카메라(LG G5). TR80이 좀 더 화사한 느낌을 준다(사진=이코노믹리뷰 김태환 기자)

제조사는 9000여 가지가 넘는 조합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직접 폰카와 비교해보니 TR80쪽이 확실히 보정이 된 사진처럼 나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셀카 뿐만 아니라 풍경사진도 준수한 성능을 자랑합니다. 우선 카메라 렌즈 F값이 2.8입니다. 밝은 렌즈죠. 이런 경우 배경을 흐릿하게 만드는 ‘아웃포커싱’이 잘됩니다. 특히 접사도 수준급이네요.

▲ 렌즈가 밝아(F2.8) 아웃포커싱이 잘된다(사진=이코노믹리뷰 김태환 기자)
▲사진=이코노믹리뷰 김태환 기자
▲ 사진=이코노믹리뷰 김태환 기자
▲ 색상을 강렬하게 표현할 수 있다(사진=이코노믹리뷰 김태환 기자)

가격이 비싸죠. 110만원 내외입니다. 하지만 우리 솔직해집시다. 꼭 미러리스 카메라를 써야 합니까? 그것도 후지필름 ‘X-T20’ 같은 제품을 말이죠. 미러리스 카메라의 장점은 가벼우면서도 렌즈교환이 가능하다는 건데, 대부분 렌즈를 추가로 구매하지도 않고 ‘컴팩트 카메라’처럼 쓰죠. 사실 이럴 거면 100만원 가까이 고가의 비용을 지불하고 미러리스를 쓸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성능 좋은 ‘하이엔드 카메라’를 쓰는 게 편하죠.

후지필름 X-T20도 자신만의 장점은 분명 있습니다. 엔틱한 디자인과 감성을 추구한다면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죠. 하지만 그게 답니다. 이 친구는 내 얼굴을 샤방하게 찍어줄 능력은 없습니다. 틸트액정이긴 하지만 90도만 움직입니다. 게다가 무겁습니다. TR80은 151g에 불과합니다. 딱 핸드폰 무게죠. 렌즈도 교환 안하면서, 굳이 무거운 제품을 들고 낑낑댈 필요 있나요. 카시오 TR80처럼 예쁘고 가벼운 제품으로 사과같이 예쁜 내얼굴과 일상을 담는게 더 효율적입니다.   

 

후지필름 X-T20 “필름사진 느낌 제대로 살린 필름명가의 명기” -조재성 기자

달라도 너무 다른 둘입니다. 디자인부터 봅시다. 자꾸 X-T20만 눈에 들어오네요. 필름카메라의 멋이 담긴 생김새입니다. 여러 수동 조작 다이얼이 달린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마그네슘 합금 소재 덕에 강인한 느낌을 줍니다. 클래식 카메라를 닮았으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이 녹아있습니다. 예컨대 후면 틸트 디스플레이 같은 부분이 그렇죠. TR80은 일단 생소하게 생겼습니다. 실물을 본 건 핑크 모델입니다. 컬러가 잘 빠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S사 구형 센스 노트북의 핑크 컬러를 보는 느낌?

▲ X-T20이 TR80으로 셀카 찍는 모습. 사진=이코노믹리뷰 조재성 기자
▲ 출처=후지필름

말 나온 김에 TR80 얘기를 더 하죠. 셀카 전문 카메라라는 포지션이 신선합니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의문이 듭니다.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예쁜 셀카를 찍을 수 있는데 굳이 TR80을 사야 하나?’ 물론 셀카 하나는 정말 잘 나오긴 하더라고요. 얼굴형을 갸름하게 바꿔주거나 피부톤을 화사하게 해주는 보정필터를 지원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생각해봅시다. 요즘 나오는 몇몇 스마트폰 기본 카메라앱에도 셀카 보정필터가 있습니다. 심지어 관련 애플리케이션(앱)도 수두룩합니다. 그러니 ‘굳이 셀카 전용 카메라를 사야 할까?’ 같은 생각이 드는 겁니다.

가격이 저렴하다면 생각이 달라질 순 있겠죠. 애석하게도 TR80은 너무 비싸게 느껴집니다. 11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죠. 처음엔 눈을 의심했습니다. 새로 나온 갤럭시S8보다 비쌉니다. 셀카 예쁘게 찍겠다고 사기엔 너무 큰 부담 아닌가요? 셀카라는 걸 이 카메라로만 찍을 수 있다면 몰라도. 미러리스 카메라인 X-T20이요? 바디는 99만9000원입니다. XC16-50mm 렌즈가 포함된 키트는 109만9000원이고요.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집니다.

X-T20을 필드 테스트 해본 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봄에 어울리는 화사한 색감이 돋보였죠. 특히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는 신세계였어요. 후지필름이 80년 이상 필름 제조 노하우를 쌓은 ‘필름명가’라는 사실이 기억났습니다. 이 모드는 과거 특정 아날로그 필름으로 찍은 느낌을 디지털에서 재현해주는 겁니다. 흑백부터 컬러까지 15가지 필름을 택할 수 있죠. 특히 아크로스 흑백필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필터는 또 따로 있고요.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와 필터를 조합해 다양한 느낌의 사진을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 X-T20으로 찍은 사진. 사진=이코노믹리뷰 조재성 기자
▲ X-T20으로 찍은 사진. 사진=이코노믹리뷰 조재성 기자
▲ X-T20으로 찍은 사진. 사진=이코노믹리뷰 조재성 기자
▲ X-T20으로 찍은 사진. 사진=이코노믹리뷰 조재성 기자
▲ X-T20으로 찍은 사진. 사진=이코노믹리뷰 조재성 기자

2430만화소 ‘X-트랜스 CMOS III’(APS-C) 센서가 달려있다는 점도 X-T20의 강점입니다. 이 이미지센서는 후지필름의 플래그십 미러리스 X-T2에도 들어간 겁니다. 고급기종과 동일한 수준의 고품질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TR80에는 훨씬 작은 1/1.7인치 센서가 탑재됐습니다. 갤럭시S8에 들어간 이미지센서와 동일한 크기이기도 합니다. 이 지점에서도 다시 ‘셀카는 그냥 폰으로 찍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X-T20은 영상 촬영 성능도 뛰어납니다. 4K 초고화질 영상을 촬영할 수 있죠. TR80은 풀 HD 촬영만 지원할 뿐입니다. 렌즈 교체에 따른 확장성 측면에서도 X-T20이 우월합니다. 후지논 X 마운트 렌즈를 활용해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습니다. 고해상도로 유명한 XF 렌즈 시리즈는 물론 휴대하기 좋은 XC 렌즈군도 두루 활용할 수 있죠. 당신의 잠재력을 폭발시켜줄 카메라는? TR80보다는 X-T20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