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사물과 대화를 나눴다. 사물인터뷰 21화.

상쾌한 표정이다. 화장실에서 갓 나온 것만 같다. 사물인터뷰 이전 인터뷰이랑 전혀 다른 생김새다. 커피포트에 전동칫솔이 달려 있는 모습이다. 뭔 조합이 이렇단 말인가. 이런 생각을 할 무렵 그가 말을 시작했다. 생긴 건 말끔한데 목소리는 크고 거칠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플레이G: 커피포트형 전동칫솔이세요?

제트워셔 EW1611: 안녕하십니까. 저는 파나소닉에서 새로 나온 구강 세정기입니다. 저만 있으면 셀프 치주 관리가 가능해지죠. 치간, 잇몸, 치주 포켓에 남아있는 이물질을 말끔하게 제거해줍니다. 당신의 잇몸과 치아,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플레이G: 구강 세정기! 들어본 적 있어요. 그런데 타제품이랑 다른 점이 있나요?

제트워셔 EW1611: 물론이죠. 파나소닉이 개발한 초음파 제트수류 기술이 처음으로 적용됐습니다. 6.6kgf/cm² 압력으로 물줄기를 분사할 수 있죠. 초음파 제트수류 노즐을 탑재해 더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치간, 치주 포켓 세정이 가능해요. 치석의 원인이 되는 치주 포켓 주변 세균과 박테리아를 없애는 게 취미예요.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제트워셔 노즐 끝부분.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플레이G: 귀찮은데 양치질만 하겠습니다.

제트워셔 EW1611: 일반 양치질로는 치주 포켓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어렵습니다. 치석이 생기고 결국엔 치주질환을 앓게 됩니다. 매일 양치질 후 저를 사용하면 치주 질환으로 고생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죠. 또 의치나 치아교정기를 착용하면 일반적인 칫솔질만으로 관리가 어렵잖아요? 그때도 전 효과적으로 이물질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G: 감이 잘 안 잡히는데 어떻게 사용해야 하죠?

제트워셔 EW1611: 일단 코드를 연결하세요. 물탱크에 물을 채워주세요. 수압을 설정하고 전원을 누르세요. 칫솔처럼 생긴 걸 쥐고 치아에 가까이 가져가세요. 회색 레버를 위로 밀면 물이 분사됩니다. 그 상태에서 치아를 구석구석 씻겨주면 됩니다. 수압을 적절하게 조절해서 잇몸을 부드럽게 마사지해보세요.

▲ 본체에서 물탱크를 분리한 모습.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제트워셔 상단 모습.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제트웨셔 분사기에 레버가 달린 모습.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플레이G: 덩치가 너무 큰 것 아닌가요?

제트워셔 EW1611: 600ml 대용량 물탱크가 달려있으니까요. 사실 다른 구강 세정기는 물이 너무 빨리 바닥나죠. 저는 온가족이 사용해도 충분할 정도로 많은 물을 담아둘 수 있고요. 물탱크는 가볍게 분리가 가능합니다. 세척하기도 편리하죠. 반투명 소재라서 물이 얼마나 남았나 확인하기도 쉽고요.

플레이G: 디자인은 깔끔하군요.

제트워셔 EW1611: 깨끗한 화장실이 떠오르는 심플한 화이트 컬러에 타워형 라운드 디자인입니다. 화장실에 두면 상쾌한 느낌으로 인테리어를 연출할 수 있죠. 무게가 850g인데 물탱크까지 채우면 더욱 안정적입니다. 저를 당신 집 화장실로 인도해주세요.

▲ 출처=파나소닉
▲ 출처=파나소닉

 

POINT 그가 정말 우리집 화장실로 와버렸다. 이런 물건은 난생 처음이다. 머릿속에 ‘대강 이런 식으로 작동한다’는 인상조차 없었다. 그가 알려준대로 설치했다. 전원을 켜는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 내집 거실에 경운기를 몰고 왔던가 에어 콤프레샤로 벽에 칠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 했다.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을 착용하면 되겠군!”

레버를 올리는 순간 또 다시 당황했다. 노즐에서 강력한 물줄기가 나와 내 얼굴을 찔렀다. 물총으로 저격을 당한 느낌이었다. 급히 레버를 내리고 수압을 낮췄다. 치아에 노즐을 가까이 가져간 뒤 레버를 밀어올렸다. 물줄기는 여전히 강력했다. 치과에서 스케일링을 받는 느낌이 들었다. 문제는 물이 입 밖으로 질질 흐른다는 거였다. 옷이 다 젖어버렸다. ‘샤워할 때 사용하는 게 좋겠군.’

그는 상상력을 자극했다. 제트워셔만 있다면 동네 물총싸움 챔피언은 문제 없겠다. 세차라든지 창문 청소도 척척 해낼 듯하다. 누군가가 그랬다. 구강 세정기는 치아용 비데라고. 딱 그 느낌이다. 제트워셔로 치아를 세정하는 내 모습을 거울로 바라봤다. 모습이 다소 괴상하게 다가왔다. 화장실 문을 잠그고 혼자만 보고 싶은 모습이었다. 다 사용하고 전원을 껐더니 적막해졌다.

▲ 제트워셔로 신문지에 물을 쏘고 있는 모습. 제작=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소음과 강력한 물줄기가 적응 안 된다는 거지 사용하는 데 불편하진 않았다. 자석으로 분사기를 거치할 수 있어 편리했다. 제트수류를 공급하는 호스를 탄력적으로 만든 것도 유저를 위한 배려다. 본체에 버튼도 3개뿐이라 고민 없이 사용 가능하다. 전원과 수압 조절 버튼이 전부니까. 레버를 밀어올리기 전에 마음의 준비만 단단히 하면 된다. 제트워셔라는 이름처럼 제트기가 치석에 미사일을 내리꽂는 느낌.

가격은 19만9000원이다. 치과 한번 가면 이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든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지 않던가. 이런 말이 생길지도 모른다. 늙어서 고생하기 싫으면 젊을 때부터 제트워셔 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