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시장(市場)’은 지역주민의 소통공간입니다. 전통시장에는 그 지역의 사연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서민들의 애환과 함게 희망이 묻어나는 곳입니다. 시장에 가면 그래서 살만하다고 합니다. 실의에 찬 분들도 시장에서 원기를 충전합니다. 생생한 서민들의 삶속에서 용기라는 힘을 얻습니다. 젊은이들이 보는 전통시장은 또 다른 의미입니다. 젊은 기자들이 직접 전통시장 순례를 시작합니다. 맛과 멋을 찾아가는 젊은 기자들의 시선을 멈추게한 핫 플레이스를 담아보겠습니다.

중앙시장에 이어 다섯 번째로 찾아간 곳은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구로시장이다.

산업화 부흥기 흔적 남아있는 시장      

서울 구로시장은 서울 구로구 구로4동 736-1에 위치한 전통시장이다. 과거 우리나라 공업화,산업화 부흥의 중심인 구로지역 중심에 위치한 시장이다. 인근에는 서울지하철 1호선/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그리고 7호선 남구로역이 인접해 있는 교통의 요지이며, 인천항과 가까운 지리적 특성으로 시장이 막 열리던 시기에는 서울 서남단 상권의 중심 역할을 했다. 구로시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구로역~인천역 27.0㎞의 복복선철도, 1899년 개통) 주변의 상권이 모여들기 시작한 1960년대 말에 열렸다. 1970년~1980년대 해외수출 무역으로 활성화된 구로공단의 인력들이 주거하고 큰 수요를 형성하면서 시장 규모도 점점 커졌다.

▲ 몇몇 점포만이 남아있는 구로시장의 의류 점포.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당시에는 국내 의류업체들에 유통되는 원단이나 포목, 의류 등을 판매하는 시장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그렇기 때문에 구로공단의 여자 근로자들의 의류 선호가 국내 패션 트렌드를 주도한다고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산업화가 첨단을 달리는 방향성으로 인해 구로시장의 활기는 몇몇 의류 점포들이 운영되는 것으로 그 흔적으로 남았다. 아울러 공단 인근지역 치안 문제로 인해 거주민들도 줄어들었고 자연스럽게 상권도 축소됐다. 

청년들, 구로 시장의 숨을 불어넣다 

구로시장은 그렇게 전형적으로 쇠퇴기를 맞은 전통시장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러던 시장에 가능성을 발견하고 개척에 나선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청년들이다. 전통시장의 기존 상권이 점점 음성화되는 것을 안타까워한 몇몇의 청년들이 의기투합해 시장의 분위기를 바꾸는 노력을 진행했다. 그렇게 탄생한 곳이 바로 구로시장 ‘영플라자’다. 구로시장 청년상인 창업지원 사업단 이라는 이름으로 시장 정비작업에 나섰고, 구로구와의 협업으로 시장 내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슬레이트 지붕으로 빛을 가려서 음지를 형성했던 공간의 지붕을 제거하고 비어있는 점포들을 리모델링해 경쟁력을 가진 청년 창업자들에게 공간을 제공했다. 아울러 젊은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콘셉트를 점점 갖추면서 서서히 시장의 공기를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구로시장 영플라자 명소, 추억점빵, 하와이안 쉬림프, 타이로띠 그리고 온정국수 

구로시장이 젊은이들이 주목하는 핫플레이스로 만들고 있는 대표적인 장소는 4곳이 있다. 현재 30~40대 어린 시절 동네 문방구 콘셉트를 표방하는 ‘추억점빵’, 정통 하와이안 레스토랑 ‘하와이안 쉬림프’, 태국 야시장 콘셉트 음식점 ‘타이로띠’ 그리고 ‘온정국수’가 있다. 이들은 모두 청년상인들이 자신들만의 아이디어 제안으로 차린 곳들이다. 

▲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추억점빵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80년대 말 90년대 동네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초등학교 앞 문방구 콘셉트의 점포다. 총 2층으로 이뤄진 매장에서는 오래된 완구, ‘불량식품’으로 불리던 추억의 과자, 게임기 등이 판매된다. 매장의 입구에는 동전을 넣고 즐길 수 있는 조그마한 오락 기계, 그리고 ‘달고나’를 만들 수 있는 작은 버너와 도구들이 있다. 요즘의 어린이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광경임에도, 매장 주변에 몰려드는 고객(?)들은 지금의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들은 매장 주인을 ‘삼촌’ 혹은 ‘형’이라고 친근하게 부른다는 점이다. 

▲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하와이앤 쉬림프는 정통 하와이안 레스토랑이다. 진짜 하와이 사람들이 즐겨 먹는 새우로 만든 메뉴들을 그대로 구현하거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개량한 메뉴들이 판매되는 곳이다. 매장에 들어서면 이국적 분위기가 느껴지는 데코레이션이 눈에 띈다. 모든 메뉴는 균일가로 식사류 6900원, 안주류 1만5000원에 판매된다. 대표 메뉴로는 오리지날 스캄피, 새송이버섯 매운새우볶음 등이 있다. 

▲ 하와이앤 쉬림프의 인기 메뉴 새송이버섯 매운새우볶음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오리지날/소이소스/스윗칠리 스캄피 6900원, 새송이버섯 매운새우볶음 1만5000원

하와이안 쉬림프의 맞은편에는 독특한 콘셉트의 음식점이 하나 더 있다. 태국 음식점 ‘타이로띠’다. 자칭 태국 마니아인 이곳의 주인은 직접 태국인에게 전수받은 요리법들을 그대로 한국으로 들여와 매장을 열었다고 한다. 매장 앞에는 메뉴를 소개하는 재미있는 글들이 있는데, 그 중 돋보이는 것은 단연 ‘로띠’다.

▲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우리나라에서 딱 2명만이 정통 태국식으로 만들 수 있다는 태국인들의 국민 아침식사라고 쓰여 있다. (주인의 말에 따르면 2명 중 한명은 본인이고, 나머지 한 명은 부산에서 태국음식점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어떤 분’이라고 한다) 바나나 과육의 맛과 초콜릿 소스의 맛의 절묘한 조화, 얇고 부드러운 반죽이 씹히는 로띠의 맛은 남녀노소가 좋아할만한 맛이다. 

▲ 태국음식이 너무 좋아 현지인에게 직접 배워왔다는 타이로띠의 주인.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 우리나라에서 딱 2명만이 제대로 만들 수 있다는 태국음식 로띠.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로띠 4000원, 팟캇파오(태국식 돼지고기 덮밥) 6000원, 팟타이(볶음국수) 6000원 

온정국수는 국수를 너무 좋아했던 요리학도 청년이 개업한 국수집이다. 메뉴는 잔치국수, 비빔국수 딱 2가지다.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이미 인근 아주머니, 아저씨 고객들에게 이곳은 인기 식당이다. 청년점포가 아닌 매장에서도 인정하는 국수 맛을 자랑한다. 잔치국수는 4시간 우려낸 멸치국물이 선사하는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잔치국수는 달거나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개운한 맛으로 입맛을 사로잡는다. 한 가지 놀라운 것은 국수 가격은 모두 한 그릇에 3500원인데, 곱빼기를 주문해도 가격은 같다는 점이다. 심지어 먹는 도중에 조금 모자라다 싶으면 면을 더 주기도 한다. 

▲ 온정국수의 잔치국수와 비빔국수.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잔치국수/비빔국수 3500원(곱배기도 가격 동일) 

한 마디로 정리하면

구로시장은 ‘젊음의 열정이 새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시장’이다.  

▲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 사진= 이노코믹리뷰 박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