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사물과 대화를 나눴다. 사물인터뷰 30화.

조금 있으면 점심시간인데 올 생각을 안 한다. ‘얼마나 대단한 물건이길래 지각하는 거지?’ 생각이 나쁜 쪽으로만 흐른다. 괜히 회의실 칠판을 째려본다. 그런데 갑자기 인기척이 느껴진다. 회의실을 둘러본다. 아무도 없다.

▲ 사진=노연주 기자

플레이G - 방금 뭐였지?

T1레이스 - 저예요. 당신 앞에 의자! 커세어에서 온 게이밍 의자입니다.

▲ 사진=노연주 기자

플레이G - 아 그렇군요. 전에 인터뷰한 물건분들은 대개 책상에 앉더라고요. 헷갈렸잖아요.

T1레이스 - 저도 올라갈게요. 죄송!

▲ 사진=노연주 기자

플레이G - 너무 위압적인데요? 다시 내려가주세요. 그런데 게이밍 의자라고요? 그런 것도 있어요?

T1레이스 - 오랜 시간 편안하게 폼나게 앉아서 게임할 수 있는 그런 의자! 님이 어젯밤 PC방에서 앉아 있던 의자도 게이밍 의자일 겁니다.

플레이G - 절 미행한 건지. 왠지 스포츠카 좌석 같기도 하네요. 타본 적은 없지만.

T1레이스 - 알아보시는군요. 레이싱카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입니다. 실제 자동차에 사용되는 스티치 마감 디테일을 넣었어요. 제 무릎에 앉아 레이싱 게임 하면 딱이겠죠? 최고급 소재로 만들어져 하루종일 프로게이머처럼 게임할 수 있다는!

플레이G - 음흉하시네. 레이싱 게임만 해야 하는 건가요?

T1레이스 - 꽉 막히셨네. 오버워치든, 리그오브레전드든, 피파온라인이든, 배틀그라운드든 상관없어요. 저도 어깨 너머로 여러 게임을 구경해야 더 재미있고요. 따분하겠지만 사무용으로도 괜찮아요.

플레이G - 게이밍 마우스나 게이밍 기계식 키보드처럼 다양한 게이밍 기어가 존재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거기에 게이밍 의자까지. 그런데 말입니다. 게이밍 기어가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나요?

T1레이스 - 우리 사이에서도 난제로 통하죠. 저는 분명히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평소엔 일반 제품들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우린 한계 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합니다. 승부 세계에선 순간의 실수로 승패가 갈리죠. 저는 게이머에 편안함을 제공해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게 해줍니다. 저와 함께라면 결코 지지 않을 거예요.

플레이G - 진짜 편안하긴 해요?

T1레이스 - 제 몸을 손가락으로 찔러보세요. 초고밀도 압축 쿠션입니다. 단단한 느낌으로 편안하면서도 바른 자세를 유지하게 해줘요. 4D 팔걸이를 장착해 원하는 방향으로 마음껏 조절이 가능합니다. 최고 편한 자세를 찾아서 고정해보세요. 의자 높이 조절은 기본!

플레이G - 시트를 뒤로 눕힐 수도 있어요?

T1레이스 - 당연하죠. 보세요! 와서 누워보세요. 안 다쳐요.

▲ 출처=커세어

플레이G - 와, 스포츠카에 누워 있는 느낌이네요. 물론 타보진 않았지만. 저 좀 자도 될까요?

T1레이스 - 무거워요. 등받이는 90도로 세울 수도 있고요, 최대 180도까지 눕힐 수도 있어요. 게임 하다가 피곤하면 이렇게 누워버리면 됩니다. 아늑하죠?

▲ 사진=노연주 기자
▲ 사진=노연주 기자

플레이G - 뭐라고요? 잠깐 졸았네요. 죄송. 그런데 보니까 바퀴가 특이하네요. 이거 롤러스케이트 바퀴 아니에요?

T1레이스 - 맞아요. 나일론 캐스터 롤러블레이드 휠! 어디서나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어요. 바닥에 스크래치도 나지 않고요. 오버워치에 나오는 루시우처럼 지면을 미끄러지면서 다닐 수 있죠! 부드럽게 승리로 다가갈 수도 있습니다.

플레이G - 제가 지금 폰으로 검색해보니까 당신 좀 비싸네요. 40만원 돈. 보니까 10만원대 게이밍 의자도 있던데요? 왜 당신을 사야 하죠?

T1레이스 - 이렇게 비유할 수 있습니다. 호화 스포츠카와 알뜰한 경차의 차이. 품격이 다릅니다. 앉는 순간 바로 느낄 수 있을 거예요.

플레이G - 멋지긴 해요. 특히 스티치 디테일이.

T1레이스 - 다른 땐 인터뷰이와 티격태격 하시더니 오늘은 부드러우시네요. 검은 인조가죽에 노란 스티치가 닥터마틴스럽다는 소리 좀 듣습니다. 노란색만 있는 건 아니에요. 저 말고 화이트, 블루, 레드, 블랙 모델도 있습니다. 배색은 물론 스티치도 그 색입니다. 취향껏 고르시길.

플레이G - 머리에 글자는 브랜드 로고인가요?

T1레이스 - 네 맞아요. 각인처럼 오목하게 처리했어요. 볼록하면 사용자가 불편할 테니. 뒷모습은 달라요. 자수로 ‘커세어’라 적어넣었죠. 뒷모습 미남이란 소리 종종 들어요.

▲ 사진=노연주 기자
▲ 사진=노연주 기자

플레이G - 그런데 커세어란 브랜드, 익숙하진 않네요. 스타크래프트에 나오는 비행기 맞죠?

T1레이스 - 의자 잘못 봤습니다. 커세어는 1994년에 세워진 회사입니다.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어요. 게이밍 기어도 유명하지만 원래는 하이엔드 PC 부품으로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습니다. 게이머들 사이에 명성도 높고요. 현재 60여개국에 커세어 제품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한국 유저들도 대부분 절 인정하더군요.

플레이G - 실례지만 어떤 게임 좋아하세요?

T1레이스 - 제가 직접 게임을 할 순 없잖아요? 레이싱 게임은 하도 많이 구경해서 질리네요. 요즘엔 배틀그라운드가 마음에 들어요. 최후의 1인을 가려내는 배틀로얄 게임이죠. 온갖 탈것들이 등장하는데, 그것들과 제가 한몸이 된 느낌이랄까.

플레이G - 어떤 유저랑 만나고 싶나요?

T1레이스 - 전 커세어의 첫 게이밍 의자예요. 처음이니 아직은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싶습니다. 상위 0.1% 프로게이머는 물론 집안에 게이밍 환경을 만들고 싶은 모든 게이머들과 함께하고 싶네요. PC방을 멋지게 꾸미고 싶은 사장님도 환영입니다. 독특한 사무용 의자를 찾는 분도 저에게로 오세요. 일을 게임처럼 할 수 있게 해줄게요.

▲ 출처=커세어
▲ 출처=커세어

POINT 스포츠카 좌석을 그대로 가져온 느낌이다. 약 40만원인 가격이 비싸 보인다고? 스포츠카가 억대라는 점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저렴하게 느껴진다. 이정도면 가성비가 아니라 갓성비다. 레이싱카를 모티프로 삼은 탓인지 새차에서 나는 시트 냄새를 잔뜩 풍긴다. 못 참을 정돈 아니다.

처음엔 박스를 뜯어 조립을 해줘야 한다. 별도 장비가 필요없지만 요즘 같은 날씨엔 땀 좀 난다. 조립을 마치고 그의 자태를 보면 만족감이 밀려온다. 당장 그의 무릎에 앉아 게임을 하고 싶으니 기사는 이 정도로 줄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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