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관수술은 콘돔과 피임약을 제외하고는 가장 간단하고 안전하며 효과가 높은 피임법이다. 그런 정관수술이 전립선암과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는 정관수술을 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그러나 미국 메이요클리닉이 총 53개의 연구결과를 검토해본 결과, 정관수술은 전립선암의 발병 위험을 유의하게 높이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사진=이미지투데이

정관수술과 전립선암과의 연관성이 낮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메이요클리닉(Mayo Clinic) 연구팀은 기존에 발표된 여러 연구결과들을 종합해 메타분석을 실시한 이 같은 결과를 미국의사협회가 발간하는 학술지인 JAMA(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 1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전립선은 정액의 일부를 만들고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남성의 생식기관으로 방광 바로 밑, 직장(直腸) 앞쪽에 위치한다. 전립선암은 전립선에 발생하는 암을 일컫는다.

전립선암은 2016년을 기준으로 한국인 암 7위, 남성 암 5위로 특히 50세 이상 고령 인구에서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인종(서양인), 가족력, 남성호르몬, 당뇨병, 비만, 서구적인 식생활 등이 영향을 미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2016년을 기준으로 전립선암 환자 수는 7만2674명으로 이 중 50세 이상 환자는 7만1919명(98.9%)이었다.

정관수술이 전립선암의 발병률을 높이는지에 대해서는 30년간 꾸준한 논쟁이 있었다. 정관수술을 받은 사람들 사이에서 전립선암 환자가 유의하게 발생했다는 연구결과와 반대의 연구결과가 맞섰다.

메이요 클리닉 연구팀은 이에 정관수술과 전립선암과의 연관성을 규명하려는 총 53개의 연구를 검토했다. 그 결과 정관수술과 전립선암 사이에는 의미 있는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관수술은 전립선암의 위험도를 약 0.6% 올리는 데 그쳤다. 연구팀은 총 53건의 연구결과 중 37건의 연구가 편견의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편견의 위험이 낮은 연구들 중에서도 정관수술과 전립선암은 아주 약한 연관성만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정관수술이 중등도 이상의 치명적인 전립선암을 일으킨다는 결과도 발견하지 못했고 전체 전립선암과 정관수술의 연관성도 낮았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한 비말빈디 박사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정관수술은 비용효율적이고 접근하기 쉬운 피임도구”라며 “남성들이 전립선암을 우려한 나머지 정관수술을 피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전립선-정관, 가까이 있지만 '별개'…정관수술 부작용은?

박재영 고대안산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개인적으로 정관수술과 전립선암은 관계없다고 본다”며 “정관과 전립선은 가까이 있을 뿐 별개의 기관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관수술이 전립선암을 일으킨다는 것은) 마치 쌍꺼풀 수술을 받은 환자 중에 비염 환자가 많이 발생했으니 쌍꺼풀 수술을 받으면 비염에 걸린다고 추정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메이요 클리닉 연구팀이 검토한 연구결과 모두 사례만 나열하고 연관성만 본 것이지 전립선암의 원인과 결과를 밝힌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립선암의 원인을 정관수술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립선은 정액의 일부를 만들고 정자의 운동을 돕는 물질을 분비하는 기능을 한다. 정관은 정자가 이동하는 통로다. 아주 가까이에 붙어있는 기관이지만 하는 기능은 완전히 다르다.

정관수술의 부작용으로는 수술 후 감염과 통증 등 일반적인 외과 수술을 받은 후의 부작용과 같다. 정관수술만의 특이적인 부작용이라고 해봐야 ‘의도치 않은 임신’이 전부다. 그만큼 위험도가 낮은 안전한 수술에 속한다는 것이다.

박재영 교수는 “모든 수술은 출혈 통증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피부라는 방어막이 열리는 순간 외부물질이 들어가 감염이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정관수술은 피임을 목적으로 정자가 다니는 길인 정관을 묶는 건데 간혹 원인 모르게 묶은 정관이 재개통된다”며 “이 때 아이가 생기면 이것도 부작용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메타분석: 동일하거나 유사한 주제로 연구된 연구들의 결과를 종합적·계량적으로 고찰하는 연구 방법. 여러 연구를 통계적으로 비교해 결론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