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이 강조하는 ‘경제적 해자(垓字·Economic Moats)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기업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의존할 수 있는 것은 과거의 데이터다. 그러나 과거 데이터가 미래를 보장하진 않는다. 과거의 데이터 중 기업의 성향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항목이 있다. 바로 ‘재무비율’이다.

1000억원을 벌어 500억원을 쓰고, 2000억원을 벌어 1000억원을 쓰는 등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일정비율로 재무를 관리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정반대의 기업도 공존한다. 동양·STX그룹은 부도 몇 해 전부터 재무비율의 변동성이 높아지는 등 ‘정반대’의 대표적인 기업들이었다.

오래 살아남는 기업은 이유가 있다. 이들 기업의 특징은 어떠한 경제 환경과 마주해도 그에 맞는 투자 혹은 관리를 통해 적응했다는 것이다. 결과는 지나간 기록에 남아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는 말이 있듯이 지금 이 순간에도 결과는 계속 기록되고 있다.

<이코노믹리뷰>는 이 기록들을 다시 되돌아보고 투자자 입장에서 실속을 차릴 수 있는 ‘체리피커식’ 투자기법은 무엇인지 기업재무비율 지표를 만들어 추적했다. 상장사들의 재무비율변동 관련 내용은 일부 증권사 연구원, 로보어드바이저 등 핀테크업체 관계자들의 조언을 통해 다듬어졌으며 특히 최적·단순화하는 과정에서 강현기 동부증권 연구원에게 많은 조언을 받았다. <편집자주>

SK이노베이션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시발점은 지난 2007년이다. 당시 SK에너지(현 SK이노베이션)는 SK지주사로부터 분할돼 이듬해인 2008년 SK인천정유를 합병, 2010년에 SK이노베이션으로 사명을 바꿨다.

이어 2011년에는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등을 자회사로 하는 물적분할을 단행하면서 SK이노베이션은 SK그룹의 에너지 부문 사업지주회사로 변모했다.

이러한 변화의 과정 속에서 SK이노베이션은 미국발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등을 거쳤으며 지난 2014년에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서 50달러로 폭락하는 등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졌다. 유가 급락이후 SK이노베이션의 재무상태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지난 2007년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률은 3.30%에서 2008년 금융위기 발발 후 이듬해인 2009년 2.79%로 낮아졌다. 이후 국제 유가 상승에 힘입어 2010년 4.15%, 2011년에는 4.33%를 기록하는 등 호조세를 이어갔다.

▲ 출처:이코노믹리뷰, 와이즈에프엔

그러나 2012년부터 정유사업 실적둔화, 특히 원화 강세 등 비우호적인 대외여건과 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 관련 손실이 확대됐다. 게다가 석유화학부문도 직전년도 대비 실적이 크게 감소해 2014년에는 231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듬해인 2015년 외부요인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다. 공급우위의 수급완화, 중간제품 마진 약세가 지속됐음에도 불구하고 석유제품 중심의 수요강세 및 공급차질이 부정적 영향을 상쇄해 정제마진 상승이 실적을 재차 견인했다.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면서 2016년 영업이익은 3조원을 넘겼다.

이처럼 SK이노베이션은 2007년 이후 크게 두 차례의 ‘위기’를 경험했다. 이 기간 동안 SK이노베이션의 부채비율(총부채/총자본)은 2008년 225%에서 2016년 78%로 현저히 낮아졌다는 점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채비율이 낮아지던 시기, 원유가격 하락으로 매출액은 감소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증가해 원유가 하락으로 인해 긍정적인 요인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매출액은 지난 2011년 68조3711억원으로 전년 대비 27.31% 증가했다. 이후 2014년까지 60조원대의 매출액을 유지했으나 2014년 말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인해 2015년에는 48조3563억원으로 급격히 감소한다. 또 2016년에는 39조5205억원을 기록하는 등 외형이 점차 축소됐다.

그러나 영업이익 추이는 조금 다른 흐름을 보인다. 특히 2016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3조2283억원으로 지난 2011년 수준을 뛰어넘은 것이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2015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전년 대비 340% 대폭 상승한 4조85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에서 창출된 현금흐름은 2014년 1조4388억원에서 2015년 4조6127억원으로 증가한 영향이 크다.

매출액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도 실제 영업활동에는 크게 지장이 없었던 것이다. 눈여겨볼 점은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운전자본투자와 투자규모가 감소하고 재무구조개선 계획의 일환으로 합성수지 사업과 페루 가스수송법인 지분 전량 등을 성공적으로 매각, 부채부담을 현저히 낮추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즉, SK이노베이션은 재무상황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키기 위해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조치(M&A 등)를 통해 자금 마련에 나서 부채비율은 끌어내리고 영업이익은 오히려 증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 출처:이코노믹리뷰, 와이즈에프엔

2014~2016년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률 평균은 3.99%, 영업이익률 표준편차는 3.44%포인트로 영업이익률 대비 변동성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영업이익률은 2014년 -0.28%, 2015년 4.09%, 2016년 8.17%로 상당히 가파르게 개선되면서 영업이익률의 변동성이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아울러 총자산 대비 영업활동현금흐름도 2014년 2.64%에서 2015년 13.03%로 빠르게 상승, 2016년에는 11.29%를 기록하는 등 재무구조개선과 함께 실질현금흐름도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공’ 시절을 생각하면 SK이노베이션의 역사가 긴 것은 사실이지만 2014년 이후 그 체질이 변했다는 점을 말해준다. 쉽게 말해, 2014년 이전과 이후의 SK이노베이션은 다르다는 것이다.

단편적으로 2008년의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 수준에서 2016년 70%대를 기록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국제유가 급락이 기업 체질을 바꿨다?

SK이노베이션 하면 정유주, 정유주 하면 정제마진, 정제마진 하면 유가가 연상된다. 즉, 유가 수준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실적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SK이노베이션의 올해 2분기 석유사업은 매출액 7조3879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70%를 차지했으나 영업이익은 125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3%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화학과 윤활유 부문은 각각 3340억원, 12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효자노릇을 했다.

하지만 이는 단편적인 것일 뿐,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 부문 영업이익은 전체 영업이익의 50%에 육박한다.

최근 화학과 윤활유 그리고 석유개발(E&P) 등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해도 실질적으로 SK이노베이션의 실적은 ‘유가’라는 변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재무역량은 강화됐으나 산업변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역량은 아직 안심할 수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업다각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은 2009년 이후 3차례의 분할, 수직계열화와 함께 사업다각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또 자체사업으로는 E&P와 배터리, 정보전자 소재 부문 등을 영위하고 있어 다각화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이 발표한 것처럼 향후 새로운 먹거리를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를 필요로 하며 이에 대한 부담도 커진다.

금융투자사의 한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은 변화의 한가운데 있다”며 “투자자들은 정제마진 수준, 유가 변동 등으로 SK이노베이션을 판단하기보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큰 방향의 틀은 맞다고 생각하지만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비중이 큰 석유사업 부문의 실적 개선이 당분간 지속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의 SK이노베이션을 경제적 해자(垓字)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그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뜻이다.

한편, 2007~2016년 SK이노베이션의 총자산회전율 추이를 보면 2007년 105.32%에서 2008년 210.91%로 확대된 이후 2016년에는 121.30%로 하락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총자산회전율 평균은 174%, 총자산회전율의 표준편차는 34.63%포인트로 변동성이 낮다.

시계열을 좁혀 2014~2016년을 보면 SK이노베이션의 총자산회전율 평균은 154.38, 총자산회전율 표준편차는 27.08%포인트로 측정 기간 역시 변동성은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장치산업에 속한 SK이노베이션의 총자산회전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유가하락의 문제가 있지만 산업의 특성상 SK이노베이션의 총자산회전율이 증가하지 않는다면 투자 효율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본격적으로 새로운 먹거리에 투자하는 SK이노베이션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여부가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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