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시 거주하는 이 모씨(52)는 개인회생절차의 월 상환금을 납부하지 못해 개인회생이 종료될 위기에 처했다.

이씨는 과거 사업실패로 약 5억원의 채무를 지고 근육이 굳는 루게릭 병을 앓고 있다. 채무는 은행, 카드사, 대부업체, 보증보험, 통신사 등으로부터 발생한 신용채무다.
 
고시원에 거주하던 이씨는 몸 상태가 나빠지면서 결국 병원에 입원했다. 성년의 두 아들이 있으나 모두 별거 중이고 이씨의 아내는 법원에 협의이혼을 신청했다. 
 
이씨는 지난 2014년도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 당시 매달 43만원을 5년(60개월) 상환하는 변제계획을 법원으로부터 승인받았다. 
 
근육의 마비가 심해지면서 혼자서는 거동이 불가능해진 이씨는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이 때문에 소득이 끊긴 상태다.
 
이씨는 개인회생을 통해 현재까지 총 22회에 걸쳐 900만원을 상환했다. 이 씨는 월 변제금 미납으로 개인회생이 종료될 처지에 놓였다. 중간에 종료되면 채권자의 추심이 재개될 예정이지만, 이씨의 몸과 마음은 버틸 수 없는 상황이다.
 
개인회생 중 소득 끊기면 파산신청해야

 안양금융복지상담센터 장재수 상담사는 "몸을 움직 일 수 없는 이씨가 돈을 벌어 개인회생의 월 상환금을 낸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판단한다. 
 
종료된 개인회생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역시 소득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변제금을 내지 못하는 현상태에서는 현실적인 대안이 못된다. 개인회생은 소득이 없으면 개인회생의 신청 자격이 되지 않고, 최대 10년까지 상환하는 신용회복위원회의 워크아웃도 마찬가지다. 

이런 경우 이 씨는 파산신청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행 채무자파산법에는 재산보다 채무가 많고 채무자가 소득이 없어 계속 갚을 상황이 되지 않는 경우 법원에 파산을 신청할 수 있다. 법원은 채무자에게 파산선고를 내리고 채무자가 재산을 은닉하거나 채무 발생이 사기, 사치, 낭비 등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면 나머지 채무를 면책해 주는 결정을 내린다.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박명재 변호사(법무법인 율림)는 "이씨가 병원으로 장애진단서를 발부받아 노동력이 상실되었음을 증명한다면 파산신청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반드시 직접 출석해야 하는 파산절차

장재수 상담사는 이씨에게 파산절차를 안내하는 과정에서 난감한 심정을 가졌다. 이씨의 법원 출석을 요구하는 파산절차 때문이다. 이씨 같은 파산신청자는 파산선고와 채권자집회 등 각 출석기일에 직접 출석해야 한다.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김준하 사무처장은 "다른 민사소송절차는 일정한 경우에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대리인으로 법원출석이 가능하나, 파산절차에서는 본인이 꼭 채권자 집회에 출석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디"고 설명했다. 파산절차에서 파산관재인이 직접 채무자를 조사하기 때문에 파산관재인의 사무실에 출석해야 하는데, 이씨 처럼 장애인들은 또다른 장벽이다.  
 
개인회생 종료돼도 추심 못해... 특별 면책 노려볼만

 그러나 이씨의 경우 월 변제금 미납으로 개인회생절차가 종료되더라도 극심한 추심에 시달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공정채권추심법 제12조에 채권자가 채무자가 혼인, 장례 등 채권추심에 응하기 곤란한 사정을 이용해 추심 의사를 밝힐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이씨는 바로 ‘채권추심에 응하기 곤란한 사정’에 해당될 수 있다.

특별 면책을 적용해 볼 여지도 있다. 

주빌리은행 홍석만 상담사는 "거동이 불편한 이씨가 번거롭게 파산을 신청할 것이 아니라 특별 면책 신청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시했다.

특별 면책은 개인회생을 통해 일정 기간 채무를 상환하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라도 법원이 그 시점에서 내리는 면책결정을 말한다. 일반 면책이 개인회생 기간 동안 모두 상환을 완료했거나 파산절차가 끝난 시점에서 내려지는 것과 달리 특별 면책은 개인회생 상환 기간 중 법원이 내리는 결정이다.
 
이 절차는 채무자가 법원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법원 출석없이 재판부의 결정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 홍 상담사의 설명이다.

물론 조건이 있다. 김·박 법률사무소의 윤준석 변호사는 "채무자가 특별 면책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첫째 채무자가 책임질 수 없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개인회생을 중도 포기하는 상황과 둘째 중도 포기할 때까지 갚았던 금액이 채무자의 재산보다는 많아야 한다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 변호사는 "이씨가 루게릭이라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개인회생을 중도 포기하고, 이씨가 현재까지 개인회생을 통해 갚은 금액이 900만원으로, 이는  현재 재산보다 많으므로 특별 면책의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하지만 특별 면책은 법률규정에는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결정된 사례가 매우 드물다.

지난해 전국법원에서 진행된 4만여건의 개인회생 절차에서 특별 면책신청을 받아들여진 사례는 35건에 불과하다. 파산법조계와 금융복지상담사들은 중중환자나 장애인들에게 특별 면책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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