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은 국내 최초의 창업 컨설턴트다. 무려 30년 전부터 창업시장을 차근차근 준비해왔던 그는 분야 내 최초라는 칭호를 여러 개 갖고 있다. 창업 컨설팅을 최초로 시작했으며 창업을 포함한 사업 정보를 알려주는 월간 <사업정보>를 최초로 만들었다. 국내 최초로 PC통신에 창업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서비스했고, 이 덕분에 정보통신부에서 ‘최고의 데이터베이스상’을 수상하는 쾌거도 이뤘다.

지난 2002년부터는 최초의 ‘상권정보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른바 ‘창업시장의 대부’인 이 원장이 빅데이터를 통해 하는 일은 트렌드, 그중에서도 창업 트렌드를 읽어내고 그것을 해석하는 것. 국내 자영업자 수가 600만명을 넘어선 지금 그의 ‘빅데이터 기반 창업론’이 각광받고 있다. 최근 저서 <빅데이터가 알려주는 성공 창업의 비밀>을 낸 그는 그러나 예비 창업자들에게 빅데이터보다는 창업자 자기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치던 겨울날, 여의도 사무실에서 이형석 원장을 만나 창업 성공의 조건과 노하우에 대해 물었다.

▲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직접 발로 뛰며 얻은 창업 정보들이 내 자산”

창업이라는 말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80년대, 이형석 원장은 통·번역 서비스업, 오퍼상, 심지어 심부름센터까지 운영하면서 직접 창업의 고단함을 온몸으로 겪어냈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사업에 도전하는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실패하지 않으려면 시장에 관련된 상세한 정보를 줘야 한다”였다. 또한 “그간 다양한 사업에 실패해보니 돈을 들이지 않고 사업을 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도 컸다”고 <사업정보>라는 블루오션을 만들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월간 <사업정보>는 사업을 하는 데 필요한 것들, 즉 창업자에게 필요한 정보들과 그 비즈니스모델까지 담긴 한국 최초의 책이다. 이 원장은 “90년대에는 일반인이 정보를 얻을 곳은 신문과 잡지뿐이었다. 신문에 이미 공개된 정보는 유효하지 않으니, 내가 직접 발로 뛰며 정보들을 모았다. 각국의 대사관 문을 두드리고, 정보가 있는 곳들에 방문해 일일이 모았다”고 ‘한국 최초 창업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했다.

1992년에 PC 통신이 상용화되면서 <사업정보>는 그 가치를 본격 인정받는다. 이 원장은 “데이콤에서 내가 만든 데이터베이스를 서비스하자고 요청해왔다. 정보가 돈이 된다는 인식이 아직 없었던 때라, ‘정보를 공개하면 유출되는 것 아닐까’ 걱정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고 설명했다. 데이콤에서 공개된 이 원장의 창업 정보들은 ‘우리나라 유일의 창업 정보 보고’라고 평가받으며 정보통신부에서 최고의 데이터베이스상을 받기도 했고, 날개 달린 듯 수익을 냈다. 이 원장은 당시 “자고 일어나면 돈이 몇 백만원씩 쌓여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형석 원장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10년 뒤인 2002년, 또 다시 국내 최초로 상권정보시스템을 개발하면서 빅데이터 분석을 시작한다. 방대한 정보들의 홍수 속에서 효과적으로 그것을 해석해내는 일이 필요해졌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1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창업 컨설턴트로서 빅데이터를 통해서 다양한 결론을 도출해내고,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길잡이’ 역할을 꾸준히 해주고 있다.

 

빅데이터가 알려주는 유망 창업 업종

이 원장은 “창업이라는 분야는 제아무리 높은 IQ나 뛰어난 논문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다차원의 셈법”이라고 정의하면서 “친구 말만 듣거나 감으로 창업 시장에 함부로 뛰어드는 것은 무모하다”고 충고했다.

▲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트렌드를 알 수 있고, 그로 인한 유망 창업 업종까지 알 수 있다. 그는 음식점 중 ‘대게 전문점’을 분석하다가, 다른 곳에 비해 이상하리만치 카드 매출이 적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현지 실사를 했더니 현금 비율이 무려 70%에 육박했다. 18만원 정도 하는 비싼 대게를 현금으로 결재한 이유를 분석한 결과는 ‘동행자가 가족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실제로 가족이 아닌 사람과 함께 대게 전문점을 방문해 카드로 결재했던 사람이, 부인에게 이 사실이 알려져 이혼까지 한 사례가 있었다.

컨시어지 서비스란 호텔 앞에서 대기하면서 차 문을 열어주거나 발레파킹을 해주는 일종의 ‘집사 서비스’다. 이 원장은 이 ‘집사경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자기의 생산적 시간 소비를 위해 남의 시간을 돈으로 사는 것, 즉 주로 대행업으로 나타나는 이 현상에서 다양한 비즈니스가 도출된다. 가사 도우미처럼 빨래를 대신해주기도 하고, 여행 시 가방을 이동·관리해주는 서비스, 출장 요리 같은 개념의 요리 대행 서비스 등도 있다.

컨시어지경제의 미래 성장에 대해 이 원장은 “첫째 온·오프라인 경계가 허물어져 시장을 크게 확대할 수 있고, 둘째 일을 대신해줄 지역 컨시어지를 쉽게 조직화할 수 있으며, 온·오프라인의 접점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이 시장을 더욱 크게 만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그는 예비 창업자들이 시장을 거시 관점에서 냉정하게 바라볼 것을 요구했다. “현재의 시장은 모든 서비스와 상품이 상향평준화되어 있다. 더 이상 ‘최저가 경쟁’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라며 치킨 전문점·커피 전문점 같은 포화 상태 업종에 뛰어들지 말라고 충고했다.

예를 들어 창업자는 기존의 재래업종에 혁신기술을 접목하는 식으로 새롭게 접근할 수 있다. 여기에 더불어 이 원장은 “고객의 사회적 가치를 높여주는, 즉 소비를 통해 타인에게 이로운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업종을 선택하는 게 좋다. 가성비를 넘어선 편익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이 생각하지 못했던, 기대하지 않았던 이상의 것’이 앞으로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라고 그간 쌓아온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예측했다.

 

“정향창업, 방향을 정하고 창업해라”

창업시장에서 ‘업태(業態)’와 ‘업종(業種)’ 두 단어를 구분지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업태는 업종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업의 실태를 뜻하는 말이다. 업종은 창업의 카테고리에서 가장 마지막에 자리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음식점은 업태이고, 커피 전문점은 업종인 것이다.

이 원장은 창업에서 빅데이터의 역할을 ‘아이템 최종 결정 시’라고 못 박는다. 즉 업태를 결정한 다음 업종을 결정해야 하는데, 많은 예비 창업자들은 빅데이터 결과만 보고 성급히 업종을 결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정향(定向)창업’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정향은 내가 만든 말로, 방향을 정해 창업하는 것을 뜻한다. 남들이 간 길을 따라가지 말고 창업자 스스로의 방향을 정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창업 컨설팅을 받으러 온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묻는 말이 ‘요즘엔 뭐가 잘 돼요?’다. 잘 되는 업종을 따라 하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먼저 창업자 스스로에게 맞는 업태를 정하고, 빅데이터 결과를 참고해 최종으로 업종을 정하라”고 창업자에게 잘 맞는 일을 찾는 것이 성공의 비결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이 원장이 그간 무수한 창업자들을 지켜본 결과, 창업자에게 잘 맞는 방향을 잡고 갔을 경우 오랫동안 할 수 있고, 실제 성공으로도 이어졌다. 당장 이 원장 스스로도 6년 동안 묵묵히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한 결과, 지금의 성공이라는 결실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마지막으로 예비 창업자들에게 “우리는 모두 멘토가 필요하다. 창업을 한 뒤 2~3년 뒤면 반드시 위기가 찾아온다. 이러한 데스밸리를 뛰어넘는 것이 중요한데 이때 멘토가 큰 힘이 된다”고 따뜻하게 충고하며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