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산하 국민행복기금이 정부의 채무탕감 정책을 악용해 채권을 추심하고 있는 신용정보회사를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생계가 곤란한 채무자가 더욱 고통을 받고있는 실정이다.

1일 대전금융복지상담상센터에 따르면 이 센터의 한창용 상담사는 국민행복기금의 채권 추심 업무를 대행하는 K신용정보회사가 채무자에게 채권소각 대상자인 것처럼 추심문서를 보내 채무자를 현혹한 사례를 공개했다.

대전 중구 부사동에 거주하는 김 모씨(64·여)는 지난 1월 중순 경 국민행복기금에서 ‘장기소액연체자 소각 대상자’가 됐다는 문서를 받고 대전금융복지상담센터를 찾았다.

김씨는 10년 전 연체한 채무로 인해 본인 이름의 휴대폰도 개통하지 못하고 직장도 취업하지 못한 채 그동안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지 못했다. 김씨는 자신이 채권소각의 대상자로 선정된 것인지 센터 상담사에게 확인을 요청했다.

안내문서의 제목은 ‘장기소액연체자 소각 대상자 문의’로 누가 보아도 장기소액채권자에 해당됐다는 것으로 읽힐 만했다.

▲ KAMCO 산하 국민행복기금이 채권추심을 위임한 신용정보회사가 '장기소액연체자 소각 대상자'에 해당한다며 채무자에게 발송한 문서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양인정 기자

이 문서는 K신용정보회사가 국민행복기금의 위임을 받아 보낸 것으로, 제목과 달리 김씨의 채무가 소각대상이라기 보다는 채무자의 연락을 유인하는 문서에 가까웠다.

대부분 장기 연체 채무자가 채무독촉이 두려워 연락이 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  K신용정보회사는 채무소각 대상자라는 문구로 유인해 연락을 유도한 것이다.

정부의 가계부채 정책 중 하나인 장기 소액 연체자의 채무 소각은 올 2월부터 신청을 받거나 자체 심사를 거쳐 진행한다. 신용정보회사의 이같은 채권추심은 채무소각에 대한 절차가 착수하기 전인데도 채무자에게 연락을 유도할 목적으로 정부 정책을 활용했다.

대전금융복지상담센터로부터 사례를 공유한 한 시민단체가 이 K신용정보회사에 문제를 제기하자 신용정보회사는 `문제가 없는 추심행위`라고 회신했다. 관리 감독하는 캠코는 이같은 사실을 몰랐다는 반응이다. 

채무상담을 하는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캠코의 관리 감독이 채권추심을 하는 국민행복기금이나 신용정보회사에 미치지 않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가 김씨의 사례로 문제를 제기하자 캠코 관계자는 “신용정보회사의 문서를 승인한 사실이 없다”며 “그와 같은 사실이 있다면 확인해 담당자들에게 페널티를 부여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창용 상담사는 “김씨가 채무 문제로 오랫동안 거주지가 일정하지 못했다”며 “거주지를 전전했던 상황에서 대상자로 확정된 것으로 착각해 희망을 품었는데 이를 악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캠코 홍보실 관계자는 “안내문이 나간 것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연락을 유도할 의도로 발송한 것은 아니고 앞으로 시행할 정부 정책의 내용을 확인해 보라는 취지로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채무자에게 채무를 독촉하는 문서는 모두 캠코가 지정한 문서를 발송하게 되어 있다”면서 “해당 문서는 캠코 측과 협의가 되지 않은 채 발송된 문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