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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매트릭스]LF가 패션을 버린 이유‘라이프스타일’에 집중하는 패션비즈니스

[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LF’라고 하면 아직도 어떤 회사인지 선뜻 감이 잘 오지 않는다. LG패션이 이름을 바꾼 회사다. 아직까지도 패션에 아주 관심이 많지 않은 사람들에겐 LG패션이 더 익숙하다. 연령대가 좀 더 올라가면 ‘반도패션’으로 알고 있는 이들도 많다. 1974년에 패션사업을 시작한 반도패션이 1995년에 LG패션으로 사명을 한 차례 변경하고 지금의 LF에 이르게 된 것이다. 헤지스, 라푸마, 질스튜어트, 닥스, 마에스트로, TNGT, 버켄스탁, 이자벨마랑 등이 LF가 전개하는 대표적인 브랜드다.

그런데 LF가 지난 1년간 식품 관련 기업을 인수하는 등 비패션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패션업계 침체기를 극복하기 위함으로 분석되고 있다. LF는 패션업계 침체기에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 매출 성장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는 생활문화 전문기업으로 변화를 꾀한 구본무 회장의 공격적인 사업다각화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LG패션이 ‘패션’을 버린 이유

한국에서 ‘LG’라는 이름이 주는 브랜드 가치와 신뢰도를 고려하면 LF로의 사명 변경은 쉽지 않은 결단이었을 것이다.

LF를 이끄는 구본걸 회장은 LG그룹 창업자인 고 구인회 회장의 손자이며 LG그룹 고 구본무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연세대 경영학과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경영대학원 와튼스쿨을 졸업한 구본걸 회장은 LG증권(현 우리투자증권), LG전자, LG산전(현 LS산전), LG상사 등 LG 계열사를 두루 거쳤다. 그의 이력을 보면 미국 회계법인 ‘쿠퍼스앤드라이브랜드’에서 근무한 기간을 제외하고는 뼛속까지 ‘LG맨’으로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구 회장은 2004년 LG상사 패션사업부문을 맡으며 패션사업에 발을 들였고 2006년 LG패션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2007년 LG그룹에서 계열이 분리된 후에도 한동안 사명에서 LG브랜드를 유지했으나 2014년 LF로 간판을 확실히 교체했다.

LF는 ‘LG Fashion’이 아닌 ‘Life in Future’의 약자다. LF라는 브랜드 네임이 의미가 깊은 이유는 사명 변경 과정에서 LG만 떼어낸 것이 아니라 ‘패션’이라는 글자도 과감하게 벗어던졌기 때문이다.

패션·유통 관계자들의 과심을 끈 대목은 사명에서 ‘패션’을 지운 것이었다. 패션회사에서 옷과 액세서리 이야기는 하지 않고 생활과 미래를 운운하는 것이 다소 낯설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LF는 앞으로 단순한 패션회사가 아닌 ‘미래 생활문화 기업’으로 우뚝 성장하겠다는 포부다. 옷을 만들어 파는 것에 국한하지 않고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는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생활과 미래를 말하는 패션회사?

확실히 LF가 보여주는 행보는 패션회사로만 규정하기에는 거침없다. LF는 2015년에 여성 전문채널인 헤럴드동아TV를 운영하는 ‘헤럴드동아’를 인수했다. 패션회사로 알려진 LF가 케이블방송을 인수한 것이니 놀랄 만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LF가 헤럴드동아 인수로 노리는 시너지 효과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헤럴드동아의 콘텐츠 제작 역량과 LF의 브랜드 운영 노하우가 결합된다면 다각도의 마케팅 전략 수립이 가능해진다. 헤럴드동아는 이후 동아TV로 사명을 변경했다. 동아TV는 해설이 있는 패션쇼를 선보이기도 했다. 과거 컬렉션 프로그램이 패션쇼를 그저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 그쳤다. LF가 인수 후에는 패션스쿨 교수진의 해설까지 가미해 전문성과 정보가치가 높은 고급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또한 LF는 2017년 여행, 레저 전문 케이블 채널인 폴라리스TV까지 인수했다.

▲ LF는 어라운드 더 코너 등 편집숍 브랜드의 운영 방향도 '라이프스타일'에 방점을 찍고 있다. 출처= LF
▲ LF는 라움 등 편집숍 브랜드의 운영 방향도 '라이프스타일'에 방점을 찍고 있다. 출처= LF

라움(RAUM), 어라운드 더 코너(aroud the conner) 등 편집숍 브랜드의 운영 방향도 ‘라이프스타일’에 방점을 찍고 있다. 라움은 여성 브랜드 편집숍으로 시작했으나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으로 재단장했다. 어라운드 더 코너에는 베이커리 카페와 아이스크림 가게가 숍인숍(Shop-In-Shop)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LF는 공격적인 M&A(인수합병)로 외식산업, 호텔, 프리미엄 아울렛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생활유통기업으로서의 정체성도 확고히 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호텔업·관광숙박업·관광객 이용 시설업’, ‘오락·문화 및 운동 관련 서비스업(테마파크 운영업)’을 사업 목적으로 추가하기도 했다.

‘라이프스타일’ 패션 비즈니스의 한 트렌드로 자리 잡아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을 갖는 기업은 LF만이 아니다. 패션그룹 형지는 라이프스타일 쇼핑몰 ‘아트몰링’을 운영하고 있다. 홈리빙과 제화·잡화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으며 해외 교복 시장에도 문을 두드리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 부문은 팝업 컨테이너 쇼핑몰 ‘커먼그라운드’를 운영한다. 지난 2015년 서울시 광진구에 문을 연 커먼그라운드는 200개의 대형 컨테이너로 구성된 이채로운 건축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다. 의류, 액세서리 쇼핑은 물론이고 전시회, 플리마켓 등 즐길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한 곳으로 오픈 1년 만에 22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는 욕실용품, 홈데코레이션, 주압용품, 가구 등 라이프스타일과 밀접한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다. 출처=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의 매장 수를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까지 160개의 매장을 운영한 자주는 올해 176개까지 매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해 연매출 2100억원을 넘긴 자주는 욕실용품, 홈테코레이션, 주방용품, 가구, 아로마 등 라이프스타일과 밀접한 아이템을 판매한다.

이승은 BNK 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최근 리빙용품 고성장 트렌드에 힘입어 자주 브랜드와 지난 1월 신세계가 인수한 가구브랜드 까사미아와의 시너지가 전망돼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편집숍 ‘10 꼬르소꼬모(10 Corso Como)’는 사진전, 강연회 등이 열리고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는 다기능 복합문화 공간이다. 2008년 문을 연 10꼬르소꼬모는 지난 2010년 ‘뉴욕타임스’가 올해 꼭 가봐야 할 곳 중 한 곳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여유롭게 쇼핑과 휴식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편집숍 ‘10 꼬르소꼬모(10 Corso Como)’는 사진전, 강연회 등이 열리고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는 다기능 복합문화 공간이다. 출처= 삼성물산

패션기업 세정도 지난 7일 경기도 용인시에 모던 코리안 라이프스타일숍 ‘동춘상회’를 론칭했다. 큐레이션 마켓 형태의 동춘상회는 비영리단체인 ‘마켓움(Market Ooom)’과 협업해 국내 소상공인, 신진작가,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그들의 장인정신과 가치를 담고 있는 브랜드와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에 필요한 제품을 발굴하고 소개한다.

세정 관계자는 “패션업계가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이전 패션 카테고리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라면서 “세정도 토탈패션기업에서 라이프스타일 유통그룹으로 한 단계 도약하고자 하는 행보를 담아 이번에 동춘상회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 패션기업 세정도 지난 7일 경기도 용인시에 모던 코리안 라이프스타일숍 ‘동춘상회’를 론칭한다. 출처= 세정

LF 이전과 이후

구 회장이 대표이사로 오른 2006년 말 당시 6000억 수준에 불과했다. 구 회장은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의 도입과 여성복 사업 강화로 과거 남성복 중심인 회사를 종합패션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LG패션의 매출은 꾸준히 올라 2010년 1조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2013년 1조4860억원, 2014년 1조4601억원, 2015년 1조5710억원 등 매출이 정체기에 빠지면서 수익성 악화에 시달렸다.

▲ LF 매출 추이.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변화가 극심한 의류 시장에서 헤지스·닥스·마에스트로·라푸마·질스튜어트 등 주력 패션브랜드의 안정적 성장기반 마련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패션·아웃도어산업 자체가 구조적 침체를 겪는 상황에서 구 회장이 새롭게 꺼낸 카드는 공격적 ‘사업다각화’였다.

지난해 인수한 곳 대부분 첫 해부터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렸다. 경영권 300억원으로 인수 가격이 가장 높았던 ‘모노링크’의 지난해 당기순익은 46억원으로 최대 규모로 집계됐고 매출도 534억원으로 가장 컸다.

식자재 회사 구르메F&B코리아도 13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기록하며 순항했다. 이외에도 뉴폴라리스와 에프엠인터내셔날 등 업체도 인수합병 첫 해부터 이익을 실현했다.

인수 자회사 실적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LF의 매출액은 1조6021억원으로 전년 1조5293억원 대비 4.8%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등 수익성도 각각 39.4%, 36.7% 늘어난 1101억원, 700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성장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1분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7.4% 증가한 4094억원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93억원, 당기순이익 226억원으로 각각 21.3%, 13.0% 성장했다.

LF 관계자는 “지난 1년간 식품 관련 기업을 인수하는 등 비패션 부문을 강화했다”면서 “패션업계 침체 극복과 생활문화 전문기업으로 도약을 위해 앞으로도 사업다각화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견다희 기자  |  kyun@econovill.com  |  승인 2018.07.16  17: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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