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임관호 기자] 지금 한국경제가 제일 걱정스러운 것은 차세대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지난 97년 외환위기때는 그래도 믿을 기둥들이 많았습니다. 금모으기 운동만으로 위기가 극복된 것은 아닙니다. 살려내야겠다는 순진(?)한 국민들의 마음이 정말 밑바탕이 되었고 그리고 위기를 메워줄 반도체 가전 조선 중공업 화학 철강 건설 등 든든한 성장동력들이 받쳐주고 있었습니다.

서울의 알짜배기 자산들이 매각되고 이들 업종의 외화벌이가 결국 한국의 경제위기를 10년만에 졸업할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 문턱까지 이들 주력업종이 한국경제를 이끌어 왔습니다. 중국이 본격적으로 점프업 전략과 시장 장악 전략을 펴기 이전까지입니다. 패스트 팔로워 전략의 효과는 여기까지 였습니다. 퍼스트 무버의 영역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중국의 추격은 무모할 정도였습니다. 자금력과 민관의 단합된 플레이는 글로벌 인수합병 시장을 싹쓸이하겠다는 태세로 뒤져있는 분야의 기업들을 모조리 사들였습니다. 무서울정도의 패스트 팔로워 전략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중국은 한국 시장을 쳐다보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배워 갈 사고 싶은 곳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점프업 전략이 완성돼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몇 해 전 중국기업이 모 회사에 백지수표를 제시하며 회사를 팔라고 했다는 소문이 돈적이 있습니다. 한국의 제일 잘나가는 주력업종의 기업이었습니다. 그 정도로 절박했던 중국으로서는 어떤 돈을 주고라도 그 분야의 1위가 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 그 제안은 여전히 유효할까요. 

중국은 지금도 한국의 기업을 사고 싶어할까라는 질문을 던져봅니다. 이 질문이 한국경제에게 답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중국이 사고 싶은 한국의 기업이 선뜻 꼽아진다면 한국경제는 여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전히 패스트 팔로워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퍼스트 무버로서 사고 싶은 기업이 있을까요.

패스트 팔로워든 퍼스트 무버든 손가락이 잘 꼽아지지 않고 생각나는 기업이 없다는 그게 문제입니다. 한국경제를 이끌고 갈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게 한국경제가 위기를 겪어서는 안될 이유이기도 합니다. 97년위기때는 위기의 상처를 치유해줄 성장동력이라는 치료제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치료제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위기를 겪어서는 안됩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암담합니다. 

인공지능 분야는 여전히 걸음마 수준입니다. 알파고와의 바둑 대회 이후 한국 정부는 인공지능 분야에 긴급예산을 배정해 10년간 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발표합니다. 헉 정말 헉입니다. 구글은 한해 20조원넘게 이 분야에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헬스케어시장은 시작도 못했습니다. 규제때문입니다. 정치적 이해타산때문입니다. 이미 4차산업혁명 시대이고 5G시대가 열리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3차산업혁명시대이고 3G에 머물러 있습니다. 규제의 사고와 정치적 이기주의가 만든 병이 깊습니다.

바이오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전히 연구개발 투자분야은 걸음마 수준입니다. 시밀러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종합바이오 회사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듯 합니다. 바이오는 연구바이오, 임상바이오, 유통바이오, 생산바이오, 종합바이오로 구분된다고 합니다. 한국의 베링겔 인게하임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뒤늦게 진입한 어느 대기업은 이상한 상장기준 때문에 한발도 못나가고 있습니다.  

차세대 반도체 분야는 암울합니다. 기업도 정부도 모두 신경을 안쓰고 있습니다. 기업은 기업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캐시카우인 분야에서 손을 놓을수가 없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정부는 최근 반도체 산업의 위기감을 느낀 모양입니다. 지능형 반도체 분야에 매년 1500억원씩, 10년을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합니다. 그 규모로만 보면 전시행정형 생색내기가 아닐까 모르겠습니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분야에 1조위안 18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위안을 해봅니다. 하지만 투자하겠다며 간섭을 안할지 그게 더 걱정입니다. 

클라우드 분야 역시 민망할 정도로 초보수준입니다. 아마존은 얼마전 2분기 실적을 발표합니다. 쇼핑의 영업이익 비중은 갈수록 작아지고 있습니다. 클라우드가 전체 수익의 70%를 끌고 가고 있습니다. 애플도 아이폰 판매 감소에도 불구하고 클라우드 수익이 급신장하면서 2분기 어닝서플라이즈를 기록했습니다. 시가총액이 단숨에 1조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이미 이시장은 미국과 중국 유럽이 장악을 마쳤습니다. 한국은 크게 의식하지 않는 듯 합니다. 정부도 뚜렷한 입장이 없어 보입니다.

통신장비시장도 안방을 내줄 것 같습니다. 미래시대를 열  5G에서는 중국의 맹위가 매섭습니다.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은 사실상 중국의 화웨이가 독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을 비롯해서 글로벌 시장 전체를 장악해가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분야에 대해서 지극히 무식한 듯 합니다. 전문가들도 전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4차산업혁명의 백미인 5G시대에 한국은 들러리 일 뿐입니다.

전기차 시장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중국은 정부가 직접 나서서 전기차 점프업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기업들이 알아서 해야 하는 구도입니다. 물론 맞습니다. 혜택을 줄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신시장은 정부도 함께 열어나가야 새로운 시장을 한국 기업들이 주도할 수 있습니다. 이들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특혜라면 할 말은 없습니다. 수소 전기차를 비교적 먼저 개발했지만 이렇게 손놓고 있다가는 남좋은 일을 시킬 것 같습니다. 

자율주행차 시대도 턱업이 부족한 투자로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경쟁에서 이기기는 힘들 듯합니다. 무엇보다 투자단위가 다릅니다.

경제의 승수효과가 크다는 분야가 금융분야입니다. 한국의 금융분야는 글로벌화가 20년은 뒤쳐져 있습니다. 외환위기전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던 금융사들이 외환위기로 철수하고 지금까지 글로벌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융공학인 상품개발도 여전히 해외 라이센스를 빌려다 쓰는 상황입니다. 이런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나친 규제때문입니다. 면피행정으로 사고를 치지만 않으면 된다는 사고방식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금융규제는 결국 한국 금융회사들을 성장장애 회사로 만들어버리고 있습니다. 물론 우물안 개구리식 신세의 국내 금융회사들은 이제는 글로벌 경쟁력때문에 해외 진출을 겁먹고 있는 듯 합니다. 과보호가 만들어준 당연한 현상입니다.

농수산업분야는 여전히 30년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수준입니다. 제법 많은 나라예산이 투입되고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농어촌은 비슷합니다. 이제서야 스마트팝 이야기를 자랑으로 여기고 있는 그 정도의 수준입니다. 종자산업은 국내기업이 거의 없습니다. 있어도 영세하기 그지없습니다. 농기계 업체들도 모두 수입유통에만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산림도 비경제림이 전체 산림의 70%가 넘습니다. 6차산업혁명으로 이끌 수 있는 시장이지만 여전히 제대로된 투자를 안하고 있습니다. 농어촌 예산을 노리는 하이에나가 여전히 너무나 많습니다. 한국경제에 성장률 6%를 안겨줄 가능성 있는 분야인데 아쉽습니다. 

유통시장도 멈춰있습니다. 아마존이 들어오면 망할수 밖에 없는 구도입니다. 안들어오기를 바라고 있을수 밖에 없습니다. 이상한 골목상권 이야기가 십년전부터 나오더니 골목상인은 안보이고 골목만 있으면 상생기금을 내라고 합니다. 이 상생기금은 어디로 쓰여지는지 확인하는 사람도 없고 공개하지도 않습니다. 어떤 골목상권 발전을 위해 사용되고 그 결과는 어떤지 공개해야 하는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유통산업은 골목길에 갇혀있습니다. 대세인 온라인 쇼핑도 이상한 결제시스템으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해외직구가 늘어나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어느 분야 하나 답답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향후 20년을 한국을 끌고 갈 성장동력은 무엇입니까. 지나친 경제염려증에 걸린 것일까요. 이 현실을 정부는 제대로 직시하고 있습니까. 그것부터 묻고 싶습니다. 그래야 정답이 나올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현실부터 가감없이 특별한 감정(?)없이 있는 그대로 봐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정부의 제1역할은 나라와 국민입니다. 그 중 최고는 경제살리기여야 합니다. 올해 내내 내리막길을 겪고 있는 모든 경제지표에 대해서 이젠 제대로 된 대책으로 답을 하셔야 할 때입니다. 종합적인 특단의 대책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