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용인레이크힐스CC(용인CC)와 레이크힐스안성GC(안성GC)를 소유한 일송개발의 P플랜(사전회생계획제도)이 난항을 겪고 있다. 회생법원의 일송개발에 대한 회생절차 공개매각 회부여부를 놓고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9일 구조조정 업계와 파산법조계에 따르면 일송개발의 법정관리가 자율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ARS)에서 일반 회생절차로 전환될 예정이다.

앞서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11일 일송개발에 대해 본격적인 법정관리의 시작을 의미하는 개시결정 여부를 오는 21일까지 보류하기로 하고 이를 공시했다. 일송개발의 자율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ARS, Autonomous Restructuring Support) 적용을 위한 이유에서다.

‘자율 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Autonomous Restructuring Support·ARS)’ 제도는 회생신청에 돌입한 기업에 대해 개시결정을 미루고 그사이 법원이 채무자 회사가 채권자와 워크아웃 등 자율협약에 따라 구조조정에 이를 수 있도록 협상 공간을 제공하는 제도다. 개시결정에 따른 법원의 본격적인 경영 통제로 기업의 자율 경영이 어렵게 되는 것을 막고 조기에 출구전략을 구사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이 제도의 핵심이다. 개시결정은 최대 3개월 연기될 수 있다.

일송개발은 회생을 신청하면서 ARS기간 안에 DIP금융(법정관리 기업에 대한 투자금)을 유치한다는 계획을 회생법원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 안에 투자를 받아 일송개발이 보유한 용인CC와 안성GC의 재무구조를 개선, 채권단과 ‘사전협상’회생계획안을 수립하는 P플랜으로 위기를 벗어나겠다는 것이 회사의 출구전략이었다.

제주CC發 리스크...우발채무 vs 무형재산

구조조정 업계는 일송개발의 ARS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계열사인 레이크힐스리조트가 소유한 제주컨트리클럽(제주CC)발 우발채무 문제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구조조정 업계 한 관계자는 “일송개발이 제주CC의 회원들에게 일송개발의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보증인 지위에 있는 권리관계가 있다”며 “이들도 잠재적으로 일송개발의 채권자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제주CC 회원들의 권리는 무형자산으로, 채무로 볼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있으나 회생법원 내부에서는 이미 이를 ‘미확정 구상채무관계’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제주CC 회원들의 권리가 일송개발의 채무로 전환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

현행 채무자회생법에 따르면 채무자 회사가 피플랜을 관철하려면 채권액의 50%에 해당하는 채권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다.

현재 회생법원에 신고한 일송개발의 채권자는 모두 1147명. 여기에 제주CC의 회원들마저 채권자로 편입된다면 P플랜 대한 동의는 그만큼 희박해진다.

파산법조계는 이 같은 우발적 변수가 개시결정을 앞당기는 원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회생법원이 개시결정 이후 조속히 회원 채권자와 채권금액을 확정해 권리관계를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대율의 안창현 대표변호사는 “회생절차에서는 법원이 이해관계인들에게 일정한 기간 안에 받을 돈(채권액)이 얼마인지 신고할 것을 알린다”며 “이 기간에 채권자가 채권액을 신고하지 않으면 채권자는 권리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안 변호사는 “법원이 채권신고기간을 두는 것은 우발채무를 확정하거나 실효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회생법원은 일송개발도 우발채무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곧 개시결정 후 채권신고 절차를 고지할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회계업계는 개시결정 후 제주CC의 회원들의 권리가 일송개발의 채무로 평가되면 지금보다 일송개발의 회원권 채무가 약 1000억원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17년 12월 기준 일송개발의 재무제표상 부채는 총 2873억원을 기록했다.

개시결정 후 인수전 치열...난립한 비대위 설득 어떻게?

일송개발의 피플랜이 난항을 겪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M&A업계도 술렁이고 있다. 일송개발에 대해 개시결정이 내려지면 M&A를 위한 공개매각 절차로 이어질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송개발의 시장가치를 인지하고 있는 인수의향 기업과 PE들이 일찍부터 인수대금의 기준이 되는 계속기업가치에 관심을 보인다.

일송개발의 기업가치는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용인CC는 지난해 7월 공매절차에서 한 차례 감정평가를 받았다. 당시 감정평가법인은 용인CC의 가치를 2336억 9439만원으로 평가했다.

M&A시장에서는 일송개발의 인수예상자로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은 골프존카운티, 유진프라이빗에쿼티, 삼라마이더스 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회원들의 이해관계를 푸는 것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이미 회원 중심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용인CC에만 5개의 그룹으로 형성된 상황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일송개발의 회생계획이 제각각인 점도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가 됐다. ‘회원 지주제’와 ‘대중제 전환’이 이들 비대위의 주요 주장내용이다.

비대위의 움직임도 분주해 지고 있다. 여기에 일부 기업과 PE들이 다양한 회생계획을 여러 비대위에 제안하면서 향후 회생절차 공개매각은 치열한 각축전을 예고하고 있다.

채무자회생법에 따르면 회생기업에 대한 인수는 담보권이 없는 채권액의 66%에 해당하는 채권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결국 여러 그룹의 비대위를 설득하면서 일송개발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결국 자금력으로 M&A에서 승부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법원은 지난 7일 삼정회계법인을 조사위원으로 선정해 개시결정에 앞서 일송개발의 재무조사를 명령했다. 삼정회계법인은 법원이 정한 기간에 기업가치와 청산가치를 산출한 조사한 결과를 법원에 보고할 예정이다. 회계업계는 기업가치를 조사한 삼정회계법인이 향후 일송개발의 매각주간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송개발은...

국내 최대 골프와 리조트 전문 기업인 레이크힐그룹의 계열사인 일송개발은 1983년 문을 열었다. 윤진섭 레이크힐스 그룹 회장과 특수관계인들이 일송개발의 주식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일송개발은 이후 레이크힐스용인CC(27홀 회원제)와 레이크힐스안성GC(9홀 퍼블릭)를 운영해 왔다. 일송개발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013년 고점을 찍고 점차 내리막을 걸었다.

2014년 12억원이었던 당기순손실은 지난해 427억원까지 불어났다. 회원 위주 영업이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일송개발의 경영난은 레이크힐스용인CC와 레이크힐스안성GC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다. 두 골프장은 부동산세 등 체납으로 공매 시장에 여러 차례 매물로 등장하기도 했다.

투자회사들은 지리적 위치와 대중제 전환 시 예상되는 시장가치를 보고, 앞다투어 일송개발의 담보부 채권을 매입했다. 하나F&I은 신한은행이 용인CC에 대해 가지고 있던 약 100억원 담보채권을 인수했고 유암코(연합자산관리)가 우리은행이 내놓은 279억원 규모의 ㈜일송개발 담보부 부실채권을 매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