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1. 버스 기사로 11년째 일하고 있는 양현식(61) 씨는 2년 후 퇴직을 앞두고 있다. 현재 보유한 주택은 없고 전셋집에 살고 있다. 양 씨의 벌이가 비슷한 경력의 평범한 직장인과 비교했을 때 부족한 편은 아니다. 지난해 연봉은 5600만원 정도였다. 그러나 3명의 아들에게 교육비를 지출하다 보니 노후를 위한 돈을 충분히 모으지는 못했다. 아들은 올해 각각 30살, 27살, 24살인데 모두 결혼은 아직이다. 은퇴 시 퇴직금은 5000만원 정도가 예상된다. 공무원으로 정년을 마친 주변 지인들은 매월 200만~300만원 정도의 연금을 받으며 노후를 즐기기도 하지만 연금액이 70만원으로 예상되는 양 씨에겐 언감생심이다. 양 씨는 급여는 깎여도 70세까지는 비정규직으로 하던 일을 계속할 계획이다. 넉넉하진 않아도 자식에게 손을 벌리고 싶지는 않다.

#2. 조돈희(59) 씨는 내년 은퇴를 코앞에 두고 있다. 사회복지법인에서 장애인 복지 관련일을 하고 있고 아내도 함께 돈을 번다. 현재 시가 6억5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조 씨 부부에게 가장 큰 자산이다. 슬하에 두 딸을 두고 있으며 각각 올해 32살, 26살이다. 모두 결혼은 하지 않았다. 적지 않은 금액의 부동산을 가지고 있지만 조 씨 역시 은퇴 직후 노후를 즐기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예상 월 연금 수령액이 85만원 정도로 충분하지 않은 데다가 아직 인생이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조 씨는 75세까지는 일을 할 계획이다. 개인 택시나 용달 등을 생각하고 있다.

“이젠 마음 편히 노후를 즐기세요” 라는 말은 대다수의 ‘서민’ 은퇴자들에게는 하기 힘들다. 위 두 사례를 봐도 은퇴 직후 기본적인 불로소득만으로는 생활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은 정년을 비교적 늦게 맞는 편인데도 그렇다. 60대에 찾아오는 위험도 많다. 자산을 늘리는 시기가 아닌 모은 자산을 사용하는 시기인 만큼 한번의 타격도 치명적일 수 있다.

국민 연금 수급자 4% 만 100만원 이상, 다른 소득 필요

은퇴가 가까워 오면 가장 먼저 계산해보는 건 누구나 받게 되는 국민 연금이다. 국민 연금만으로 생활을 영위하기는 매우 어렵다. 국민연금 수령자 전체의 4% 정도만이 월 100만원 이상의 연금을 받는다. 20만~30만원을 받는 수급자 비율이 가장 높고 금액이 오를수록 비율은 낮아진다.

은퇴 시 받는 퇴직금도 노후를 보장할 수 없는 게 평균적인 삶의 모습이다. ‘억’ 단위 퇴직금은 평범한 직장인에게는 꿈 같은 이야기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4월 발표한 '2018년도 퇴직연금 적립 및 운용현황 분석'에 따르면 2018년 만 55세 이상 은퇴자의 98%가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했다. 그 돈의 평균 금액은 1597만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은 경우의 평균 수령액은 2억575만원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대다수의 은퇴자 퇴직금이 오랜 기간 ‘나눠서’ 받을 수준이 아니라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노후에 매월 얼마의 소득이 있어야 할까? 국민연금공단이 2017년 50세 이상 4449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적정 노후생활비로 부부는 평균 월 243만3900원, 개인은 153만7100원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한 질병이 없는 걸 전제로 한다. 

은퇴 시점에 별다른 불로소득이 없다면 은퇴 후에도 일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실제로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에 따르면 50~60대 은퇴자 중 80%는 일자리를 다시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NH투자증권 100세 연구소 박진 소장은 “일자리를 찾으면 월급은 은퇴 전에 비해 많이 줄겠지만 기존 자산을 최대한 지킬 수 있다”면서 “자산 고갈 속도를 늦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족·시장·건강으로부터 자산 지켜야

게다가 60대는 가족에 대한 책임감도 완전히 덜어내지 못하는 나이다. 아래로는 결혼하지 않은 자식이 있고 위로는 부양해야 할 부모님이 계신 경우도 있다. 평균 결혼 연령이 높아지며 60~65세 사이쯤 자녀가 결혼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녀는 대부분 경제적 독립을 이룬 시기지만 결혼을 할 때 만큼은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다. 자녀가 여럿이면 부담은 더 늘어난다.

간혹 자녀의 사업 자금을 보태주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도 조심해야 한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며 자식이 부모의 노후를 전적으로 책임질 수 없게 됐고 덩달아 노후 기간 동안 경제적으로 자립할 힘이 중요하다. 

60대는 금융 시장의 표적이 되기도 하는 시기다. 저축 예금과 퇴직금 등을 어디에 투자할지 고민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자산을 축소하면 현금은 더 늘어난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일수록 금융 시장의 고금리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 예금 금리가 2%에 미치지 못하는 가운데 비교적 안전하게 3~5% 수준의 금리를 보장한다고 광고하는 상품이 주는 유혹은 달콤하기 때문이다. 최근 발생한 ‘DLS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해당 상품을 구입한 사람 중 노후 자금을 거의 다 잃은 은퇴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준비 없는 창업은 금물이다. 준비를 오래 했더라도 가지고 있는 자산의 대부분을 사용하는 투자는 피하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창업 성공률이 워낙 낮고 한 번의 실패로도 노후 생활이 힘들어질 수 있어서다. 한 은퇴설계 전문가는 “노년 창업은 인테리어 업자와 임대사업자에 돈을 갖다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또한 60대는 발병률이 높아 건강 관리에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국립암센터가 8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으로 암발병자 수는 60대부터 급격하게 늘어나는 양상을 띤다. 50~59세의 경우 10만명당 암발병자 수가 592.9명으로 나타났지만 60~69세는 1050.2명으로 부쩍 높아진다. 70세 이상은 1720.1명으로 한 번 더 급등한다. 건강을 잃게 되면 일을 할 수도 없고 병원비 지출도 늘어나며 2중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치매 예방도 신경 써야 할 시기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전체 치매 환자의 91.3%를 차지한다. 치매는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정신적·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