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3년 전만 해도 자율주행 자전거에 대한 생각은 전혀 터무니없는 생각이라고 여겨졌다. 구글조차도 만우절 동영상에서 자율주행 자전거의 개념을 조롱했다. 도대체 저 혼자 움직이는 자전거를 누가 탄단 말인가?

그러나 그 이후 전기자전거와 스쿠터 공유 열풍이 전 세계 도시에서 거세게 불었다. 많은 기업들이 엉뚱한 곳에 제 맘대로 주차된 스쿠터를 충전해서 제위치에 정렬해 놓는 일을 하는 직원을 고용하기 위해 많은 돈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오늘날 구글이 조롱했던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고 CNN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타트업, 투자자들 그리고 우버 같은 큰 회사들까지도, 운영비를 낮추고 그동안 스쿠터를 거리의 골칫덩이로 여겼던 도시 당국과의 긴장된 관계를 완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율주행 자전거와 스쿠터를 연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언젠가는 자율주행 스쿠터가 지정된 주차 공간이나 수요가 더 많은 동네로 제 스스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유령 라이더’(Ghost rider)로 불리는 자율주행 스쿠터는, 고객들이 우버나 리프트 차량을 부르는 것처럼 고객을 태우기 위해 스스로 고객이 있는 곳까지 이동할 수도 있다. 혹은 원격조종센터에 있는 회사 직원들이 스쿠터를 원격 조정해 길과 인도를 가로질러 고객에게 이동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자율주행 스쿠터를 만드는 토터스(Tortoise)의 공동창업자 드미트리 쉬벨렌코는 "내년쯤이면 도로 위에 자율주행 자동차 웨이모보다 우리의 반자동 스쿠터와 자전거를 훨씬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터스는 스쿠터를 자동화하는 여러 회사들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애틀랜타시와 시 교외에서 자체 기술을 시험하기 위한 계약을 마무리하고 있으며, 몇몇 세계적인 스쿠터 제조사들과도 제휴를 맺었다.

▲ 토터스(Tortoise)가 개발한 반자율주행(원격조종) 스쿠터 고스트 라이더(Ghost rider).   출처= Tortoise

현재 자율주행차 회사들은 자신들의 복잡한 기술이 실제 도로에서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실전 배치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스쿠터와 자전거는 자동차나 트럭에 비해 가볍고 느려서 원격으로 자동화하고 조작하는 것이 훨씬 더 간단하고 저렴하다.

컨트롤웤스(CtrlWorks)라는 또 다른 회사도 이미 자체 제작한 자율주행 스쿠터를 시험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말레이시아에서 소규모로 자율주행 스쿠터를 운영하고 있다.

또 가장 큰 스쿠터 제조업체 중 하나인 나인봇(Ninebot)도 올해 초 자율주행 스쿠터를 선보였다.  나인봇의 토니 호 글로벌비즈니스 개발담당 부사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스쿠터를 예약하면 스쿠터가 저 혼자 내게로 오고, 나는 그걸 타고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라고 말했다. 회사는 올해 말 몇몇 대학 캠퍼스에서 이 시범을 보일 계획이다.

세계 최대 차량호출 회사 우버에게도 자율주행 스쿠터와 자전거 시장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현재 우버에는 자율주행차에 사용했던 센서와 컴퓨터가 얼마나 싼 가격에 자전거와 스쿠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조사하는 팀이 있다. 이 새로운 모빌리티 로봇공학팀을 이끌고 있는 앨런 웰스는 “초기 실험을 통해 자전거나 스쿠터를 자동화하는데 드는 추가 비용은 나중에 운영 비용 절감으로 충분히 상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와 워싱턴 DC에서 공유 스쿠터를 운영하는 스킵 스쿠터스(Skip Scooters)의 샌제이 다스투어 최고경영자(CEO) 같은 사람들은 자율주행 스쿠터 아이디어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최소한의 부품만으로 저렴하게 만든 자율주행 스쿠터가, 첨단 센서로 무장한 다른 자율주행차량과 충돌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스쿠터 회사들도 자율주행차량과 마찬가지로 스쿠터가 안전하게 주행하기 위해 카메라, 레이더, 초음파 센서에 의존한다. 토터스는 스쿠터를 자동화하는데 드는 초기 비용이 약 100달러 정도 될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비용이 어떻든 간에 문화적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스쿠터를 선보인 거의 모든 도시에서, 보도에서 스쿠터를 타는 것은 안전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컨토롤웤스가 지난해 자율주행 스쿠터를 출시했을 때, 길을 걷던 보행자들은 혼자 움직이는 스쿠터를 도난 스쿠터로 생각하고 서로 잡으려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회사의 심 카이 CEO는 아이들이 움직이는 스쿠터에 뛰어든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빈번한 안전 사고를 야기하며 거리 곳곳에 방치된 스쿠터는 사용자의 이기(利器)라기 보다는 거리의 골칫덩이가 되었다.   출처= Lawyernc.com

스쿳비(ScootBee)라는 브랜드로 운영되는 컨토롤웤스의 자율주행 스쿠터는 처음에는 빠른 걸음에 해당하는 시속 3.1마일(5 km)로 이동시켰으나 현재는 속도를 2마일(3.2 km) 이하로 줄였다.

"거리에서 사람들을 놀라게 해서는 안되니까요”

또 다른 스쿠터 업체인 볼트(Bolt)도 고객에게 저 홀로 가는 자율 스쿠터를 구상하고 있다. 교통량이 많은 시간에는 시속 1마일로, 인도에 사람이 거의 없는 밤에는 5마일로 제한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스쿠터는 이제 막 초기를 맞고 있지만, 스킵 스쿠터스의 샌제이 CEO와는 달리 그 성장은 불가피하다고 믿는 신봉자들도 있다. 스쿠터, 자전거, 자율주행차량 스타트업에 많은 자금을 제공한 샌프란시스코의 엔젤투자자 맷 브레지나는 앞으로 10년 이내에 자율 자전거와 자율주행 스쿠터가 도시 생활의 뉴노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파손이나 절도 등 부작용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2년이 고비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이 얼마나 변했는지 보세요. 10년 전만에도 저녁 식사를 하면서 휴대전화 통화를 하는 것이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스쿠터 회사들이 전 세계 도시 곳곳에 스쿠터를 배치하기 위해 경쟁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은 자율주행 스쿠터가 그 모든 문제를 최소화하는데 도움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진적으로 새로운 기술은 사람들과 도시 정부들에게 편안하게 조정되고 안착하게 될 것이다.

나인봇의 토니 호 부사장은 “자율주행 스쿠터를 누가 얼마나 빨리 만들든 간에 지금은 예측할 수 없는 도전도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첨단 기술에 관한 한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지금은 알 수 없습니다. 자율주행 스쿠터가 스스로 헤매다가 법규를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 돌아다닐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