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경자년 (庚子年)이 밝았습니다. 희망찬 새해에 좋은 기운을 받기만 하면 좋겠지만 복잡다단한 미디어 환경속에 나쁜 기운을 가진 새로운 이슈들도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준비한 새해 첫 주제는 2020년 중요한 매뉴얼 업데이트 포인트입니다. 이를 통해 예방하고 준비해야 할 주요 온라인 이슈를 예상하고 점검해 보고자 합니다.

2019년 기업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고민과 활동은 유튜브로 시작해서 유튜브로 끝났다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카탈로그형 홈페이지가 기업 온라인 채널의 표준이었다가 기업 블로그가 그 자리를 넘겨받았던 시기가 벌써 10년 전입니다. 이후 기업 SNS 채널 보유가 새로운 기업 커뮤니케이션 자산이 되었고 그 흐름은 급격히 유튜브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기업 유튜브 활용은 채널을 보유하며 콘텐츠 양과 질을 높이는 활동들이 증가하고 유명 인플루언서(Influencer·SNS에서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SNS 유명인’)와 협업도 대세가 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흐름이 기업 콘텐츠에 대한 긍정 반응을 만들어내는 기회의 토양이 되는 반면 전혀 새로운 부정 반응이 탄생하는 위기의 장이 되기도 합니다. 기업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생산하는 비공식 콘텐츠와 기획과 통제하에 제작되는 공식 콘텐츠에서 최근 이슈가 될 수 있는 부분과 매뉴얼에 업데이트해야 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기업 구성원들이 생산하는 비공식 콘텐츠에 대한 이슈입니다. 기업의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과생산되는 콘텐츠는 기업 홍보 측면에서 활용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개인 블로그나 페이스북에서 통제되지 않은 기업 정보가 구성원들을 통해 외부로 공개되며 위기가 발생했던 사례들을 반면교사해야 합니다.많은 기업들은 지금까지도 구성원들을 위한 SNS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운용하고 있습니다. 통제되지 못한 구성원들의 채널은 긍정과 부정적 가능성을 모두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기업 구성원들이 생산하는 콘텐츠 중 회사 생활 브이로그(Vlog·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콘텐츠)형태가 늘고 있습니다.이 부분은 동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경험담이 늘고 있어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도 빠르게 제정되고 공유될 필요가 있습니다.업무의 집중도에 영향을 주는 수준이라면 다른 위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기업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회사 생활 브이로그는다른 구성원들의 업무 방해, 초상권 침해, 프라이버시의 보호, 기업 정보 보안 차원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습니다.장점과 단점이 혼재된 상황으로 보이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합의점을 찾아 발생 가능한 이슈를 사전에 예방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관 부서 기획으로 제작되는 공식 콘텐츠 이슈에는 생방송 이슈, 콜라보레이션(협업) 이슈, 그리고 콘텐츠 검수 이슈가 있습니다. 우선적으로 공식 유튜브 동영상 콘텐츠는 사전 기획된 상황에서 기획자의 통제하에 녹화되고 편집된 콘텐츠만을 활용할 것을 권고드립니다. 생동감과 진정성을 살리기 위해 기업 유튜브 운영을 무리하게 생방송 형태로 진행하게 되면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증가하기 때문에 위기 발생은 필연적일 수 있습니다. 완벽한 통제가 아니라면 유튜브 생방송은 내부 원칙으로 규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은 인플루언서에 대한 이력과 성향을 사전에 확인하는 절차를 관련 매뉴얼에 업데이트하고 적용해야 합니다. 개인적인 친분 관계나 주변 지인의 추천으로 소개받은 인플루언서와 협업을 했는데 과거 부정적인 전력 때문에 기업 이미지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들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플루언서의 과거 전력에 대한 일부 대중들의 집념과 검색 능력이 탁월하다는 외부 요인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콘텐츠 검수입니다. 기업 유튜브 동영상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긍정 반응의 확산을 위해 기획됩니다. 그래서 기획 당시 타깃 대중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창의성이 중요하겠지만 행여 그 스토리와 연관될 수 있는 사회적 이슈도 함께 고려해 줘야 합니다. 단지 콘텐츠를 기획자와 제작자의 의도와 관점에서만 바라보지 않고 원하는 타깃 대중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검수해야 합니다. 객관성 확보를 위해 능력있고 신뢰할 수 있는 제3자의 검수 절차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기업 동영상 콘텐츠가 위기를 촉발시키지 않도록 콘텐츠 검수 시 확인해야 할 주요 10가지 포인트는 ① 성희롱, 성추행 연상 여부, ② 특정 성별 비하 여부, ③ 특정 성별 역할 고착화 여부, ④ 과도한 성적인 표현을 통한 성적 대상화 여부, ⑤ 직업, 연령, 학력 등 각 계층 간 갈등 조장 여부, ⑥ 사회적 윤리에 반하는 내용 여부, ⑦ 갑질 표현 여부, ⑧ 폭력 정당화 여부, ⑨ 민감한 사회 이슈 연상 여부, ⑩ 출연자 개인적 부정 이슈 여부입니다. 이 항목들은 기업 동영상 콘텐츠 검수 프로세스로 정리되어 온라인 부분 매뉴얼에 업데이트되어야 합니다.

이제 많은 기업 CEO들에게 위기관리의 개념은 보편화되었습니다. "매뉴얼을 만들어야 합니다.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합니다"라는 말이 기업 위기 발생 시 당연한 처방전이었던 시절도 지나 요즘은 큰 의미없는 조언이 됐습니다. 따라서 기업 위기관리를 위한 매뉴얼 문제는 단순 보유의 문제에서 어떻게 실제 업무에 적용되어 작동할 것인가로 논의 주제가 옮겨가고 있습니다.

매뉴얼은 도큐먼트일 뿐입니다. 매뉴얼이 살아움직이기 전에는 종이나 디지털 파일일 뿐입니다. 매뉴얼은 이슈가 감지되면 실제 업무 진행 과정에 제동을 걸거나 다음 프로세스로 넘어가는 분명한 관문이 되어야 합니다. CEO에게 "우리 회사는 온라인 이슈 관리 매뉴얼을 만들었어"라는 '정신적 자기위안'만을 주는 목적이 아니라면 매번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계속 업데이트되고 내부 공유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