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킨슨병 원인유전자 HSPA9 유전자 발현 저해에 의한 퍼록시좀 감소. 출처=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치매 증상을 유발하는 파킨슨병의 새로운 발병 원인이 밝혀졌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20일 한국 연구진이 파킨슨병의 원인 유전자 단백질(HSPA9)의 돌연변이에 의한 기능 감소 시 에너지대사 및 활성산조 조절 주요 세포소기관(퍼록시좀)의 현저한 감소를 유도해 파킨슨병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로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이 주된 원인으로 알려진 파킨슨병 연구 분야에 퍼록시좀의 중요성이 새롭게 제시됐다.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에 세포소기관 조절인자가 새로운 표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포내 존재하는 퍼록시좀은 단일막 구조의 세포소기관으로 대부분의 진핵 세포에 있다. 이는 소포체로부터 생성돼 주로 지방산의 산화반응이 일어나는 장소로 지방산 분해와 콜레스테롤 대사를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포유류에서는 뇌, 간, 심장 및 폐 조직의 에너지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전적으로 퍼록시좀 생성과 분해에 문제가 생기면 젤웨거 증후군(Zellweger syndrome)과 같은 선천성 뇌신경계 발달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퍼록시좀은 간세포에서 과산화수소를 물로 전환시켜주는 효소(카탈레이즈)를 다량 보유하고 있어 알코올 등과 같은 독성물질을 제거하거나 노화의 원인이 되는 세포내 유해산소를 제거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선천성 유전자 변이나 노화에 따른 퍼록시좀의 기능이상의 원인 규명, 손상된 퍼록시좀의 회복에 관련된 연구들이 선천성 뇌신경계 발달장애 및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퇴행성질환 분야에서 새로운 치료전략의 타겟으로 주목받고 있었다.

연구진은 파킨슨병의 원인유전자인 HSPA9 유전자 변이가 산화스트레스의 증가와 세포소기관인 퍼록시좀 감소로 이어져 신경세포 또는 근육 세포의 기능 저하를 통해 파킨슨병 발병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또 세포소기관인 퍼록시좀 특이적인 자가포식작용(autophagy) 조절을 통해 퍼록시좀 감소가 일어나는 것을 규명했다.

자가포식작용은 세포가 다양한 스트레스 조건 하에서 스트레스 원인 요소를 분해, 항상성을 높여 세포 생존에 도움을 주는 세포 내 소화 작용이다. 자가포식은 퇴행성뇌질환 뿐만 아니라, 암, 감염성 질환, 노화 등 다양한 질병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자가포식 제어를 통한 암과 치매 등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이 시도되고 있다. 2016년 노벨상 생리의학상은 자가포식작용 연구를 한 일본의 오스미 요시노리(Ohsumi Yoshinori) 교수가 수상을 했다.

연구진은 자가포식작용이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원인인 독성 응집단백질을 분해ㆍ제거 하는 것에 대한 새로운 기전을 규명한 바 있다. 연구진은 또 미토콘드리아 칼슘 항상성의 붕괴가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퇴행성질환의 공통원인임을 확인했다.

연구진 관계자는 “이번 연구를 통해 신경퇴행성질환에서 퍼록시좀의 중요성을 새롭게 제시했다”면서 “미토콘드리아와 더불어 세포소기관의 기능이 신경퇴행성질환, 암 및 대사질환에서도 연구가 활발히 수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동형 교수는 “연구 성과는 신경퇴행성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퍼록시좀의 기능 유지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이규선 센터장은 “퍼록시좀과 미토콘드리아와 같은 세포소기관의 상호작용과 퍼록시좀 기능 유지에 연관된 다양한 조절 인자들을 동시에 표적으로 하는 신약 개발은 신경퇴행성질환을 비롯한 암, 대사질환 및 노인성 관련 질환 등의 치료제 개발에도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경북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부 조동형 교수(교신저자), 조두신 박사(제1저자)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나노연구센터 이규선 센터장(공동 교신저자)이 원광대학교 의과대학과 공동으로 수행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의 질환극복기술개발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기초연구사업 지원으로 진행됐다. 연구 성과는 ‘Autophagy’ 1월 22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