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최근인 농업근로자 조사에서는 미국 농업근로자의 69%가 멕시코인이었고 미국인은 24%에 불과했다.   출처= The New Yorker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 농부들의 걱정이 점점 커지고 있다.

공산품 생산업체들과는 달리 농부들은 유연성이 거의 없다. 그들은 심는 시기와 수확 시기를 엄격히 지켜야 하고 마음대로 생산을 늘리거나 줄일 수도 없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리지 스프링(Ridge Spring)의 타이탄 농장(Titan Farm)에서 6200에이커의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는 찰머스 카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오늘 좋은 복숭아가 내일은 좋지 않을 수 있다. 그만큼 빨리 익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블루베리나 딸기도 수확이 하루만 늦어져도 가치가 크게 떨어집니다. 피망 같이 날짜를 엄격히 지키지 않아도 되는 작물 조차도 수확기간이 2일에서 5일 정도 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오는 4월과 5월은 많은 미국 농부들에게 작물의 심기와 수확이 집중되는 중요한 시기다. 그들의 농장에서 일할 숙련된 노동자들이 필요하고, 수확한 상품을 배달하기 위한 믿을 수 있는 공급망이 필요하다. 그들에게 지금은 연중 가장 바쁜 시간이다.

만약 농부들이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충분한 노동자를 찾지 못하거나 농사에 차질이 생긴다면 미국인들은 올 여름에 신선한 농작물을 덜 먹거나 더 비싸게 사 먹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미국 농장에서 일하는 농부들이 대부분 외국인이며 그들의 공급 사슬에도 코로나가 덮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몇 주 동안, 많은 미국인들은 식품 매장의 선반이 비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가슴이 철렁했다. 다행이 그것은 식량 부족 때문이 아니라 공급망의 병목현상이었기 때문에 선반은 곧 보충되었다, 그러나 앞으로 몇 달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에 따라 이러한 혼란이 더 심각해질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농부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식량이 바닥날 것 같지는 않지만 올해와 내년에는 적어도 우리가 그 동안 누렸던 풍족함은 누리지 못할 것이다. CNN이 미국 농업의 직면한 심각한 상황을 분석했다.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

미국 농업은 그 어느 분야보다 외국인 의존도가 높은 분야다.

미 농림부(USDA)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외국인 계절 노동자들에게 발부하는 H-2A 비자는 지난 2005년에 4만 8000건이었다. 2018 년에 이 수치는 24만 3000건으로 약 5배 증가했다.

USDA는 H-2A 비자 발급의 급증은 "미국 농장의 노동력 부족을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지표 중 하나"라고 말했다.

가장 최근인 2015~2016년 농업근로자 조사에서는 미국 농업근로자의 69%가 멕시코인이었고 미국인은 24%에 불과했다.

문제는 H-2A 비자로 미국 농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미국에서 코로나가 크게 확산함에 따라 미국 입국을 꺼릴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외국인 노동자들이 미국에 가는 것이 너무 위험하다고 결정한다면 국내 노동력이 그 빈자리를 메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노동력의 불균형

미국내 코로나 확산으로 3월 16-21주에 미국의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거의 330만 건에 육박하면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22-28주에는 400만건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들이 농장의 일손 부족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 신선식품 생산자협회(United Fresh Produce Association)의 탐 스텐젤 회장은 “농장에서는 숙련된 노동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농장에서는 지금 당장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에 누구라도 고용하겠지만, 그들은 효율적으로 일할 수 없어 농장 운영은 속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코로나로 인해 문을 닫은 회사들에서 쏟아져 나오는 도시 근로자 대부분은 농사일로 쉽게 전환하기 어렵습니다. 농사 일은 고단한 일입니다. 도시 미국 노동자가 그런 고된 일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또 도시에서 일하던 미국인들이 농사 일을 하기 위해 시골로 이주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수입 농산물도 불안정

미국에서 소비되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의 상당 부분은 수입품이다. 미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매년 소비되는 신선한 야채의 약 32%와 신선한 과일의 55%는 수입산이다. 바나나 같은 특정 과일은 거의 100% 수입된다.

그런데 미국이 과일과 채소를 수입하는 다른 나라들도 코로나 유행으로 인해 생산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만일 그런 나라들이 평상시만큼 생산할 수 없다면, 미국인들은 제철이 아닌 과일이나 채소를 보기가 더 힘들어지고 가격도 더 비싸질 것이다.

설령 다른 나라의 생산에 변함이 없다 하더라도 선적 항구의 인력부족으로 수입이 중단될 수도 있다. 노동력 부족으로 배들이 부두에 묶여 있는다면, 미국은 필요한 농산물을 공급받지 못할 수 있다.

생산-공급 계획도 불확실

이것은 국내외 농산물 생산자들이 미래를 계획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상처 나고 못생긴 농산물을 할인 가격에 파는 임퍼펙트 푸드(Imperfect Foods)의 공급 및 판매 담당 부사장 에드 오말리는 "재배자들은 여름에 수확할 농산물의 모종을 지금 심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들은 '상추나 콩을 몇 에이커나 심어야 할 지’ 판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에는 농식품 수요가 ‘예측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 식당들은 문을 닫고 식료품 가게들은 구매가 급증하고 있어, 농부들은 누구에게 얼마나 팔 수 있는지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계획을 세울 수 없어 음식물 쓰레기 문제는 더 악화될 수 있고, 미리 확보되지 않은 식품은 먹기 더 어려워 질 수 있다.

식료품점들은 수요 변화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지르면서 계란과 같은 일부 식품들은 가격이 급등했다. 푸드뱅크의 경우, 미국 전역에서 발생한 사재기 열풍으로 식품 소매업체들로부터의 기부가 급감했다고 보고했다.

식당, 학교, 기타 음식 서비스 매장에 농산물을 공급해 온 회사들은 개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배달 서비스로 방향을 전환했다. 임퍼펙트 푸드도 최근 음식 배달업체로부터 주문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