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조, 31×18×49㎝ 테라코타 건칠, 2015

설명도 없이 뜬금없이 ‘윤조’라고 전시 제목을 달았다. 윤조는 첫아이 이름이다. 20년 전 만난 조막만 한 손의 아가가 어느덧 여인이 되었다. 작업실에 찾아와 엄마를 응시하던 윤조는 사랑 때문에 마음 아파했다. 

고대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누트’(Nute)라는 하늘의 여신은 몸속엔 별이 가득한데, 밤이면 태양을 삼키고 아침이면 태양을 낳는다고 한다. 고대 원시미술에서 신(Vinus)은 아이를 가진 여인의 모습이었다. 여인은 자신의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누트가 되는 것 같다. 

아이가 새긴 엄마라는 각인이 가슴 속에 남아 자신의 아이를 끝없이 짝사랑한다. 연인에게는 준만큼 받지 못할 때 섭섭하고 의심스럽다. 그는 나를 사랑할까? 그런데 내 아이를 사랑하는 데는 이유가 없다. 너무 당연하니까. 또 다른 내가 두 딸로 나뉜 것만 같다. 딸들 속에 내 모습이 있다. 나는 그 딸들을 통해 새로운 생의 징검다리를 건너 윤조와 윤재라는 이름으로 진화한다. 

▲ (왼쪽)눈꽃길 가시는 외할머니.13×113×23㎝, 테라코타 (오른쪽)담배연기마저 삼키는 오그 리 할매, 17×14×26.5㎝, 테라코타

진달래 필적에 가시겠다 했던 외할머니는 성탄절 전날 눈꽃길을 밟고 떠나셨다. 독선생 두고 공부하던 오빠 대신 어깨너머로 빗자루질하며 천자문을 깨쳤다는 8남매의 어머니, 가방끈은 짧아도 모든 일에 답을 갖고 계셨던 할머니는 8남매의 소소한 일상을 전달하는 재담꾼이자 아픈 손가락을 보듬어주는 어머니이셨다. 뜬금없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주시는 할머니와의 대화가 늘 좋았다. 

 -할머니 어떤 계절에 돌아가시고 싶어요?

 “진달래 필적에 가야지. 날 좋을 때 가야 사람들 힘들지 않고 땅 파고 고생하는 일꾼들이 꽃을 보며 한번 웃을 수 있지 않겄냐!”

할머니를 담은 어머니, 어머니를 담은 나를 거쳐 윤조와 윤재에게로 어머니들이 이어진다. 어미니, 어머니, 어머니.... 그래서 딸들이 엄마의 생을 닮는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 (왼쪽)가는 그녀의 뒷모습, 62×128㎝, 수묵채색 (오른쪽)혼자남아 머리를 묵고, 42×70㎝, 수묵채색

식사를 준비하고 가족을 돌보느라 항상 뒷모습이었다. 바삐 움직였을 뿐 가족과 함께 앉아 마주하지 못했다. 가족들은 그때의 어머니 얼굴을 기억할까? 어머니는 어떤 표정이었을까? 

▲ 전시장면
▲ 전시장에서 포즈를 취한 김경원 작가(왼쪽)

<김경원 작가((SCULPTOR KIM GYUNG WON, ARTIST KIM GYUNG WON,김경원 작가, 조각가 김경원) ‘윤조’개인전, 2018년 11월12~12월1일, 갤러리1707(gallery1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