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 B787-9 항공기.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두 달여간 막혔던 하늘길의 개방이 이달부터 더욱 확대된다.

그동안 여객 수요가 격감하면서 경영난에 봉착한 항공업계도 코로나19 진정세에 따라 나라별 시차는 다르지만 대체로 6월 이후 일반 항공편 재오픈 행렬에 속속 참여하고 있어 여행 관련 산업도 활기를 띌 전망이다. 특히 관광업을 주력 업종으로 육성하는 국가들이 노선을 적극 증편하고 있다. 

구조 조정과 노선 정상화의 '투트랙' 비행에 나선 주요 항공사들이 여름철 성수기에 힘입어 코로나19발 위기를 넘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캐나다·독일·인도 노선 이달, 영국·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 등 15일 재개


독일 국적의 루프트한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캐나다 토론토·인도 뭄바이 등을 잇는 노선의 운항을 이달부터 재개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중순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스페인 이비자와 말라가·이탈리아 베네치아·그리스 크레타와 로도스·포르투갈 파로·스페인령 지중해 마요르카섬 등을 오가는 20개 항공편도 재운항 한다고 밝혔다.

영국의 대표적인 저가 항공사인 이지젯은 이달 15일부터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의 국내선과 스위스 제네바를 오가는 국제선의 운항을 재개한다. 앞서 이지젯은 코로나19가 한창 창궐하던 지난 3월 말 항공편 운항을 전면 중단했으나, 다음 달 1일을 시작으로 운항 노선을 전체 50%까지 회복할 계획이다.

특히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산 초기 최대 피해국으로 꼽히는 이탈리아에 있는 지사의 문을 다시 연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이지젯 이탈리아 지사는 6월 15일부터 팔레르모·카타니아·바리·라메치아 테르메·나폴리·올비아·칼리아리·브린디시 등과 밀라노를 잇는 국내선을 재개한다.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합작 항공사 에어프랑스-KLM 그룹 역시 지난달 28일(이하 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이탈리아 노선의 항공편을 이달 1일부터 재개한다고 공표했다. 로마와 밀라노·베니스·볼로냐·피렌체·나폴리·바리 등을 잇는 항공편이 단계적으로 재개될 예정이며, 6월 말 기준 주당 78편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최대 항공동맹체 스타얼라이언스 소속이자 그리스 최대 항공사인 에게항공은 지난 5월 말까지 독일 뮌헨·프랑크푸르트와 스위스 취리히·제네바 등 유럽 주요 도시로 가는 항공편을 점진적으로 재개하겠다고 밝혀, 6월 주요 노선의 정상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기대된다. 


 카타르·UAE 노선 확대, 세계 대륙 '허브' 중동 본격 재가동


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를 연결하는 허브인 중동 지역의 항공사들도 엔진을 가동하고 있다. 

카타르의 국영 항공사 카타르항공은 지난달 26일 약 30개의 운항 노선을 80개로 확대할 것이라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전 카타르항공이 운항한 노선은 약 160개로, 언급한 대로 순조롭게 항공편을 재개하면 절반 정도를 회복하는 셈이다.

카타르항공은 지난달 20일부터 호주 브리즈번·퍼스·멜버른·시드니 등으로 향하는 항공편을 주 3·4회 또는 매일 운항한다고 알린 바 있다. 또 카타르항공은 현재 영국 런던·독일 프랑크푸르트·프랑스 파리·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을 비롯한 유럽 내 16개 목적지에 대한 운항을 지속하고 있으며, 여기에 취항지 7곳을 6월 말까지 추가할 계획이다.

중동 최대 항공사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에미레이트항공은 지난달 21일부터 이미 런던·파리·시카고·시드니 등 정기 노선 9개에 대해 운항을 시작했다. 코로나19로 멈춰선 지 두 달 만의 재가동이다.

UAE 국영 항공사 에티하드항공도 같은 날부터 멜버른과 런던 간 경유 노선을 재개, 주 1회 운항하기 시작했다. 에티하드항공 측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으나 6월 15일부터 여러 노선을 재개할 방침"이라고 알렸다.

이 항공사는 앞서 UAE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위해 편도 항공편을 비정기 운항해왔으며, 지난달 22일부터 서울·런던·파리 등 18개 도시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을 3~4편씩 마련해 이달 15일까지 운영한다.


 韓, 가까운 동남아부터


전 세계에서 잇따라 하늘길을 개방하면서 우리나라 항공업체들도 재기를 도모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국내 항공업계에 따르면 현재 운항하는 국제선이 전체 110개 노선 가운데 10% 내외에 불과한 대한항공은 6월부터 미국 워싱턴·시애틀, 캐나다 밴쿠버·토론토·암스테르담·프랑크푸르트·베트남 하노이·대만 타이베이 등 13개 노선을 추가 재개해 총 25개로 확대한다. 아시아나항공도 이달부터 싱가포르·시드니·시애틀 등 3개 노선을 더해 총 17개의 국제선을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저비용 항공사(LCC)들은 가까운 동남아권을 중심으로 국제선 운항을 일부 재개한다. 제주항공은 이달부터 현재 운항하고 있는 국제선 3개에 필리핀 마닐라와 일본 도쿄·오사카 등 노선을 추가한다. 진에어는 방콕행 등 5개 국제선의 운항을 재개하며, 에어부산은 7월부터 부산과 홍콩·마카오·일본 등을 오가는 비행기를 띄울 예정이다.

이와 관련, 베트남은 다음 달부터 한국과 미국·중국·일본 등 80개국 대상으로 전자비자 입국을 허용할 방침이다. 당국 정부는 지난 2017년부터 한국 포함 40개국의 국민들에게 시범적으로 전자비자를 발급했으나, 올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해당 제도의 본격적인 시행을 미뤄온 바 있다. 이를 시작으로 베트남의 입국 제한 조치가 차례로 완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의 경우 약 일주일 전인 지난달 25일 코로나19 긴급사태를 해제하면서 이달 19일을 기점으로 국내 여행을 전면 재개하고, 오는 8월 1일부터는 해외여행도 허용하기로 했다. 한편 일본은 우리 정부의 수출 규제 철회 요청에 답변 시한인 지난 5월 29일까지 제대로 응하지 않는 등 사실상 '거부' 의중을 드러냈는데, 양국이 국경의 빗장을 모두 풀어도 상호 간 관광 교류는 당분간 경색된 상태일 것으로 전망된다.

▲ 표=이코노믹리뷰 박민규 기자

코로나19 확산세가 누그러지고 세계 각국이 경제 봉쇄를 해제하면서 하늘길을 통한 활발한 교류가 다시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나,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의 고민은 여전히 존재한다. 전대미문의 악재가 빠르게 해소될 것이라는 낙관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에미레이트항공의 셰이크 아흐메드 알막툼 회장은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은 2020~2021년 (항공사) 실적에 막대한 손실을 입힐 것"이라며 "항공 수요가 정상화 되려면 최소 18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카타르항공의 최고경영자(CEO) 아크바르 알바케르도 "항공 수요가 2023~2024년에 회복되어도 놀라울 일"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