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손해보험사들의 운전자보험 '보장 베끼기'가 심화 되고 있다. 교통사고처리지원금 담보의 일부 보장을 소급적용해주거나 기존 보장 한도를 타 사와 동일하게 상향하는 등 경쟁사들 간의 운전자보험 눈치작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민식이법(어린이 교통안전 강화 법률) 시행에 따라 격전지로 부상한 운전자보험 경쟁 열기가 식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KB손해보험이 이날(3일)부터 전치 6주~10주 이상, 11주~20주 이상의 교통사고처리지원금을 각각 2000만원과 7000만원으로 상향했다. KB손보는 그간 해당 기간의 교통사고처리지원금을 각 1000만원, 5000만원 한도로 보장해왔다. 오는 8일부터 전치 6주 미만의 교통사고처리지원금도 스쿨존에 한해 500만원을 지원해주고, 2009년 10월 이후 계약자 모두에게 소급 적용해주기로 했다.

메리츠화재도 이르면 오는 8일부터 전치 6주 미만의 스쿨존 교통사고처리지원금을 소급적용해 추가 보장할 예정이다. 스쿨존에서 13세 미만인 타인에게 전치 6주 미만의 상해를 입혔을 시 500만원의 형사합의금을 보장하기로 했다. 2009년 10월 이후 가입자와 지난 3월 25일 이후 발생된 사고 건에 한해 모두 소급적용 해 준다.

이 같은 운전자보험 담보 변경은 앞서 다른 일부 손보사들이 선보였던 보장을 뒤따라가는 행보로 보인다. 메리츠화재는 지난달 18일 업계 최초로 전치 6~10주의 교통사고처리지원금을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전치 11주~20주 교통사고처리지원금을 5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늘렸다.

스쿨존 사고에 한해 전치 6주미만의 교통사고처리지원금을 500만원 지급, 소급적용키로 한 담보 역시 지난달 7일 삼성화재에서 시행한 전략이다. 당시 삼성화재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배타적사용권(일종의 특허권)' 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DB손해보험의 전치 6주 미만 교통사고처리지원금 담보를 따라했다는 이유에서다.

▲ 출처=각 사
민식이법 공포에 지펴진 불

손보사들의 운전자보험 '보장 베끼기'는 지난 3월 25일 민식이법이 시행되면서 불이 지펴졌다. 민식이법은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가해자의 처벌을 강화한 법이다. 스쿨존 내에서 어린이가 상해를 입으면 가해자에게 최대 1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돼, 이를 대비하기 위한 운전자보험의 보장도 잇달아 확대됐다.

경쟁의 시작은 KB손보가 끊었다. KB손보는 민식이법 시행일에 맞춰 운전자보험 스쿨존 자동차사고 벌금 한도를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해 출시했다. 이후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MG손해보험 등 운전자보험을 취급하는 대부분의 손보사들이 줄줄이 관련 보장 확대에 나섰다.

운전자보험은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과 달리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 관리가 용이해 손보사들의 효자 상품으로 거론된다. 소비자입장에서도 나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보장이 확대되더라도 고객이 추가로 납입해야 하는 보험료는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민식이법으로 인해 과실이 적더라도 큰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운전자들의 불안을 경감시킬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한 보험 설계사는 "민식이법을 대비한다는 취지로 운전자보험에 전치 6주 미만 담보 등 실질적으로 불필요한 보장까지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실제로 최근 고객들이 관련 사고에 처하는 사례를 접하면서 보장에 대한 필요성을 실감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