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빕스의 양송이·체다 브로콜리 수프 RMR 제품. 출처=CJ푸드빌

[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외식업계가 RMR(레스토랑 간편식)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HMR(가정간편식)에 이어 RMR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HMR처럼 간편함은 물론 유명 레스토랑 메뉴를 집에서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배경으로 작용했단 평가다.

8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CJ푸드빌, 신세계푸드 등 외식업체들은 각자 RMR 제품으로 차별성을 내세워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RMR(Restaurant Meal Replacement)이란 기존 편리함에 외식 레스토랑 레시피를 결합한 '레스토랑 간편식'을 일컫는 말로,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식사 트렌드가 '외식'에서 '내식'으로 변하자 HMR 시장이 점차 세분화되면서 탄생했다. 

특히, CJ푸드빌 움직임이 눈에 띈다. CJ푸드빌은 RMR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CJ푸드빌이 처음 RMR 시장에 뛰어든 것은 2017년. 빕스 매장에서만 맛볼 수 있던 폭립 제품을 포장해달라는 고객 요청에 의해 시작됐다. 이를 계기로, 계절밥상 등 자사 외식 브랜드 메뉴를 가정에서도 경험하도록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CJ푸드빌은 신제품 출시와 함께 O2O 플랫폼도 본격 활용할 계획이다. 네이버에 스마트스토어를 열고 간편식 채널 확대에 나선 것이다. O2O 플랫폼에서 배달과 배송을 한층 용이하게 활용할 수 있어서다. 실제 코로나19 확산 이후 빕스의 올해 O2O 메뉴 등 매장 외 제품 매출은 전년 평월 대비 30% 증가했다. 인기메뉴는 40% 이상 늘었다.

이외에도 CJ푸드빌 RMR 제품은 오프라인 매장을 비롯해 마켓컬리, 헬로네이처, CJ더마켓, 더반찬, CJ몰 등 다양한 채널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배달앱에서도 파티박스, 다이닝박스 등 O2O 메뉴와 함께 RMR 제품을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다.

▲ CJ푸드빌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 출처=CJ푸드빌

신세계푸드도 RMR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식 뷔페 올반은 유명 맛집 구슬함박과 손잡고 '구슬함박 스테이크' 2종을 선보이면서 제품군 확대에 나섰다. 종이 포장지를 제거하고 전자레인지에 약 4분 동안 데우기만 하면 레스토랑에서 먹던 반숙 노른자까지 그대로 즐길 수 있다. 

성과도 좋다. 앞서 지난 4월 CJ오쇼핑에서도 구슬함박 스테이크를 판매한 결과, 준비한 물량 4000개가 모두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양사는 RMR 제품에 대한 현재까지의 긍정적인 소비자 반응을 토대로 시장 확대를 노리는 모습이다. 실제 CJ푸드빌의 경우 신선한 재료로 까다로운 위생 관리 하에 조리된 매장 인기 메뉴라는 강점으로 빕스와 계절밥상 RMR 제품이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급변하는 고객 라이프스타일에 부응해 언제 어디서나 레스토랑 메뉴를 간편하게 즐기도록 채널 및 메뉴 확대를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복 구슬함박 대표도 "코로나19로 매장을 찾는 고객 수가 줄어 걱정이 많았지만, 성공적인 협업으로 가능성을 본 만큼 새로운 HMR 협업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업계는 RMR 시장과 HMR 시장을 별개로 분류할 수 없다는 시선이다. RMR은 HMR 상위 버전으로, HMR이 가정식 메뉴 위주로 구성된 반면 RMR은 셰프와 같은 전문 요리사 손을 거친 음식으로 승부를 보고 있다. 

때문에 다변화된 외식 환경에 코로나19까지 겹친 악조건 속에서도 HMR 시장이 급성장, 이를 바탕으로 RMR시장도 형성된 것이란 이야기다. 즉, RMR 시장은 오프라인 외식 매장들이 포스트 코로나에 대응하는 전략 중 하나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HMR 제품은 가정에서 먹기 편한 제품 위주로 구성되는 제한이 있는 반면, RMR 제품은 나만 알고 싶은 유명 레스토랑 메뉴를 발굴해 소비자에게 선보일 수 있다"며 "어떻게 보면 숨은 맛집 메뉴를 대기업이 발굴해 선보이는 형식으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