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교의 사전적 의미는 남에게 귀엽게 보이는 태도라고 한다. 이런 귀여움 문화는 이상하게도 한국과 일본에 많이 퍼져 있고, 중국과 대만에도 있다고 한다. 이 ‘애교’는 요즈음 한류를 타고 ‘aegyo’로 일부 서양인들에게도 알려져 있다고 한다.

서양에는 애교라는 단어 자체가 없다. 검색 엔진에 따라 attractiveness 나 loveliness 로 번역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애교와는 결이 다르다.

TV의 모 토크쇼에서, 한국에 살고 있는 유럽 출신 여성이 자기 나라에서 이를테면 귀여운 토끼 흉내나 혀 짧은 소리를 내면서 하이 톤으로 앙앙거리면 남자가 너 미쳤냐고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애교 수준이라는 말도 있다. ‘이번에 유행하는 감기는 작년의 독감에 비해서는 애교 수준이다’라는 말은, ‘별 것 아니다’라는 뜻이다. 애교가 대수롭지 않고 비본질적인 것임을 암시하는 셈이다.

애교머리라는 것도 있다. 이마나 귀 앞에 일부러 조금 늘어뜨리는 머리칼을 뜻한다고 한다. 영어로 lovelock 이라고 하는데, 사랑 애[愛]와 같은 love가 들어있으니 이것도 재미있다.

한편, 애교는 이제 여자의 고유물이 아니다. 아이돌의 컨셉이 멋진 오빠에서 미소년으로 변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남자의 애교도 볼 수 있게 되었다. (필자는 굳이 보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과연 애교의 실체는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남에게 귀엽게 보인다는 것인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콧소리나 하이톤으로 말하기, 혀 짧은 소리, 앙탈부리거나 칭얼거리기, 자기 이름을 스스로 불러 3인칭화 하기, 투정을 부리는 듯한 입모양, 몸 비틀기, 앙증맞고 깜찍한 몸짓, 귀여운 손동작, 아기 같은 말투, 닭살스럽고 오그라드는 멘트 등이 애교의 범주에 포함될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애교들은 대중 매체에서 귀여움을 컨셉으로 하는 아이돌이나 출연자들이 미리 준비한, 다소 부자연스럽고 과장된 애교인 경우가 적지 않다. 진행자가 애교를 주문하고는 삼촌 팬으로 돌변해서 환호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과유불급이다. 가장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것은 과하지 않고, 가끔씩만, 일상 속에서 발휘되는 자연스러운 애교일 것이다. 

* * *

성형외과 영역에서도 애교와 관련된 수술이나 시술이 있다. 돌출입수술이나, 광대뼈, 사각턱과 같은 얼굴뼈 수술을 주로 하면서 이제는 자주 하지 않지만, 여전히 눈밑의 ‘애교살’을 만들어달라거나, 코나 입술 옆에 ‘애교점’을 찍고 싶다거나, 볼에 보조개를 만들어 귀여워 보이게 만들고 싶다는 환자들이 있다.

눈밑 애교살, 눈웃음, 보조개 등은 모두 웃을 때 강조되어 보인다. 애교는 웃음 그리고 동안(童顔)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심각한 애교, 중후한 애교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이 지긋한 연예인이 용감하게 애교를 시전했다가는 흑역사로 기록될 수도 있다. 되도 않는 애교가 오히려 개그소재가 되기도 한다.

사실, 웃음이란 애교의 출발점이기 이전에, 사람의 인생을 활기차게 하고, 사회 전체를 밝게 하는 건강한 힘이다. 또한, 동안이 되는 것, 젊음을 유지하는 것, 불로장생은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인류의 소망이기도 하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필자의 경험상, 수술이 필요한 정도의 돌출입을 가진 사람들 중 약 60-70% 이상에서 웃을 때 잇몸이 보이는 증상이 있다. 이 증상을 성형외과 용어로는 거미스마일(gummy smile)이라고 한다.

거미스마일 증상이 있는 돌출입 환자들은 그 모습을 의사인 필자에게 보이는 것조차 꺼려한다. 정확한 진찰을 위해 크게 웃어보라고 주문해도 잘 하지 못한다. ‘저는 잘 안 웃어요’ 라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먹먹하다. 즐겁게 웃자고 사는 게 인생 아니던가? 이미 환하게 웃지 않는 버릇이 생겨버렸거나, 무의식적으로 손이 올라가 입을 가려서, 거미스마일이 몇 mm 정도인지 평가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래도 수술들어가기 전까지는 한번 크게 웃는 걸 봐야 정확한 평가가 되므로, 어떻게든 환자를 웃도록 만들어야 할 때도 있다.

또한 돌출입인 경우, 돌출된 인중부위 때문에 팔자주름 부위가 함몰되어 보이므로 제 나이보다 더 노안(老顔)으로 보이게 된다. 돌출입이 심한 김시연(가명)양이, 가령 “시연이 꿍꼬또, 기싱 꿍꼬또(시연이 꿈꿨어, 귀신 꿈꿨어)” 이런 애교를 해도 잘 먹히지 않을 것 같은 이유는 돌출입 자체 때문이기도 하지만 노안 때문이기도 하다. 애교는 사실 앳되어 보이는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  *  *

수술 전후사진을 공개하기로 했던 부산에 사는 그녀는 돌출입 때문에 나이보다 훨씬 노안으로 보였다. 거미스마일도 5-6 mm 이상이었다. 성형외과 교과서적으로 거미스마일이 1-3 mm 이내일 때 가장 아름답다.

그녀는 필자로부터 돌출입수술과 동시에, 광대뼈, 사각턱, 턱끝, 코 수술을 같이 받았다. 수술 후 스튜디오에서 프로필 사진 촬영을 해서 인생 사진을 만들어주겠노라고 미리 약속했었다. 피부결이 좋고 눈이 예쁘면서 돌출입과 광대뼈, 사각턱이 모두 제대로 튀어나온 그녀의 수술 결과에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

수술이 끝나고 몇 달 쯤 지났다. 스튜디오 촬영을 예약한 토요일이었다. 그녀는 화장기가 전혀 없는 얼굴에 평범한 옷차림이었다.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한다고 하면 미용실에 들러서 메이크업과 머리를 하거나 옷을 차려 입을 만도 한데, 그녀는 쿨하게 ‘그냥 머리 좀 빗고 기초화장만 좀 하면 돼요’라고 했다. 우리 병원 파우더 룸에 잠시 들어갔다 나온 그녀의 재빠른 화장술에 조금 놀랐다.

마침 필자도 퇴근할 때가 되어, 서울 지리를 잘 모르는 그녀를 내 차에 태워 스튜디오까지 바래다주었다. 그리고 필자는 내심, 아무 준비 없이 온 그녀의 인생 사진이 과연 나올 수 있을지 궁금했다.

나중에 스튜디오에서 보내온 사진들은 오직 피부톤만 보정했다는데도 놀라웠다.  돌출입, 광대뼈, 사각턱, 코 수술을 한꺼번에 한 만큼 얼굴의 변화도 컸고, 단정한 입매와 함께, 수술 전의 노안에 비해 훨씬 어려보이는 동안이 되어 있었지만,  무엇보다 필자를 놀라게 한 것은 정지된 사진 속에 녹아있는 그녀의 귀여운 표정과 사랑스러운 몸짓이었다. 그것은 꽤 치명적인 애교였다. 수술 전에도 과연 저런 표정, 눈웃음, 손동작과 몸짓을 할 수 있었던 사람일까 상상하기 어려운 애교의 필살기가 사진 속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과하지 않은 화장과 머리스타일은 오히려 자연스럽고 순수해보였다. 웃을 때 거미스마일이 사라져 한껏 더 화사하게 웃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후 병원에서 만난 그녀에게 사진 속의 살인적 애교에 대해 물었다.

-원래 그렇게 애교가 많았나요?

그녀가 수줍게 눈웃음을 쳤다.

-제 남자한테만요.

필자의 손을 통해 다시 태어난 얼굴에 애교 폭탄까지 장착한 그녀에게 어떤 남자들이 가슴 설레어하고 있을지 왜 필자가 신경이 쓰이는지 모르겠다.

제 딸이 좋은 짝 만났으면 하는 아빠와 같은 마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