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코로나19 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로 모든 산업군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러한 가운데 SK이노베이션에 대해서는 유독 엇갈린 전망들이 나와 눈길을 끈다.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석유시장의 변동성으로 지난 1분기 1조7752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면서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거뒀다. 2분기 역시 영업 적자 국면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시장의 중론이지만, 정유 업황의 부진과 배터리·소재 사업의 성장세가 팽팽히 양립하고 있어 SK이노베이션의 하반기에 대한 예측은 조금씩 맥을 달리하는 모습이다.

빛 발하는 사업 다각화…정유 사업 구멍 나면 배터리가 메운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 업계의 전통적 강자이자 배터리 및 소재 부문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업이다. 현재는 LG화학, 삼성SDI와 함께 국내 배터리 업계 3대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경쟁 업체들과 비교해 시장에 후발 주자로 합류한 만큼 SK이노베이션은 공격적 투자를 통해 배터리 시장의 점유율을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 출처=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말 중국 창저우와 헝가리 코마롬에 각각 7.5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준공하면서, 생산능력을 4.7GWh에서 19.7GWh로 4배 이상 확대했다. 7.5GWh가 전기자동차 15만대 이상에 공급될 수 있는 용량임을 따져보면, SK이노베이션의 현 배터리 연간 생산능력은 어림잡아 전기차 40만대 분량에 이른다. 

적극적 증설에 탄력 받던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은 올해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 전기차 시장이 주춤한 틈을 타 더욱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에너지 시장 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SK이노베이션이 전년 대비 무려 59.6% 증가한 1.3GWh를 기록하며 7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대비 무려 59.6% 증가한 수준이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에 들어가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분리막(LiBS)을 소재 부문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이하 SKIET)를 통해 조달하고 있다. SKIET는 2019년 말 기준 국내 5.3억㎡이었던 분리막 생산능력에 올해 3분기 중국 3.4억㎡, 내년 3분기 중국 1.7억㎡ 및 폴란드 3.4억㎡을 추가해 확대할 계획이다. 분리막 1억㎡당 배터리 7.1GWh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IET는 최근 기업 공개(IPO) 주관사를 선정하는 등 2021년 상반기 주식 시장 상장을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SK이노베이션의 전기 자동차용 배터리 제1공장. 출처=SK이노베이션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와 배터리 관련 사업들의 전망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LG화학과의 '배터리 소송전'은 현재 SK이노베이션이 직면한 불확실성 가운데 하나다. LG화학은 지난해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등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 비밀 침해 혐의로 제소했고, ITC는 올해 2월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 예비 결정을 내렸다. 상황이 SK이노베이션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오는 10월 5일로 예정된 ITC의 최종 결정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향방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유업계는 올해 2분기 정제 마진 약세와 국제 유가 하락에 따라 재고 관련 손실이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근에는 휘발유·경유 위주로 업황의 회복세가 확인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9일 올해 2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 SK이노베이션 2020년 2분기 실적 전망. 표=이코노믹리뷰 박민규 기자
살아나는 정유에 더해지는 배터리 기대감

대신증권·메리츠증권·삼성증권·이베스트투자증권·하이투자증권·현대차증권 등 6개 증권사가 이달 들어 제시한 SK이노베이션의 목표주가는 최저 11만8000원부터 최고 17만5000원에 이른다. 지난 21일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04%(2500원) 오른 12만5000원에 거래가 마감됐다. 

하이투자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정유 사업과 배터리 사업 모두에 대해 낙관론을 내놓았다.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유 업황은 회복되고 있으며,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관련 설비 증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말 기준 484GWh에 달하는 수주 잔고를 기반으로 배터리 사업에 있어 공격적인 증설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중대형 배터리 및 분리막의 동시 증설이 진행되고 있어, 향후 SK이노베이션의 실적 외형 증대와 수익성 개선이 꾸준히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신증권은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며, 6개 증권사 중 가장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이 국내 다른 정유 업체들에 비해 저평가된 것은 배터리 사업의 불확실성이 반영된 결과"라면서 "2021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SKIET 상장이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정상화의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배터리 업종의 주가 상승에 따라 분리막 사업의 가치 역시 높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용 배터리 및 분리막 증설에 따른 매출 성장 효과는 향후의 이야기지, 당장 2분기 실적에는 반영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분리막은 높은 수익성이 유지돼 이익 증가를 수반하겠으나, 배터리의 경우 신규 공장 가동률이 코로나19 여파로 다소 둔화하면서 전 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이익이 예상된다는 전언이다. 

한편, 한 연구원은 정유 부문 실적에 대해서는 "1분기에 이어 영업 적자 국면이 지속될 전망"이라면서 다소 회의적인 관점을 내비쳤다. 정유 사업은 원유 공식 판매 가격(OSP)의 급락으로 지난 5월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요 충격을 만회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정제 마진은 4월부터 손익분기점을 밑돌기 시작해 아직도 부진한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셋째 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0.5달러로, 한 주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에 대해 "때 이른 턴어라운드 가능성을 경계한다"면서도 "경쟁사 대비 주가 차별화 근거는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노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은 하반기 LG화학과의 소송 종료로 전기차용 배터리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배터리 부문의 가치가 상향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향후 SKIET가 상장될 것을 가정하면 지분 100%를 보유한 SK이노베이션의 가치 역시 부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SKIET의 기업 가치는 상장 시 2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제 유가 회복과 OSP 할인 덕분에 SK이노베이션의 적자 규모가 축소된 점 역시 청신호로 꼽혔다. 노 연구원은 "2분기 정제 마진은 전 분기보다 109% 상승한 배럴당 4.6달러로 추산되며, 지난달 반등의 변곡점을 마주한 점 역시 긍정적"이라면서 "정제 마진 개선세와 휘발유·경유 마진 회복에 따라 SK이노베이션 정유 부문은 3분기 흑자 전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삼성증권의 경우, SK이노베이션 목표주가를 종전 13만6000원에서 16만5000원으로 무려 21% 상향 조정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실적은 코로나19 영향과 재고 관련 손익의 더딘 회복세로 기대치를 하회할 것"이라 판단한 가운데, 1년 안에 SKIET 상장 및 LG화학과의 배터리 관련 소송 합의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 연구원은 특히 SKIET의 상장 모멘텀에 주목해, SK이노베이션을 정유 업종 내 최고 선호주로 추천하기도 했다.

기대 반, 우려 반…불확실성 남아 있어

한편 SK이노베이션의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주목해 보수적 관점을 견지하는 전망들도 이어졌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는 OSP 급락과 예상보다 빠른 유가 상승이 있었지만, 하반기 경우 OSP 급등과 부진한 시황이 예측된다"면서, 정유업계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하반기 실적은 정제 마진의 점진적 개선에 따라 반등할 것으로 기대되나, OSP 급등이 실적 개선 폭을 제한할 요인으로 지목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7월 아시아 OSP를 전월비 배럴당 5.6~7.3달러 인상한 바 있다. 20년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이어 8월 OSP도 배럴당 1달러 인상돼 현재 1.2달러까지 오른 상황이다.

또 강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이차전지 사업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만, LG화학과의 소송이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가치를 셈하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일축했다.

SKIET 상장과 관련해서도 미온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강 연구원은 "시장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을 각오하고서라도 전고체 전지를 차세대 배터리로 기대하는 상황"이라면서 "만약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 된다면 가장 크게 변하는 것은 전해질이 분리막 역할을 한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즉, 분리막이 따로 필요 없는 전고체 배터리가 주를 이루게 되면 SKIET의 분리막 사업은 유효성을 상실할 공산이 크다.

SK이노베이션의 현재 주가보다 낮은 목표주가를 제시한 이베스트투자증권 역시 불확실성에 무게를 뒀다.

이안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소재 부문의 증설을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기는 하나, LG화학과의 소송전에서 패소할 경우 미국 공장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은 물론 1조원 이상에 달하는 합의금 부담 등도 간과할 수 없다"며 "또한 공격적 증설로 인한 차입 증가로 재무 구조 악화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