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 의약품의 아성을 넘보고 있다. 유럽에 이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도 바이오시밀러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암젠·엘러간의 바이오시밀러 '엠바시'는 미국에서 약 40%의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오리지널 의약품인 '아비스틴'의 최대 위협으로 자리매김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토종 바이오시밀러 업체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존슨앤드존슨(J&J)의 블록버스터 항체의약품 '레미케이드'는 K바이오의 위세에 눌러 절체절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 스위스 바젤 로슈 본사. 출처=로슈

로슈 블록버스터 의약품 집중공격

'아바스틴'(베바시주맙), '허셉틴'(트라스투주맙), '리툭산'(리툭시맙) 등 다수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보유한 로슈는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먼저 표적항암제인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최초로 승인받은 암젠·엘러간의 '엠바시'가 주도하고 있다. 이 제품은 6월 기준으로 미국 시장점유율 40.6%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말 미국 특허만료와 더불어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점유율을 빠르게 공략하고 있다. 경쟁제품인 화이자의 바이오시밀러 '지라베브'(2.4%)와도 격차를 크게 벌려놓은 상태다. 시장 선점이 중요한 바이오시밀러 특성상 엠바시의 독주를 막긴 어려워 보인다.

▲ 미국 주요 항암제 바이오시밀러 출시 이후 점유율 추이. 출처=Symphony Health, Bloomberg, 신한금융투자

미국에서 연 매출 3조원을 올리는 '허셉틴' 시장은 5개의 바이오시밀러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가장 빠르게 암젠의 '칸진틴'이 출시되면서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다. 암젠은 지난해 7월 오리지널 개발사인 로슈와 특허 합의 없이 칸진틴을 기습 발매한 바 있다. 이어 마일란의 '오기브리', 화이자의 '트라지메라', 셀트리온의 '허쥬마',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온트루잔트'이 잇따라 미국 시장에 진입했다. 6월 기준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의 미국 점유율은 37.8%다. 이 중 6.1%를 제외한 31.7%를 칸진틴이 책임지고 있다.

연 5조원 규모의 혈액암 치료제 '리툭산' 시장은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트룩시마는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중 최초로 지난해 11월 북미 지역 유통 파트너사 테바(TEVA)를 통해 미국에 출시됐다.

22일 미국 헬스케어 정보서비스 '심포니헬스'에 따르면 트룩시마는 지난 6월 미국시장에서 처방액 6176만달러를 기록했다. 전월 4470만달러 대비 38% 늘어난 수치다. 시장점유율도 출시 8개월 만에 16.4%로 확대됐다. 화이자의 룩시엔스가 올해 1월 한발 늦게 출시됐지만 점유율 3.3%를 확보하는데 그쳤다. 트룩시마와의 경쟁에서 크게 밀리는 분위기다.

▲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가 지난 2016년 11월 미국 시장에 출시됐다. 출처=셀트리온

셀트리온 '램시마', 레미케이드 발목 잡아

J&J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성분명 인플릭시맙)'는 셀트리온의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미국 제품명 인플렉트라)'에 발목을 잡혀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J&J의 실적 발표 자료에 따르면 레미케이드는 2016년 4분기를 기점으로 미국에서 매출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램시마가 2016년 11월 미국 시장에 출시된 시점과 맞물린다. 레미케이드는 2017년부터 3년간 연평균 14%가량 매출 감소세를 이어가다 올해 2분기 5억9300만 달러 규모까지 쪼그라들었다. 8억1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던 지난해 2분기보다 25.8% 감소한 수치다.

미국에서 인플릭시맙 바이오시밀러의 시장점유율은 6월 기준으로 15.9%다. 이중 셀트리온의 '렘시마'가 10.5%,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렌플렉시스'가 5.4%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 Infliximab 바이오시밀러 시장 점유율 추이 (수량 기준) 출처=Symphony Health, Bloomberg, 신한금융투자

미국 최대 사보험사 등재도 이들 바이오시밀러의 점유율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램시마는 지난해 10월 미국 3대 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케어 선호의약품으로 등재됐다. 렌플렉시스 역시 유타주 메이저 민간 보험사인 셀렉트 헬스 선호의약품으로 이름을 올렸다.

게다가 램시마를 피하주사형으로 개발한 '램시마SC'가 미국에서 연내 승인을 목표로 신약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램시마에 이어 램시마SC까지 가세할 경우 셀트리온의 미국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 침투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시밀러의 역공에 레미케이드와 같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