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카드사들이 연이은 실적 선방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비용절감, 사업 다각화 등으로 최근 단기 실적 방어에 성공하고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업계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카드업계는 경기 불황에 카드론 등 대출 연체 우려가 지속 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빅테크·핀테크사의 카드사를 향한 먹거리 침범도 빨라지고 있다.

1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잠정 실적을 발표한 신한카드·KB국민카드·삼성카드·우리카드·하나카드 등 5개 카드사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83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5% 증가했다.

카드사별로 보면 신한카드의 올 상반기 순익은 302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5% 증가했다. 같은 기간 KB국민카드는 12.1%, 삼성카드는 16% 올랐으며, 우리카드와 하나카드는 각각 19.6%, 93.9% 상승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현대카드와 롯데카드도 양호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사들은 전 분기에도 호실적을 보였다. 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전업 카드사 7곳의 올 1분기 순익은 52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2% 상승했다. 이 기간 우리카드의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2.5% 증가했다. 롯데카드와 하나카드 역시 전년 동기 보다 각각 69.6%, 66.5% 상승했다.

카드사들의 이 같은 실적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를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성적이라는 평가다. 카드사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카드사들의 실적 역시 매 분기마다 어두운 전망이 뒤따라 왔기 때문이다. 실제 가맹점 수수료는 최근 10년간 13차례나 인하됐으며, 카드사 지급결제부문 영업 손익은 매번 적자를 면치 못했다.

비용절감 전략 '한계'...불황형 흑자 언제까지

그러나 카드사들은 잇단 실적 선방에도 마냥 웃지 못하는 모습이다. 카드사들은 비용 절감으로 인한 단기적인 실적 방어에만 성공했을 뿐 장기적으론 어두운 전망만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우선 카드사들은 연체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4대 신용카드사(신한·삼성·현대·국민카드)의 리볼빙 이월 잔액' 자료에 따르면 20대 리볼빙 이월 잔액은 지난 5월 33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년 전 동월 178억원 대비 87.0% 증가한 금액이다.

리볼빙이란 카드대금 중 일부만 결제한 후 나머지 금액을 대출 형태로 전환, 자동 연장되는 결제방식을 말한다. 리볼빙은 수수료(최대 20%)가 높기 때문에 경기 불황 속 20대의 소득 여건이 악화되면 대규모 연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17년 대비 지난해 20대의 신용카드 이용실적 증가율은 약 10%로 리볼빙 잔액 증가율보다 낮았다.

카드론 이용금액도 증가하고 있다. 카드사들의 지난 3월 카드론 이용금액은 4조3242억원으로 전년 동월 3조4417억원 대비 25.6% 늘어났다. 카드론 금리는 15~20%로 시중은행 대비 10%p(포인트) 높아 고금리 대출로 여겨진다. 코로나19 여파에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중·저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카드론 연체율 상승도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카드사들의 '먹거리' 파이도 줄어들고 있다. '○○페이'라 불리는 간편결제 핀테크 업체들이 소액 후불결제 시스템을 연내 도입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를 두고 "신용카드의 영역 침범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간편결제 업체들에 ‘100만 원 한도의 소액 후불결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일반적으로 신용카드사들은 시장에 진입할 때 200억원의 자본금이 필요하지만, 간편결제 업체들이 사업 진출에 필요한 자본금은 5억~50억원 수준이다.

급증하는 민원도 카드사들의 골치다. 올 2분기 전업 카드사 7곳(신한·삼성·현대·KB·우리·롯데·하나)의 민원 건수는 1433건으로 전분기 대비 14.2% 늘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5.3%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카드사들의 민원은 지난 5월 지급된 정부의 재난지원금 신청과정에서 대거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실적은 마케팅 비용을 대폭 축소했기 때문에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이는 보여주기 식 실적일 뿐, 장기적으로 봤을 땐 업계가 좋아지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최근 재난지원금 같은 경우엔 이를 위한 시스템 구축비용을 감안하면 오히려 카드사 수익에 도움이 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