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지현 기자] '최고령 CEO' 이석구 전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대표가 1년 반만에 복귀했다. 이번에는 커피가 아닌 생활용품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SI)의 또 다른 성장 축으로 지목된 '자주(JAJU)' 수장에 올라,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커피 신화'를 재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이석구 신세계인터내셔날 자주 대표. 출처=신세계인터내셔날.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달 31일 올해 71세인 '올드보이' 이석구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자주 사업부문 대표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로써 이 대표는 지난 1일부터 자주 사령탑에 올라 업무를 시작했다.

관련업계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깜짝 인사에 대해 '스타벅스 신화'를 패션라이프스타일에 잇겠다는 전략으로 평가했다. 

화장품부문 연착륙 성공이란 결실을 맛본 신세계인터내셔날 입장에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를 자체 화장품 브랜드인 '제 2의 비디비치 '로 만들겠단 복안이 담긴 인사였단 것이다. '패션 명가'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이 대표를 패션, 화장품, 생활용품 등 '삼각편대'로 사업을 키워나가기 위한 적임자로 발탁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SI 패션라이프스타일 부문 상반기 적자전환, 패션-화장품-생활용품 '삼각편대' 완성?

실제 해외 유명 패션브랜드를 국내에 직수입해왔던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주력 사업이 화장품으로 무게가 이동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 상반기 패션라이프스타일 부문이 적자전환했다. 신세계인터네셔날의 이 부문 상반기 매출은 4625억원으로 전년 동기 4870억원에서 소폭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마이너스 41억원으로 전년 동기 69억원에서 손실로 돌아선 것이다.

 

패션라이프스타일 사업과 화장품을 주력으로 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패션라이프스타일 매출이 전체 75%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매출 25%인 화장품 부문에서 돈을 벌어 손실을 메우는 실정이다.

물론 최근 급부상한 화장품 부문 역시 올해 상반기 수익성이 반토막 났다. 그러나 패션라이프스타일부분과는 상황이 다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화장품부문은 올해 2분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4.9% 감소했고 영업손실이 26억원을 기록했지만, 이는 코로나19에 따른 면세점 화장품 판매 감소로 일시적 하락세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화장품 부문은 지난 2년간 실적 추이만 놓고봐도 급격한 몸집 확대가 눈에 띈다. 실제 이 사업분야 매출은 지난 2018년 2219억원에서 지난해 3680억원으로 약 66% 신장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57% 가량 늘었다. 반면, 패션라이프스타일 매출은 2018년 1조407억원에서 지난해 1조570억원으로 1% 수준으로 성장하는데 그쳤다.

 

수치적 변화는 올해 상반기 가시화 됐으나,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전략 변화는 지난해 말부터 감지된 바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모 회사인 신세계는 장재영 신세계 대표와 차정호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가 서로 자리를 맞바꾸는 인사를 실시한 바 있어서다.

장 대표는 재임 시절 신세계백화점 '고급화'와 '지역 1번점' 전략으로 성장세를 이룩한 주인공으로, 신세계인터내셔날 사업 기반 다지기 미션을 받고 신사업 안정화를 위해 사령탑에 오른 것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장 대표는 수장에 오른지 반년여 만에 이석구 대표를 불러들였다.

1960년생인 장 대표는 11년이나 연상인 이 대표(1949년생)를 자주사업부문 대표로 영입함으로써, '장재영(총괄 대표 겸 해외패션부분 겸임)-이길한(화장품)-손문국(국내패션)-이석구(자주)' 4각 편대를 완성했다.

스타벅스 알짜 계열사로 키운 '이석구', 실적·트렌드 '동시 성장' 시작

업계 최초 '매출 1조 시대', '디지털 마케팅', '트렌드 제조기'. 이석구 자주 대표를 꾸미는 수식어다. 이 대표는 지난 2007년 12월부터 2019년 3월까지 11년간 스타벅스커피코리아를 이끌며, 실적과 트렌드를 동시에 견인한 장본인이다. 2007년 당시 시장공략에 실패했던 스타벅스커피 코리아에 '특급 소방수'로 영입돼 이미 '레드오션'인 커피전문점시장에서 매출 1조5000억원을 달성하며 신세계 효자 계열사로 키운 주인공이기도 하다.

▲ 신세계인터내셔날 기존 조직도. 이석구 대표 영입과 동시에 패션라이프스타일부분에 소속됐던 자주 사업부문을 떼어내 격상시켰다. 출처=금융감독원 사업보고서.

1975년 삼성물산에 입사, '삼성맨' 출신이었던 이 대표는 1999년 신세계백화점으로 자리를 옮긴 뒤 이마트(2001년), 조선호텔(2002년 12월) 등을 거쳤다. 고령임에도 스마트폰 등 IT기기를 능숙하게 다루고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점이 스타벅스의 '디지털 마케팅'에 접목됐고, 고속성장을 이끈 배경으로 꼽힌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이 대표 취임 전, 7년간 대표가 3번이나 바뀐 바 있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총 11회나 연임하는데 성공했다. 이 대표가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발전에 큰 공헌한 점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실제 이 대표는 '트렌드 제조기'란 별칭에 맞게 취임 후 모바일 주문시스템 '사이렌 오더', '콜마이네임', 드라이브 쓰루 매장 등 IT에 기반한 서비스 아이디어를 잇따라 내놨다. 특히 스마트폰 앱을 통해 매장을 방문하기 전 미리 음료를 주문·결제하는 시스템인 '사이렌오더'는 미국 본사에 역수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오늘날 '마니아 층'을 형성할만큼 열풍을 이으키는 스타벅스 '굿즈'도 이 대표 작품이다. 이 대표는 기존 기념품 정도로만 여겨졌던 기업 로고 상품을 수익화했고, 매년 한정판 다이어리와 텀블러 등을 판매해 매출을 올리는데 성공했다.

아울러 국내 최초 '커뮤니티 스토어' 개점 등으로 '감성 경영'에도 일가견이 있고, 합리적이고 소통이 가능한 인물이라는 시각도 많다. 이 대표는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대표 재임시절 사무실을 투명유리로 설치해 오가는 직원들이 근무형태를 들여다보며 모범을 보이는데 주력했고, 회의는 꼭 필요한 사안으로만 단시간에 끝내는 등 효율성과 합리성을 우선시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 대표는 영수증 하나도 허투루 버리는 법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법인) 카드를 사용한 적도 없을 정도였다"고 평가했다.

때문에 관련업계는 이 대표가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여놓지만, 신세계인터네셔날 성장축으로 육성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굿즈'와 '디지털 마케팅' 등으로 실력을 입증한 만큼 혁신 DNA 노하우를 자주 브랜드에 접목할 것이란 기대다.

SI 또 다른 성장 축으로 지목된 자주, '성장 신화' 이어질까

아울러 이 대표는 이명희 신세계 회장을 비롯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등 오너일가로부터 투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는 게 재계 평가다. 백화점과 이마트, 스타벅스커피코리아를 통해 오너일가들의 역점 사업에 성과를 보이면서 실력을 검증받아, 정 총괄사장 사업에도 몸담게 된 것이란 의미다.

▲ 자주 베트남 호치민 이온몰 매장. 출처=신세계인터내셔날.

실제, 자주는 정 부회장이 2000년 이마트 자사상표부착(PB) 생활용품 브랜드 '자연주의'로 시작했지만 2012년 신세계인터내셔날로 사업권이 양수되면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 브랜드로 리뉴얼된 바 있다.

'자주 쓰는 것들의 최상'을 콘셉트로 애슬레저, 언더웨어, 슬립웨어, 라운지웨어 등 패션제품과 주방 및 욕실용품, 홈데코, 침구, 소형가전, 트래블용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 오프라인 매장 환경이 어려워지는 중에도 이마트 및 대형몰내 200여개 매장에 입점했고, 지난해 6월엔 베트남 호치민에 첫 번째 매장을 열며 글로벌 브랜드로도 나섰다.

생활용품 시장은 필수 소비재로 시장이 정체됐지만, 최근 소비 트렌드가 세분화되고 체험형 니즈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어 이 대표의 '트렌드 제조기' 실력이 요구될 것으로 관측된다. 질적인 소비 다양화, 고급화 및 개성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심화되는 가운데 소비자 각각의 니즈를 얼마나 잘 충족시키느냐의 여부도 중요해 지고 있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스타벅스에서 선보인 디지털 마케팅, 트렌드 선점 전략을 자주에서도 펼치며 IT, 온라인 등에서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며 "자주를 또 하나의 성장 축으로 어떻게 키워나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