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믹리뷰=강수지 기자] 미국 증시가 대부분의 종목군이 약세를 면치 못하는 가운데 대형 기술주 중심으로 상승장이 형성되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미국 대형 기술주가 유동성이 받치는 힘에 고평가돼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증시는 코로나19 재확산 등 변동성이 커져 있는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술주 랠리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투심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넘치는 유동성에 추가 상승을 바라보고 들어가야 할 지, 반대로 현재 보유한 기술주를 내다 팔아 차익실현을 해야 할 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美 기술주 랠리 근원 '유동성'

기술주 랠리가 이처럼 지속되고 있는 원인으로 증시로 몰리는 유동성이 지목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전격 금리 인하와 함께 각국 중앙은행이 앞다퉈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유동성이 급격히 늘어났다. 특히 27일(현지시간) 제롬파월 연준 의장이 2% 이상 인플레이션을 용인할 수 있다고 밝힘에 따라 유동성에 제동까지 풀렸다.

▲ 출처=키움증권

기술주는 전통적으로 금리가 낮으면 올라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성장이 멈춰 있는 상황 역시 기술주가 오르는 데 일정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 중이다. 게다가 △시장에 버블이 있을 경우 △미래 가치를 현재로 끌어왔을 경우 기대감 등도 기술주 상승 모멘텀에 힘을 더했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비대면 관련 기술주들이 상승 랠리를 펼치고 있다. 기술주는 미래 가치 여부를 떠나 실적 역시 타 업종 대비 월등히 좋기 때문에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여기에 증시로 몰린 유동성이 갈 곳을 찾지 못해 기술주로 몰린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대부분의 기술주가 성장주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애플의 주식 분할이 이 같은 현상을 부추겼다”며 “테슬라의 액면분할도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이 때문에 애플과 테슬라의 주가가 폭등했다”고 덧붙였다.

기술주 빠지는 시기는 언제일까

끝도 없이 오르는 까닭에 미국 기술주는 투자자들에게 '저세상 종목'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실제 애플이 시가총액 2조 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페이스북도 시가총액 1조 달러에 임박했다. 이에 따라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페이스북까지 1조 달러 클럽 빅5 시대가 예고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애플, 페이스북, 테슬라의 목표가를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기술주들은 고평가 우려를 키우고 있다. 그간 기술주가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됐고, 실제 기술주만 상승 랠리를 보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기술주가 언제 빠질지 불안까지 커지고 있다. 유동성이 기술주로 몰린 만큼 대량의 개인투자자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술주가 하락할 요인으로 금리 인상과 주식 분할, 성장률 둔화 등을 지목했다.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당분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추후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경기 회복 등에 따른 금리 인상 요인이 남아있다. 또 주식 분할은 과거 애플 사례에서 나타난다. 애플은 액면분할 이후 주가가 올랐지만, 분할 뒤 매물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 출처=키움증권

아울러 기술주들은 시장에서 대부분 성장주로 분류된다. 높은 성장률을 나타내는 성장주, 즉 기술주는 성장률 둔화 조짐이 나타나면 상승 랠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애플은 신형 아이폰 출시로 주가가 올랐지만, 이내 성장률과 영업이익률이 떨어지면서 시장에 매물이 쏟아진 경험이 있다.

현재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실물위기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들의 이익률 증가폭이 제한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미국 증시에서는 기관들이 떠나는 추세다.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 역시 부정적이다. 그러나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증권거래를 통해 미국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중이다.

“현 시점서 美 기술주 추천 어려워”

코로나19로 인한 변동성이 큰 시장 상황에서 상승하고 있는 기술주의 전망은 밝지 않다. 오를 만큼 올랐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오늘 당장 혹은 내일 주가가 빠져도 이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 출처=신한금융투자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경제가 다 망가진 가운데 주식이 끝없이 오를 순 없다”며 “일부 종목 수급에 의해 기술주가 오를 순 있으나 전반에 걸쳐 상승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술주의 경우 오를 만큼 올랐기 때문에 지수 견인 종목 위주로 몇 개의 종목만 오르고 나머지는 다 빠지는 상황이 나타날 것”이라며 “투자심리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기술주 관련 투자는 추천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성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술주 과열 우려를 점검하며 “추가 수급 약화·기대수익률 대비 감내할 위험의 확대로 기술주는 차익실현 유인이 높다”고 분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