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인 CSOT에게 중국 쑤저우 삼성전자 LCD 테크놀로지 지분 60%와 쑤저우 디스플레이 지분 100%를 매각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한 중국 LCD 공장이 모두 중국 업체에 넘어가는 셈이다.

이에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연내 LCD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연장선에서 국내 LCD 라인은 물론 중국 쑤저우 LCD 라인까지 걷어내며 궁극적으로 QD 디스플레이 시장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최근 삼성전자가 쑤저우에 운영하던 노트북 및 PC 공장도 매출 저하를 이유로 폐쇄된 바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쑤저우 공장 매각도 비슷한 동기로 이뤄지고 있으나, 선택과 집중이라는 측면에서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중국의 LCD 공세, 어떻게 대응하나

최근 대형 LCD 시장은 다시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TV용 LCD 패널(32인치~65인치)의 가격이 43인치 패널을 제외하고는 다시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32인치 LCD 패널의 경우 지난달 판가가 전달 대비 11%나 오른 39달러를 기록했다. 트렌스포드에 따르면 8월 기준 대형 LCD 패널 가격은 32인치의 경우 전달 대비 15.8%, 43인치와 55인치는 13.7%, 65인치는 6.9% 증가했다.

그러나 대형 LCD 시장의 패널 단가 상승은 중국 업체에게만 좋은 일이 됐다. 글로벌 대형 LCD 시장은 중국 제조업체의 독무대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TV용 LCD 패널 시장에서 중국 BOE가 18%, 중국 CSOT가 16.5%, 대만 이노눅스가 15.8%, 중국 HKC가 10.8% 점유율을 기록한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각각 9.3%와 9.1%의 점유율로 5위와 6위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LG디스플레이는 대형 LCD 패널을 줄이고 ICT 전략 LCD 포트폴리오로 선회하고 있다. 대형 LCD 시장에서는 나노셀TV에 집중하면서 중국 광저우 공장을 바탕으로 대형 OLED 전략을 공격적으로 타진하는 중이다.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여전히 맹주인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QD 디스플레이로의 전환에 속도내고 있다. 핵심전력인 QLED를 중심에 둔 상태에서 프리미엄 디스플레이인 QD 디스플레이 속도전에 나서는 분위기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0월 오는 2025년까지 QD디스플레이 생산시설 구축 및 연구개발 등에 총 13조1000억원 규모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LCD에서 완전히 발을 빼는 만큼 미래 디스플레이 전략에 더욱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2021년 중으로 65인치 QD디스플레이 패널을 월 3만장 출하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아산사업장에 구축하고 있는 QD 디스플레이 생산 라인 'Q1'에 일본 캐논도키의 증착기와 더불어 캐논의 노광기까지 반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LCD 철수를 빠르게 진행하며 QD 디스플레이에 승부를 건다는 방침이다. 

그 연장선에서 쑤저우 LCD 공장까지 철수하며 삼성디스플레이는 탈 LCD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돌격전 성공할까

LG디스플레이는 대형 패널 시장에서 나노셀을 바탕에 둔 프리미엄 LCD 로드맵을 일부 가동하면서 전체 대형 LCD 시장에서는 발을 빼는 분위기다. 다만 수익성이 높은 전략 ICT LCD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하는 중소형 LCD 로드맵은 유지하며, 대형 OLED 전략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사업성 강화를 위한 자산 매각 등 ‘지독한 다이어트’에 매진하는 분위기다.

중소형 플렉서블 OLED 시장에서도 서서히 두각을 보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분기 410만 장의 플렉서블 OLED 패널을 공급해 시장 3위를 기록한 상태며 아이폰12맥스 물량 2000만대를 소화할 경우 시장 점유율 확대가 유력하다. 다만 애플워치용 OLED 패널을 공급하는 상황에서 일본 재팬디스플레이(JDI)가 생산성 향상에 나서는 등 경쟁자들이 많아지는 것은 불안하다는 평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선택적으로 LCD를 택한 LG디스플레이와 다르게 연내 대형 패널 시장에서 LCD를 완전히 버린다는 각오다. QD 디스플레이로의 돌격전인 셈이다.

두 한국 제조사의 ‘활로찾기 로드맵’이 빠르게 벌어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쉽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무엇보다 중국 제조사들과의 치열한 공방전이 부담이다.

이미 중국 제조사들은 박리다매로 LCD 시장을 뒤흔든 후 OLED 시장에도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여세를 몰아 중국 TV 제조사들은 최근 인상적인 미래 프리미엄 TV까지 대거 선보인 상태다. 당장 샤오미는 세계 최초 투명 OLED TV인 미TV 럭스25를 공개했고 TCL은 초미니 LED TV까지 공개할 예정이다. 이미 마이크로 LED 부분에서 큰 성과를 보인 가운데 ‘예전의 중국 TV 제조사의 기술력이 아니다’는 말이 나온다.

심지어 삼성디스플레이가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는 QD 디스플레이 시장도 진출하고 있다. 실제로 BOE는 미국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2020'에서 13.6인치 크기 QD디스플레이 시제품을 전격 공개했다. 비록 휘도는 120니트(nit)에 불과할 정도로 조악하지만 색재현성 100%(NTSC 기준)를 구현하는 등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설명이다.

다만 중소형 OLED 패널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존재감이 아직은 강력하고, LG디스플레이도 애플 등과의 협력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대형 패널 시장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OLED로의 강력한 전환에 나서고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예 LCD를 완전히 버리는 극약처방을 통해 QD 디스플레이의 비전을 적극 모색하는 중이다. 

여세를 몰아 기술 초격차 전략을 전면에 걸고 속도감있는 돌격전에 나선다면, LCD 시장에서 중국에 밀린 악몽을 만회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